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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업데이트] 전파 빠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

 

기존보다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보건당국과 바이러스 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에 일부 변화가 일어나면서 단백질 조성과 구조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 바이러스를 뜻한다. 기존에도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는 무수히 많이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변이는 바이러스의 임상적, 역학적 특징에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변이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바이러스 침투력을 강화할 잠재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아직 전파 특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실험결과가 충분하지 않고 치명률 등 바이러스 독성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나친 우려는 자제하되,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남아공,브라질에서 각각  발견된 전파 빠른 변이 


이번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초 영국 남동부지역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강한 이동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런던 남동부에 위치한 켄트 지역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영국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게놈을 해독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초기에 ‘2020년 12월 조사에 들어간 첫 번째 변이’라는 뜻의 VUI 202012/01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이후 ‘2020년 12월 등록된 첫 번째 관심 변이’라는 뜻의 VOC 202012/01로 불리고 있다. 영국의 게놈 해독 결과를 토대로 ‘B.1.1.7’이라는 계통수 번호로 불리기도 하고, 변이가 일어난 주요 아미노산의 번호를 이용해 ‘20I/501Y.V1’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놈 해독 결과를 토대로 역추적해 보면 이 변이가 영국 남부에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해 9월 20일경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11월 중순까지는 눈에 띄는 확산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말 이후 런던 근교를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전파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연말에는 이 지역 신규 환자의 약 60%가 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을 정도로 널리 확산했다. 1월 초 기준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한국도 지난해 말부터 환자가 확인됐다.


이 변이의 첫 번째 특징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아미노산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구조를 결정하는 재료다. 바이러스 게놈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 따르면, 이 변이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2곳의 아미노산이 사라지고 7곳의 아미노산이 다른 아미노산으로 대체돼 총 9곳에서 아미노산 변이가 발생했다. 1월 19일까지 20만 개 이상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해독한 영국의 ‘코로나19 유전체학 컨소시엄(COG-UK)’이 지난해 12월 2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파이크 단백질 외의 변이까지 포함할 경우 총 17곳의 변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물질(RNA)의 염기서열은 변했지만 아미노산은 바뀌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모두 23곳에서 변이가 일어났다.


바이러스에서 변이는 흔한 현상이며 여러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동시에 23곳의 변이가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새로운 종에 버금가는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게놈을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약 3만 개로, 이 가운데 23개가 달라져도 염기서열 차이는 0.08%에 불과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비슷한 바이러스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꼽히는데, 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차이는 20.5%다.

 

 

변이 수보다는 ‘치명적 위치’ 변이가 영향 커


바이러스 변이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아미노산 변이 여부와, 그 변이가 발생한 위치다. 이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23개의 염기서열이 변이 가운데 6개는 아미노산을 바꾸지 않는 변이다. 이런 변이는 의미가 없다. 악보에 비유하면, 악보를 필사하다 음표를 잘못 옮겼지만 우연히 화음은 원래대로 유지돼 연주에 영향이 없는 경우와 같다. 나머지 17개가 아미노산을 바꿨는데, 이 가운데 8개는 바이러스의 침투와 별 관련이 없는 단백질에서 발생해 바이러스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9개만이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발생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전체 아미노산 가운데 0.8%다. 그나마 이 가운데 5개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기둥 부위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에서 발생한 변이로 별다른 구조 차이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4개의 변이만이 바이러스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잠재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변이는 N501Y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501번 아미노산을 아스파라긴(N)에서 티로신(Y)으로 바꿨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는 세포 표면 수용체 단백질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결합하면서 침투를 시작하는데, 이 때 결합에 핵심 역할을 하는 ‘수용체결합부위(RBD)’의 구조를 변화시켜 전파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됐다. 20H/501Y.V2라고 불리는 이 변이는 이 외에 2곳의 RBD변이(E484K, K417N)를 추가로 갖고 있다. 1월 초 일본에서 발견돼 화제가 된 브라질 변이(20J/501Y.V3) 역시 이 변이와 E484K, K417T 변이를 갖고 있다.


또 다른 변이 두 개는 아미노산이 합성되지 않은 결손 변이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69~70번 아미노산과 145번 아미노산이 각각 제거됐다(69-70del, 145del). COG-UK는 69~70번 아미노산 결손이 인체세포의 면역 반응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라빈드라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은 이 변이가 혈장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난해 12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 논문에서 주장했다. 145번 아미노산 결손은 스파이크 단백질 표면 구조를 변화시켜 항체 효능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GISAID는 추정했다.


마지막 변이인 P681H는 681번 아미노산이 프롤린(P)에서 히스티딘(H)으로 바뀐 변이다. 이 아미노산은 스파이크 단백질 끝 부분에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러스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부위에 위치해 요주의 변이로 꼽힌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 단백질의 결합 이후 인체세포 표면의 가수분해효소(TMPRSS2)를 이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 인체세포막에 융합하며 침투한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보고서에 따르면, P681H 변이는 인체세포 표면 가수분해효소가 결합하는 부위에 자리잡고 있어 이 과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바이러스와 세포막의 융합 메커니즘을 바꿀 잠재성이 있다.

 

 


전파력 차이 예상되지만 연구 더 필요… 백신은 영향 없을듯


이 변이가 바이러스의 기능과 역학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바이러스 독성에는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부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임상 정보를 토대로 “변이 바이러스가 치명률을 높이거나 중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화이자 등 승인을 받은 백신의 효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때 변이 바이러스가 어린이 감염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후속 조사에서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현재 유일하게 임상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특성은 전파력이다.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많은 지표가 전파력을 높일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검체에서 바이러스 양이 더 많이 검출됐다고 밝혀 지난해 12월 27일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체내 바이러스 양은 측정 오차가 많아 주의해서 해석해야 하고 체내 바이러스 양 증가가 반드시 전파력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바이러스 양이 늘면 방출량도 늘어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델링 결과도 전파율이 높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신종호흡기질환바이러스위협자문위원회(NERVTAG)의 모델링 결과를 토대로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기존보다 1.7배 높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명의 환자가 얼마나 많은 추가 환자에게 감염을 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최소 0.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역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경우 감염재생산지수를 0.4~0.7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12월 말 보고서에서 밝혔다.


다만 1.7배라는 수치는 다소 과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정부가 12월 28일 발표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와 있던 접촉자 가운데 실제로 감염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2차 전파율(2차 어택레이트, SAR)’이 변이 바이러스는 15.1%인 반면 기존 바이러스는 9.8%로 측정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전파율은 약 1.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변이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증가시키지 않고 백신 효능에도 영향이 없다.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찰과 확산을 막을 대비는 필요하다. ECDC는 “독성이 더 강하지 않더라도 전파력이 향상되면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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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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