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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 파트너] 버려지는 에너지 모아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사람은 가만히 있을 때에도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12개를 켤 수 있는 120W가량의 열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호흡 등으로 운동에너지도 나오죠. 이런 에너지 상당수는 그냥 버려지는데, 이를 모아 웨어러블 장비를 구동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지난해 12월 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변환소재연구실에서 만난 이주혁 에너지공학전공 교수가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보이며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를 모아 미세전력원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수확)’ 기술을 연구 중이다.


미래 에너지 기대주, 에너지 하베스팅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태양열, 바람 등 자연에 존재하거나 사람의 움직임 또는 생명활동 등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모아 사용하는 기술이다. 1954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처음 제안된 개념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태양전지, 풍력발전소 등 친환경 발전도 에너지 하베스팅의 범위에 포함된다. 실제로 연구 초기에는 태양열처럼 자연의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아주 작은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회전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얻거나 지하철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진동을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미세한 에너지를 굳이 수집하는 이유는 인체에 장착할 수 있는 작은 전자장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장비가 발달하면서 이동에 따른 제약 없이 전자제품을 작동시킬 필요성이 늘고 있다.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나날이 작고 얇고 유연해지고 있는 전자장비에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크고 용량도 작다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이런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교수팀은 특히 인체에서 만들어져 버려지는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신체나 옷 등에서 운동에너지는 물론 마찰에 의한 정전기 형태의 전기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하베스팅 분야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연구되는 대부분의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는 초당 μW(마이크로와트·1μW는 100만분의 1W)수준의 에너지를 낸다. 소형 전자제품에 적용하려면 mW(밀리와트·1mW는 1000분의 1W) 수준까지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 에너지 하베스팅의 효율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에너지 전환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소재 개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하베스팅 앞당길 열쇠는 재료에


현재 주로 연구되는 에너지 수확 방법은 물체에 압력을 가할 때 전기가 발생하는 압전 효과와 정전기의 발생 원리인 마찰대전 효과를 이용한 방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마찰대전 방식은 압전 방식보다 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피부에 접촉하면 정전기가 발생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 이 교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재료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는 주로 압전 효과를 위해 사용되던 강유전체를 마찰대전 재료로 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하베스팅 장치를 만들었다.


강유전체는 외부의 전기장이 없어도 양극성과 음극성이 분리된 상태(분극)를 띠는 소재로, 전기장을 이용해 분극의 방향과 크기를 제어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강유전체에 강한 양극성 혹은 음극성을 부여한 뒤 마찰대전 효과를 일으키면 기존 재료 대비 효과가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기술은 피부와 접촉했을 때 불쾌한 정전기가 생기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피부는 매우 높은 양극성이 있다. 다른 물질과 마찰할 경우 양전하가 피부로 이동해 축적돼 쉽게 정전기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강유전체에 높은 양극성을 부여한 뒤 피부와 마찰하면 피부에 쌓여있는 양전하를 줄일 수 있어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다. doi: 10.1002/adma.201502463


압전 재료 중에서 현재 이 교수가 관심갖는 분야는 아미노산, 단백질, 핵산 등 생체 압전 재료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 물질은 압전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인체 내에 삽입해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체삽입형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현재 인공장기와 체내 진단장비 등은 배터리로 구동돼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며 “여기에 생체 압전 재료처럼 인체적합성이 높은 소재를 이용한다면 배터리 교체 수술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 하베스팅의 역할이 미래 사회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앞으로 에너지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에너지 하베스팅은 단순히 우리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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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이병철 기자
  • 사진

    이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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