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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앨비계획」책임자 브레인 오클리씨 Brain Oakley

"정보산업분야에서의 한·영협조는 가능하며 바람직"

런던사무실에서 대담중인  '오클리'씨
 

정부 기업 대학이 결합한 앨비계획

1990년대 혹은 2천년대에 가면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산업기술의 우열에 따라 국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 선진국이 되려면, 아니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정보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앨비계획(Alvey Programme) 이라는 야심적인 정보산업진흥책을 수립, 실시하고 있는 영국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다. 영국 상공부(Department of Trade & Industry)의 앨비계획 책임자인 '브레인 오클리'(Brain Oakley)씨를 현지에서 만나보았다.

-앨비계획이 세워지게 된 동기는 어떤 것입니까?

"1981년 가을 일본은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일본이 정보산업에서 세계 제1의 파워를 갖겠다는 야심을 털어 놓았읍니다. 그후 세계 각국이 나름대로 정보산업 기술의 진흥책을 세우고 있지요. 미국의 SCP(Strategic Computing Program)라든가 MCC(Microelectronics and Computer Technology Corporation), 유럽공동체의 ESPRIT같은 게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읍니다.

영국에서도 이같은 추세에 자극을 안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전신전화국의 기술이사격으로 있던 '존 앨비'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가 이 문제를 집중연구해 정부에 건의, 앨비계획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앨비계획의 규모와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1983년에 시작된 앨비계획은 3억5천만파운드(약 4천6백억원)가 소요될 전망인데 이가운데 2억파운드는 공공기금에서, 나머지는 민간기업에서 부담하도록 돼있읍니다. 연구 개발대상 분야는 첫째, 초대규모 집적회로(VLSI) 둘째, 소프트웨어공학 세째, 인간-기계사이의 중계장치(MMI) 네째, 인공지능을 발휘하는 지능적 지식베이스시스팀(IKBS) 다섯째, 첨단 컴퓨터설계 등입니다. 이상의 5개 분야에서 모두 3백11개의 프로젝트가 마련됐는데 이중 1백98개가 산학(産學)연구 계획이고 나머지 1백13개는 대학만의 연구계획입니다."

-앨비계획은 그 추진방법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데요. 산학협동연구로 알려져 있는 앨비계획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합니다.

"맞습니다. 앨비계획의 가방 큰 특징은 정부와 기업 대학이 협력에서 연구개발을 진행시키는 것으로서 우리도 처음 시도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상공부와 국방부 교육과학부 등 3개 부처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고, 수백개의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백98개의 산학협동 프로젝트에 4백43개의 기업과 2백77개의 대학이 참가하고 있읍니다. 결국 1개 프로젝트에 2,3개 기업과 1,2개 대학이 결합돼 있는 셈입니다. 참가 인력의 측면에서 보면 최고로 2천2백여명의 전문가가 가담하고 있던 때가 있었읍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두되들의 강점을 모아 연구·개발을 한다는 전략은 꽤 매력있는 방법이긴 하겠읍니다만, 반면에 문제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분명히 어려음이 있지요. 예를 들어 각종의 디자인이 기업과 기업, 대학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스팀 아키텍처라고 해서 디자인을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참여 기업과 대학중 어느 한곳이 위주가 돼 통합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협동연구의 성과는 현재까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드문 예는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의 기술적 진전상황이라든가 협력연구의 질, 경영상태 등이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읍니다. 이런 보고는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감독관제도에서 나온것입니다."

영국은 소프트웨어분야에서 강점

-정보사업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고 봅니다. 여러 나라에서 정보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읍니다만, 고급인력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영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훈련된 고급의 정보기술인력이 필요합니다. 앨비계획을 세울 때 가장 염려 했던 문제 중의 하나도 이 분야의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읍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주요분야에 관련된 기업가들을 대학에 보내 6개월간의 특수과정을 이수케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읍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공학에 관련된 수학'을 이해시키는 과정도 있었는데, 비디오 등 보조자료를 많이 활용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앨비계획이 5년째 진행되고 있는 현재는 훈련받은 인력을 상당수 확보할 수 있게 됐읍니다."

-정보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고급 지식을 갖춘 전문가도 중요하겠읍니다만, 국민 일반이 정보화 사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 이른바 컴퓨터 마인드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인들이 정보산업 기술을 대하는 태도랄까,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영국정부 안에 정보기술을 다루는 부처가 있읍니다. 이곳에서 일반대중을 상대로 정보산업, 정보기술의 중요성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저는 인위적인 그같은 홍보노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뭏든 그런 작업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정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전략적인 얘기가 되겠읍니다만, 정보산업도 세분하면 다양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정보산업 전분야에 걸쳐 최고수준을 지향하기 보다는 선별적으로 진흥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영국 정보산업의 특성이랄까 능력에 견주어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동감입니다. 우선 쉽게 말하면 반도체를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기술은 우리보다는 아마도 한국이 더 앞설 것입니다. 또 컴퓨터 주변기기와 표준형 하드웨어 등과 같은 대량생산분야에서 영국은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반면에 자본이 덜 들고, 머리를 많이 쓰는 분야, 예를 들어 인공지능개발의 당면과제인 자연언어에 있어서는 영국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공학 이라든가 인공지능 병렬추론 컴퓨터 등의 분야에선 아마도 미국보다도 앞서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한국에 관해서 잠깐 언급하셨읍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데에서도 한국과 영국의 협조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도 나름대로 정보산업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특히 반도체의 대량생산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에 와있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분야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도 있지요. 따라서 영국과는 대조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상호보완의 관계를 맺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금년 4월에 한국에서 정보기술협력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사절단이 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3월에는 서울에서 영국 정보기술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어요. 앞으로 양국간의 협동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리라고 확신합니다."

테임즈강이 눈아래 내려다 보이는 런던의 중심가 사무실에서 만난 '오클리'씨는 앨비계획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면서 추진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뜻을 피력했다. 생각보다는 정부 기업 대학 3자의 협동체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클리'씨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주로 컴퓨터분야를 다루는 정부기관에서 활동하다가 1978년에는 과학공학 연구위원회의 간사를 맡아보기도 했다. 1983년 앨비계획이 시작되면서 상공부쪽의 책임자가 된 것은 그의 경력에 비추어 수긍이 될듯.

앨비계획이 장차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곧 큰 사무실로 옮기게 됩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내는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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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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