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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당신의 표정을 진화로 설명하다

 

누가 고양이를 도도하다고 했던가. 나와 동거 중인 고양이 미미는 평소에도 사람한테 치대는 걸 좋아하는 ‘개냥이’다. 미미는 같이 누워서 자기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는 걸 특별히 좋아하는데, 내가 목덜미를 살살 긁어줄 때마다 뒷발을 허공에 휘적인다. 마치 뒷발로 긁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행동은 모든 고양이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본능인데, 기분이 좋다는 의미다. 이런 날은 ‘츄르’ 같은 간식을 주지 않아도 꼭 내 곁에서 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감정을 얼굴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낸다.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거나, 당혹스러울 때 머리를 긁적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진화학자인 찰스 다윈은 이들이 표현하는 감정이 학습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과 동물이 보편적으로 가진 행복,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표현할 때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과 몸짓이 똑같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런 공통된 표현이 하나의 효율적인 의사전달 체계로써, 우리가 다양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분석했다.


이 책은 1872년에 출간됐다. 당시 다윈은 자신의 진화론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선천적인 감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의 감정표현을 연구하기 위해 아동과 정신 질환 환자, 선천적인 맹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관찰했다.  동물원의 동물과 가축, 반려동물 등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동물도 최대한 활용했다. 특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동물의 경우 어찌나 자세히 관찰을 했던지, 지금보면 강형욱 반려동물훈련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섬세히 묘사했다.


물론 일부 한계도 있다. 인간이 가진 감정을 동물도 똑같이 가진다는 의인화를 전제로 삼은 것이 문제였다. 동물의 감정을 인간에 대입할 수 있는지,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다윈은 인간의 감정 용어를 그대로 동물에도 투영했다. 이는 그의 동물 관찰 대상이 대부분 반려동물이나 계통적으로 인간에 가까운 종에 국한됐기 때문일 수 있다.


감정에 대한 분석이 본성과 양육 중 본성(선천적 영향)에만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도 있다. 20세기 존 왓슨의 행동주의가 퍼지면서 다윈의 주장은 더욱 갈 길을 잃었다. 행동주의는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한계에도 다윈의 연구는 인간과 동물의 연속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다윈의 통찰은 현대에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만 박사로 대표되는 미세표정학과 진화심리학 등에 의해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애초에 다윈이 의도한 대로 감정 표현도 진화과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 책은 학술적 의미와 더불어 출판계에서도 의미가 깊다. 기계식 복사기로 삽화와 사진을 인쇄해 넣은 최초의 대량생산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다윈은 책의 곳곳에 그림을 넣어 글로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나 인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그 덕분에 생물학이나 진화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대중서가 탄생했다.

 

1986년 4월 26일 오후 1시 24분. 우크라이나 북서부의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곧바로 원자로는 산산조각 났고, 방사성 물질은 4.5km 높이의 공중으로 퍼졌다. 바로 31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이다.


방사능의 위력은 생명체의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폭발과 함께 방사성 물질이 주변 숲으로 퍼졌고, 피폭된 동물은 돌연변이가 돼 나타났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지 못한 체르노빌은 여전히 통제구역으로 남아있다.


식물이 가장 먼저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방사능에 적응하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냈다.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자라는 콩은 중금속에 결합해 식물을 보호하는 단백질을 일반 콩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역경에 맞서는 특별한 저항력을 개발한 것이다.


오랫동안 출입 통제구역이었던 체르노빌은 이제 옛 소련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서식지가 됐다. 식물들이 먼저 터전을 닦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동물의 눈으로 보면 평생을 한곳에 머무르는 식물은 자칫 단조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식물생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스테파노 만쿠소는 ‘진정한 개척자’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지구상에서 식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유기체로, 지금까지 극지방의 빙하, 뜨거운 사막, 산봉우리를 가리지 않고 정복했다. 사람을 비롯한 그 어떤 동물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그 어떤 여행가보다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볐던 식물들의 모험을 만날 수 있다. 조용하지만 용감했던 식물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202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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