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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혁신의 열쇠... 사람들은 왜 애플카에 열광할까.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개발하고 있다는 지난해 12월 21일 영국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애플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 증권 시장이 요동치고,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애플카 제조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큰 관심을 모았다. 애플이 만들면 무엇이 다르기에 사람들은 이토록 애플카에 열광하는 걸까.

 

 

로이터 통신은 애플이 자체 설계한 ‘모노셀(monocell)’ 방식 배터리를 애플카에 탑재해 안전성은 높이고, 주행거리는 더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노셀은 양극 소재로 리튬인산철(LFP)을 사용하고, 배터리 소재를 담는 파우치와 모듈을 없앤 일체형 디자인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애플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을 것(혁신일 것)”이라고 전했다.


배터리는 전기차에 동력을 제공하는 ‘심장’이다. 제조 원가도 전체 원가의 약 40%를 차지해 전기차 양산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 현재 전기차의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이차전지다. 이때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리튬을 가능한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양극 소재가 필요하다. ‘니켈코발트망가니즈(NCM)’이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을 양극 소재로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리튬인산철을 사용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크게 분류된다.  


리튬인산철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소재다. 이상민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리튬인산철은 가격이 저렴하고 열안전성이 높아 (외부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 폭발할 가능성이 낮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운행거리가 짧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운행할 수 있는 최대거리인 항속거리가 평균 100~300km로 삼원계 배터리의 항속거리(평균 400~600km)보다 짧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그동안 주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해왔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폭스바겐, 다임러 등 유럽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리튬인산철의 단점을 배터리 구조로 극복하려는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기본 배터리 셀(cell)을 여러 개 묶어 모듈(module)을 만들고 이를 다시 여러 개 연결해 배터리 팩(pack)을 구성하는데, 중간 단계인 모듈을 없애고 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해 곧바로 배터리 팩을 만들려는 전략(cell to pack 기술)이 예상된다. 이 센터장은 “모듈을 없애면 모듈 각각을 감싸는 외장 하드웨어, 전압, 전류 및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회로나 냉각시스템에 필요한 부가적인 하드웨어 등이 간소해진다”며 “새롭게 늘어난 공간에 셀 집적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배터리 팩의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모노셀 계획이 보도되자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는 이미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며 “모노셀은 전기화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최대 전압이 너무 낮다”고 적었다. “거대한 하나의 배터리 셀로 배터리 팩을 만드는 수준의 혁신은 불가능함을 강조한 셈이다. 실제로 현재 액체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전지 기술로는 하나의 전지로 전기차 모터를 구동할 수백V 전압을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테슬라가 새로 개발한 ‘탭리스 배터리’ 계획을 발표했다. 탭리스 배터리는 전원 공급 장치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탭’을 제거해 전자의 이동 효율을 높인 배터리다. 저항이 낮고 열 분산 효과가 있어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 주행거리가 16% 향상된다. 하지만 탭리스 방식이 기존에 없던 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 센터장은 “배터리 내에 모듈을 없애는 아이디어도, 탭리스 방식도 모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라며 “이를 적용해 대량생산까지 성공하는 것이 결국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카는 일반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 전기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외부 환경과 차량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눈’ 역할을 할 센서가 중요하다. 민경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율주행시스템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애플은 카메라나 센서 분야의 기초 기술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며 “이것들을 당장 차량에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자율주행 기술 선도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해 10월 12일 발표한 ‘아이폰 12 프로’에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와의 거리를 알아내고 공간을 3차원(3D)으로 파악하는 센서다. 전파를 쏴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더와 원리는 유사하나 라이다는 레이더보다 공간 분해능이 훨씬 뛰어나다. 아이폰 12 프로의 라이다는 주변 5m의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한다. 이는 증강현실(AR) 등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준다.


라이다 센서는 고성능 카메라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낸다. 카메라는 물체의 종류를 분류하는 데 능하고, 라이다는 물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기업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가 이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웨이모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개발 초기 라이다 1대의 가격은 약 8000만 원에 달했다. 머스크는 여기에 불만을 품고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차량에 자율주행 AI용 시스템 온 칩(SoC)을 탑재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 세계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들의 주행 데이터로 기계학습을 마친 AI가 카메라와 레이더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게 함으로써 자율주행차의 ‘머리’를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민 책임연구원은 “오늘날 개발되는 자율주행차는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일의 절반 이상을 AI가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애플카를 위해 AI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할 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애플이 아이폰, 맥, 에어팟 등을 개발해온 역사를 보면 전 세계 다양한 제조 기업들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외주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애플도 상당한 칩 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애플이 자체 설계해 지난해 11월 출시한 애플 실리콘 ‘M1’이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사용해 하나의 칩에 CPU와 GPU는 물론, 기계학습을 지원하는 뉴럴 엔진과 메모리, 보안 칩, 각종 입출력 컨트롤러까지 약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다. 10~14nm 공정을 사용하는 인텔 CPU를 이미 크게 앞질렀다는 평가다. 

 


애플은 디자인이 특출한 하드웨어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드는 제조사다. 애플이 개발한 각종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 프로그램들은 촘촘히 연결돼 일종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차량용 소프트웨어에도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범위가 넓다. 차량을 움직이고 나아가 자율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는가 하면, 탑승자의 편의와 콘텐츠 소비를 돕는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차량을 외부와 연결하는 통신 소프트에어도 있다. 


애플은 무엇보다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이 2014년에 개발한 차량용 OS ‘카플레이’는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해 차 안에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앱 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거의 무한히 쌓아놓은 애플이 유리한 건 당연한 얘기다.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애플이 이제는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도전하고 있다”며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폐쇄형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을 지향해온 애플이 개방형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어떤 혁신을 이룰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카의 예상 출시 시점은 2024년이다. 애플이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한 후 애플카의 출시 시점이 소문으로나마 명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사람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사람들은 애플카가 기술적으로 테슬라나 구글의 자율주행차보다 얼마나 뛰어날 지보다 애플카가 우리를 얼마나 매료시킬지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뒤늦게 나타난 아이폰이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하며 세상을 완전히 바꿔놨듯, 애플카가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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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디자인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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