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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

중고등 천문학/마지막회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미래는?

은하들은 형태에 따라 분류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모양에 따른 분류인 것이지 은하의 진화 이론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보통의 나선은하는 중심부에 핵이 있고 나선팔이 양쪽에서 휘감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은하핵을 중심으로 빗장을 가로지른 듯한 모습을 가진 막대 나선은하들도 많이 관측되고 있다. 타원은하는 이름 그대로 별들이 타원형으로 모인 은하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Hubble)은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타원은하들은 편평도에 따라 구형의 E0형부터 가장 길쭉한 E7형까지 8단계로 분류했다. 그리고 보통의 나선 은하들은 나선팔의 발달한 정도와 중심핵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S0 Sa Sb Sc로, 막대나선은하들은 SBa SBb SBc로 각각 나누었다.

은하들은 최고 수만개씩 모여서 은하단을 이루는데 그 지름이 무려 수천 광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예로 처녀자리에 있는 은하단은 중심이 우리로부터 약 7천만광년 떨어져 있으며 약 2만개의 은하로 구성돼 있다.

은하단들은 모여서 또 다시 초은하단을 만드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초은하단과 더 큰 우주의 구조에 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독자는 은하들의 세계를 특집으로 다룬 '과학 동아' 92년 7월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림1) 허블의 은하분류


팽창하는 우주

1929년 허블은 윌슨(Wilson) 산 천문대의 망원경을 사용해 은하들을 관측한 결과 놀라운 우주의 비밀을 발견했다. 모든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은하들은 방향에 관계없이 거리 r에 비례하는 속도 v로 후퇴하고 있었다. 즉 비례상수를 허블의 첫글자를 따서 H라 하면 v와 r사이에는

v=Hr

과 같은 관계가 성립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로부터 1Mpc(메가파섹) 떨어진 은하가 초속 1백㎞로 멀어진다면 H=100㎞/(초·Mpc)이 된다. 여기서 1Mpc=${10}^{6}$pc이다(1pc≒3×${10}^{18}$㎝≒3.26광년). 앞에서 예로 든 은하보다 2배 더 먼 2Mpc 떨어진 은하는 2배 더 빠른 속도인 초속 2백㎞로 멀어지고 있어야 한다.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도플러(Doppler)효과라는 파동의 물리학이 쓰인다. 우리는 종종 철로 옆에서 빨리 지나가는 기차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기억해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기차가 우리를 향해 달려올 때는 점점 높이 올라가던 소리가 기차가 우리를 지나치자마자 뚝 떨어지는 현상이다. 즉 '빠ㅡ'하고 올라가던 기적은 기차가 우리를 지나면 '앙ㅡ'여운을 남기며 낮아지는 것처럼 들린다. 이 소리는 흔히 라디오 연속극에서 여행을 의미하는 효과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플러 효과란 바로 이것을 말한다. 도플러 효과를 (그림2)에서 처럼 알아보자. 그림에서 기차가 A점에서 낸 소리는 원A를 그리며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기차는 그림의 오른쪽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B점에서 소리를 내게 될 것이고, 그 소리는 역시 원B를 그리며 퍼져나갈 것이다. 여기서 원A는 퍼져나갈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에 원B보다 더 큼에 유의하자. 이하 C점 D점 그리고 원C 원D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에서 기차가 진행하는 방향(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들을 때 음파의 파장은 압축되어 원음의 경우보다 짧아진다. 소리에서 짧은 파장이란 곧 높은 소리를 의미하므로 기차 소리는 점점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기차가 지나간 뒤에 있는 사람은 원음보다 긴 파장의 소리, 즉 낮은 소리를 듣게 된다.

도플러 효과는 파동의 공통 현상이므로 발광체가 우리를 향하여 접근하거나 멀어지면, 우리가 관측하는 빛의 파장도 음파의 경우와 같이 짧아지거나 길어진다. 빛의 경우 긴 파장은 스펙트럼에서 빨간색 쪽에, 짧은 파장은 보라색 쪽에 해당된다. 따라서 발광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질 때는 빨간쪽으로(적색편이), 가까워질 때는 보라색 쪽으로(청색편이) 빛의 파장이 바뀌어야 한다.

