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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의 출생장소는 도자기 굽는 가마

발명가의 즐거움은 자신의 발명이 엉뚱한 곳에 사용돼 더욱 빛을 볼 때이다. 그런 면의 대표적 발명 중에 하나는 아마도 시멘트로 보인다.

미국의 시카고나 뉴욕은 고층 빌딩의 숲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사실 19세기 중순까지 만해도 1백m 이상의 건물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전세계는 고층 빌딩들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특성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층빌딩을 건설할 수 있는 재료인 시멘트와 콘크리트 건축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점토가 주성분인 흙벽돌은 물을 섞으면 입자들 속의 빈 공간이 없어지면서 밀도가 높아지고 이후 물이 증발되면서 입자들이 단단해진다. 그러나 시멘트는 기존 건축재료인 흙벽돌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건축재료이다. 시멘트는 수화작용으로 물과 결합하면서 강도를 주는 칼슘실리케이트(CaSiH)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을 형성한다. 시멘트가 세월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것은 일단 굳어진 시멘트 속에서도 계속적인 결합작용이 일어나 칼슘실리케이트의 양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멘트는 원래 건물을 짓기 위해 발명된 것이 아니다. 시멘트는 1756년 영국의 존 스미턴이 발명했는데, 그는 흙으로 만든 도자기를 불 속에서 구으면 단단해지는 것에 착안해 점토질이 섞인 석회석을 불에 구워 가루를 낸 후 물에 섞었다. 이 재료는 놀랍게도 일단 물기가 사라진 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 신물질은 색깔이나 모양이 포틀랜드 섬에 있는 석재와 비슷하여 '포틀랜드 시멘트'라고 불려졌다.

1867년 프랑스의 모니에는 흙으로 구워서 만든 질그릇 화분이 자주 깨지자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후 물을 넣었다. 예상대로 콘크리트 화분은 매우 단단했지만 끌어당기는 힘에 약했고 역시 잘 부서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사그물을 넣었더니 콘크리트 화분은 매우 견고해졌다.

20세기 마천루 시대의 개척자

그러나 모니에가 화분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에 만족하는 동안 독일의 바이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모니에의 특허 중에서 철사 대신에 철근을 넣는다면 보다 강도가 높을 것이며 이 재료를 토목공사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모니에에게 접근하여 그의 특허를 산 후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변형시켰다.

한편 프랑스의 건축기사인 안느비크는 더욱 대담한 생각을 했다.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면 고층건물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특허로 제출했고 1892년에 특허를 얻었다. 존 스미턴이 시멘트를 발명한지 1백30년이나 지나서 드디어 시멘트의 대량 사용처를 찾은 것이다.

1871년에 시카고에서 일어난 화재로 시가지의 2/3가 완전히 전소됐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여론은 19세기 말 미국의 호황기에 부흥했고, 고층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가들의 모임인 시카고학파들은 새로운 고층건물 구조법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설리번을 정점으로 하는 시카고학파는 철근콘크리트가 고층 건물을 짓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새로운 건축에 철근콘크리트기법을 사용했다. 20세기를 대표할 수 있는 마천루 시대를 연 것이다.

지하에 있는 스미턴이 더 기뻐할 일은 자신의 발명이 또 한번 수많은 사람들의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콘크리트의 수명이 1백50-2백년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고층건물을 철근콘크리트로 건설하는 것을 반대했다. 고층건물을 해체하는 것이 건설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오히려 고층건물 건설을 촉진했다. 그것은 수십 층의 건물일지라도 단 5-15초에 해체할 수 있는 발파해체공법 등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발파해체 공법은 공사기간이 짧고 소음과 진동이 적은데다가 경제적이므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고층건물의 해체에 사용되고 있다. 고층건물이라도 해체하는 방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철근이나 철골콘크리트 공법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좋은 발명은 발명가가 죽어서도 계속 빛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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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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