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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웃게 하자

근육 자극해 긴장 풀어주는 침술

척추측만증이나 디스크 같은 만성적인 척추질환이 없는 사람도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해 아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허리 통증은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면서 척추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생긴 증상이다.

한의학으로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에는 침과 한약이 있다. 대개 허리가 아플 때는 한약보다는 침 치료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한의학에서는 두 치료법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허리 통증도 오장육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소변 줄기가 힘이 없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허리가 은근히 아픈 경우에는 신장이 약한 것으로 보고 신허(腎虛) 요통으로 진단한다. 이때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한다.

하지만 갑자기 허리가 아플 때는 침 치료만큼 효과가 빠른 것이 없다. 무슨 이유일까.

경혈과 경락은 없다?

침술의 기원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 전부터 인류가 질병을 앓을 때 어떤 부위를 문지르거나 자극을 주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런 경험적인 치료 방법이 누적돼 침술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함경북도 경흥군 웅기면 송평동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돌과 동물의 뼈로 만든 침이 출토돼 꽤 오래 전부터 침 치료를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신체 표면의 특정 부위에 불쾌한 감각이나 피부 이상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인체 내부 구조와 외부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관관계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 침술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침술을 얘기할 때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을 빼놓을 수 없다. 경락은 우리 몸의 기와 피가 순환하는 길이라는 한의학의 독특한 개념이다. 기와 피가 우리 몸에서 잘 흐르면 건강한 상태다. 그러나 기와 피가 어느 곳에 정체되면 그 부분의 장기에 질병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경락에는 기가 모이는 점이 있는데 이를 경혈이라고 한다. 침 치료는 바로 이런 경혈점을 자극해 기와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경혈은 오래 전부터 경험으로 터득해왔고, 비슷한 치료 작용을 하는 경혈들을 선으로 이어 경락의 개념이 생겼다. 경락은 일반적으로 ‘맥’으로 부르는 경맥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며 안으로는 오장육부를 연결하고 있다. 신체 표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락은 모두 14쌍이며, 경혈의 수는 361쌍이다.

그런데 경혈과 경락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기능설과 기질설의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기능설은 경혈과 경락이 형태학적인 구조라기보다 기능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눈으로 보이는 구조는 아니지만 여러 피부 부위의 전기저항을 측정해 전기가 특히 잘 통하는 점들을 선으로 이으면 경락과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반면 경혈과 경락이 해부학적으로 실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1960년대 북한의 의학자 김봉한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김봉한은 전자현미경으로 경락의 실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봉한관’과 ‘봉한소체’라고 이름을 붙여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여러 의학자들이 김봉한의 실험을 재현했지만 경락의 실체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아 그의 연구는 잊혀졌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김봉한이 밝혔다는 경혈과 경락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경혈과 경락이 해부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정설로 입증되지 않았다.
 

한순간 허리를 삐끗해 갑자기 욱신욱신 푹푹 쑤셔온다. 물리치료를 받을까, 침을 맞을까. 고민하지 말고 침을 맞아 보자. 침은 근육 속으로 들어가 근육을 자극해 즉시 이완시킨다. 물리치료보다 근육이완 효과도 오래 유지된다.


할머니 손은 약손

침술의 효과가 세계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중국에서 수술할 때 마취약 대신 침술마취를 이용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침술의 효과가 단지 심리나 최면술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 밝히려는 시도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침술의 효과는 한마디로 ‘할머니 손은 약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아이는 배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할머니가 약손이라며 손으로 아이의 배를 쓰다듬으면 통증이 덜해진다. 물론 여기에는 플라시보(placebo)효과가 작용한다. 심리적 영향이 큰 것이다. 하지만 쓰다듬는 자극 자체가 통증을 줄이기도 한다. 쓰다듬음으로써 통증에 대한 감각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침술의 효과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은 1965년 월과 멜작이 발표한 ‘관문조절설’(Gate Control Theory)이다. 관문조절설은 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뿐 아니라 전기자극방법에 의한 물리치료의 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관문조절설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통증 감각은 지름이 작은 감각신경 섬유를 통해 척수로 들어오는데, 이때 지름이 큰 감각신경 섬유를 자극하면 척수 뒤쪽에 있는 관문을 닫아 통증을 못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침으로 인한 자극이 통증신호가 뇌에 이르는 것을 차단한다는 말이다.

물론 관문조절설은 침의 효과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론일 뿐, 통증에 대한 침 치료의 지속적인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는 미흡하다.

근육 깊숙이 자극하는 것이 비결

만성 허리 통증이 생기는 원인이 있다면 이를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만약 디스크에서 돌출된 추간판이 신경근을 압박해 허리에 계속해서 통증을 유발한다면 이런 원인을 제거해야 통증이 사라진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크기는 단순히 통증의 자극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추간판 돌출이 심하지 않아도 허리 통증은 매우 클 수 있다. 반면 디스크 상태가 심하더라도 통상적인 물리치료만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임상치료를 하다보면 통상적인 치료만으로는 허리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찜질, 전기자극치료, 척추 교정 등 여러 치료법으로도 근육의 긴장 상태가 쉽게 호전되지 않는 경우다.

이는 대부분이 허리와 관련된 여러 근육이 만성적으로 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근육에 직접 침을 놓으면 효과가 빠르다.

어릴 때부터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침을 맞아야 한다는 것은 치료받는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침 치료는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을 갖고 있다.

보통 신체 표면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물리치료로는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지 않다. 반면 근육 속으로 들어가는 가는 침은 근육을 자극해 즉시 이완시키며, 근육 이완 효과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시킨다.

침이 들어간 부위에서는 수μA(마이크로암페어) 정도의 전류를 발생시키는 전위가 생기며 이 자극은 며칠동안 지속된다. 더구나 다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허리 근육의 긴장상태를 해소하는 데는 침 치료가 제일 좋은 방법이다.

생활약탕기

허리 통증이 있을 때 아픈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다른 부위보다 훨씬 아프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이 부위가 침구학에서 말하는 ‘아시혈’(阿是穴)이다.

아시혈은 질병이 있을 때 이와 관련된 신체 표면에 나타나는 압통점을 말한다. 아시혈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많이 감소한다.

대체로 척추를 따라 양 옆의 1~2cm되는 곳을 손가락으로 눌러 직접 아시혈을 찾아낸 다음 손가락으로 지압해서 근육을 풀어주면 좋다.

허리 통증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큰 원인이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부위 근육의 긴장을 틈틈이 풀어주도록 하자.

단 몸이 뚱뚱하다면 허리에 더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먼저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200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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