즉 허블은 먼 은하일수록 더 큰 적색편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림2) 도플러효과의 원리


우주의 나이 논쟁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우주를 '팽창 우주'라고 부른다. 물론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우주의 부피에 초점을 맞추어 지어진 이름이다. 따라서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향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우리에게 다가와 모두 한 곳에 모여야 한다.

바로 그 순간을 우리는 '태초'라고 부른다. 태초가 지금으로부터 얼마 전이었는지는 전적으로 H가 값이 얼마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우주의 나이는 대략 1/H로 주어지기 때문이다(왜 그런지 단위를 중심으로 한 번 생각해보라). 따라서 H가 커지면 우주의 나이는 짧아지고 H가 작아지면 우주의 나이는 더 길어진다.

H값이 얼마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논쟁이 한창이다. 현대 우주론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남부에서는 H=100㎞/(초·Mpc),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북부에서는 H=50㎞/(초·Mpc)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H=100㎞/(초·Mpc)인 경우 우주 나이 1/H는
1/H≒3×${10}^{18}$×${10}^{6}$㎝·초${10}^{18}$/(100×${10}^{5}$㎝)
≒3×${10}^{17}$초
≒${10}^{10}$년(1백억년)
으로 계산된다. 마찬가지로 H=50㎞/(초·Mpc)인 경우 우주 나이는 2백억 년이 된다.

호킹(Hawking)과 같은 대부분의 '관망파'들은 중도적인 입징에서 H=75㎞/(초·Mpc)이라고 말한다. 호킹이 자기의 저서나 논문에서 우주의 나이가 1백50억년이라고 적고 있는 이유도 단지 이것이다. 우주론에서 나오는 수치들은 대개가 이만큼 부정확한 것들이다.

1백억년 전이었든 2백억년 전이었든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밀도가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워야 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 상태에서 '대폭발'(Big Bang)을 일으켜 팽창 우주가 되었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정설이다. 태초의 우주가 모든 면에서 지금과 마찬가지였다는 우주론이 한 때 제시되기도 했다. 즉 우주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높은 밀도와 온도를 피할 수 있다는 줄거리를 갖는 우주론이다. 따라서 시간이 제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우주론을 '연속 창생'(Continuous Creation)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BB(Big Bang)가 맞느냐 CC(Continuous Creation)가 맞느냐"하는 역사적인 논쟁에서 BB가 CC를 이기는 데는 60년대 초 미국의 펜지아스(Penzias)와 윌슨(Wilson)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배경복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우주배경복사란 태초의 뜨거운 우주 속에 고르게 퍼져 있던 빛이 절대온도 3도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갖도록 식어버린 것을 말한다.

수수께끼의 암흑물질

그 후 거의 30년이 지난 오늘 이에 버금가는 발견이 이루어졌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우주 초기 '물질의 요동'(ripples of matter)을 코비(COBE, Cosmic Background Explorer)라고 명명된 관측 위성이 발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질의 요동이란 태초 직후 은하들이 우주 공간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지는, 은하형성의 모습을 의미한다. 사실 태초 직후 어떻게 은하들이 태어났는지에 관해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 발견은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우주론에 이처럼 미완성인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주의 대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눈에 밝게 보이는 은하들은 이 우주에 있어야 하는 질량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의 소경이나 진배없는 인간들이 우주를 바라보며 우주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물질을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고 부르는데 천문학자들은 아직까지 확실히 그 정체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의 운명은 암흑물질이 결정한다. 암흑 물질이 어느 양보다 많으면 우주는 팽창을 멈춘 후 다시 수축해 대폭발의 반대인 '대함몰'(Big Crunch)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온 우주가 검은구멍을 이루며 영원한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약 2만개의 은하로 형성된 처녀자리 은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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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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