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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동키즈] “당신의 이야기로 숲을 가꿉니다”

 

 

숲에 가면 가끔 추억에 잠긴다. 자전거와 산, 들이 생각난다. 어릴 적 살던 광주광역시는 당시에도 이미 대도시로 시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도시 끝자락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산 덕분에 조금만 나가면 언제든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히 자연에 관심이 커졌다. 숲에서 살아남는 법, 움막 만드는 법, 불 피우는 법 등 자연 탐험과 관련한 책이라면 다 좋았다. 여기에 너무 몰입했던 나머지 어린 나이에 비해 무모한 탐험을 하기도 했다. 친한 친구 두 명과 50km가 넘는 각자의 시골 할머니 댁까지 자전거를 타고 국도로 여행을 가기도 했고, 활활 타오르는 들불 사이로 들어가 고구마를 던져놓고 불이 꺼지면 호호 불어서 탄내 나는 고구마를 먹기도 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의기투합해 스타트업


현재 내가 몸담은 회사는 ‘트리플래닛’이다. 풍성한 숲이 우거진 행성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스타트업이다. 숲에 나무를 심는 게 주 업무다. 숲과 나무, 모두 내 것은 아니다. 숲은 모두의 것이고 나무는 고객의 것이다.
자연에 매료됐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어린 시절, 숲보다 나를 매료시킨 대상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우주였다. 과학동아에서 읽은 우주탐사 기사는 미지의 개척지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고 우주를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흥미를 느낀 주제는 환경이었다. 당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한창 쏟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번의 전환을 맞게 됐다. 우연히 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감명을 받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미술학원에 등록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다. 


미술에 소질이 있었는지, 다행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한국애니메이션고에 입학했다.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단편영화로 공모전에서 수상한 기억은 지금도 내게 가장 즐거운 추억 중 하나다.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픽사에 입사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해 미국 캘리포니아예술학교(칼아츠)에 진학했다. 칼아츠는 픽사 초창기 감독들이 졸업한 미국 최고의 예술대학 중 한 곳이다.


얼마 뒤 군대에 입대했다. 어린 시절 이후 다시 한번 자연 속에서 지내게 된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들었다. 그때 읽던 책 가운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조안 말루프의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같이 자연에 관한 책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과학동아를 통해 처음 갖게 된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군대에서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다. 트리플래닛의 공동창업자인 김형수 대표를 만난 것이다. 김 대표와 나는 밤낮으로 생각을 나누며 ‘지구 환경을 회복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할 방법을 찾자’는 당찬 포부를 사업계획서에 옮겨적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계획서였다.

 

숲에 대한 소중함 일깨우는 일


우리가 떠올린 첫 번째 아이디어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아기 나무 키우기 게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귀여운 나무를 키우면 이를 실제 숲에 심어준다는 아이디어였다. 나무 심는 비용은 게임 내 기업 광고를 통해 충당했다. 너무 허황된 생각은 아닐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건 아닐지 등 수많은 걱정을 안고 도전을 시작했다. 다행히 스마트폰 붐과 함께 모바일 플랫폼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트리플래닛을 창업했고,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발로 뛰었다. 

 


그렇게 만든 게임은 누적 사용자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를 통해 실제 숲에 50만 그루에 가까운 나무를 심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이를 토대로 더욱 다양한 나무 심기 사업으로 확장한 상태다.
지금의 트리플래닛은 ‘반려나무’라는 원예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게임 속 가상 나무를 키워 실제 나무를 심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고객이 실제 나무를 집에서 키우면, 트리플래닛이 고객의 구매금액 일부를 숲 조성에 사용해 다른 한 그루를 심는 사업이다. 국내 원예사업의 규모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큰 시장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에 거주하는 시간과 소득이 늘어난 젊은 층이 증가한 덕분에 가정에서 식물을 키우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식물이 그저 인테리어 소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키우는 이 식물이 고향인 열대우림 어느 숲에서 자생하는 식물이고 어떤 기후와 환경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동식물과 어울려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면 그 숲이 파괴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갖게 될 것이다. 트리플래닛은 이렇게 시민의 생활 속에서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나무를 심어보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나도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는 자부심과 함께 ‘내 나무가 있는 숲’에 관심을 갖게 해 환경 문제를 내 문제로 생각하게끔 하는 목적이 있다.

 

숲에서 찾은 즐거움 함께 누리고파

 


지금도 내가 하는 사업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면 ‘조경회사인가요?’ ‘꽃집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숲을 만드는 사업을 생소하게 느끼거나 비현실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자연을 소모해서 성장하는 사회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는 사업 자체를 역설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황사와 미세먼지, 대형 산불 등의 국가 재난급 환경 문제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제 환경은 모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내가 하는 숲 조성 사업도 이제야 ‘왜 하는지 이해되는, 요즘 시국에 잘 될 것 같은’ 일로 인정 아닌 인정을 받게 됐다.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강원도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거나 미세먼지 경보가 오랫동안 유지될 때 협력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오고 반려나무가 더 많이 판매된다.


요즘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나 국립수목원과 같은 숲 휴양 기관과 함께 많은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숲 공간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제는 놀이터조차도 고무바닥이다. 도시 속 어디에서도 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흙바닥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흙 놀이를 할 수도 없고, 개미 집도 발견할 수 없다. 작지만 놀라운 자연을 탐구할 기회를 이제는 쉽게 얻기 힘들다. 트리플래닛은 이런 환경에서 어린 친구들이 자연의 여러 혜택을 누리고 숲에서 즐거움을 찾는 기쁨을 얻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청소년기에 꿨던 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돼 멋진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그때의 꿈을 지금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서 실현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경험과 이야기를 놀라운 방법으로 선사하면서 말이다. 

 

 

나만의 과학동아 활용법

 

Q1  과학동아 구독기간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매월 과학동아가 나오는 날 서점에 직접 가서 구매했다. 구매한 당일 밤에는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정독했다. 특히 우주에 대한 소재가 다뤄질 때면 늘 새로운 우주선과 탐사선 사진을 보고 감탄하곤 했다.

 


Q2 기억에 남는 과학동아 기사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화성탐사선과 로버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로버의 활동 계획을 멋진 그래픽과 함께 소개한 기사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초청받을 수 있다는 공고를 과학동아에서 읽고 응모했던 기억도 난다.

 


Q3 과학동아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글과 그림, 사진을 통해 관심 있는 정보를 접하다 보니 더 넓은 세상의 더 많은 기회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생겼다. 실제로 하나둘씩 시도하다 보니 상상 속 일을 실현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다.

 


Q4 사회공헌 스타트업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최근에는 수많은 사회공헌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갖춰야 하는 시대다.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하지 않으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좋은 의도를 이룰 수 없다. 어떤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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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정민철 이사
  • 에디터

    이병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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