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한 해가 저무는 12월입니다. 여러분의 질문을 받아 과학적인 팩트를 살펴보는 코너 ‘아무나 못하는 팩트체크’ 마지막화는 지금까지 들어온 질문 중 다소 엉뚱한 질문을 꼽아 풀어보는 ‘이그노블(ignoble) 팩트체크’로 꾸며 봤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주제를 탐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 떠오른다고요? 패러디 맞습니다.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과학동아가 운영하는 사이언스 보드 홈페이지(www.scienceboard.co.kr)에는  총 105개의 팩트체크 의뢰가 올라왔는데요. 이 중 ‘뚝 하는 소리를 자주 내면 손가락이 굵어질까(10월 3일·미르 님)’ ‘상추를 먹으면 잠이 올까(5월 29일·Astronomer 님)’ ‘모래 알갱이와 별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5월 20일·미르 님)’ 등 톡톡 튀는 질문 세 가지를 선정했습니다.

 

1. 손으로 ‘뚝’ 소리를 많이 내면 손가락 뼈 마디가 더 굵어질까? 

 A. 가능성은 있으나 단정할 수 없어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먼저 손가락에서 ‘뚝’ 소리가 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관절이 분리될 때 ‘버블(관절을 이루는 뼈가 떨어지는 순간 만들어지는 빈 공간)’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가설(1947년)과, 이미 형성된 버블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가설(1971년)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버블 형성설’이 더 우세한 상황입니다. 2015년 그레고리 카우추크 캐나다 앨버타대 재활의학과 교수팀이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손가락을 ‘뚝’ 소리가 날 때까지 하나씩 잡아당기면서 내부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실시간으로 촬영했습니다. 그 결과, 관절 부위가 갑자기 분리될 때 빠르게 버블이 생기며 소리가 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doi: 10.1371/journal.pone.0119470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소리는 관절을 부드럽게 만드는 활액(synovial fluid) 내에 기체로 채워진 버블이 빠르게 만들어질 때 발생했습니다. 관절 표면이 갑자기 분리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활액이 부족해지고 이때 빈 공간이 생겨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관절을 분리하는 동작을 자주 하면 뼈마디가 굵어지게 될까요? 흔히 관절에 지속해서 과한 자극을 주면 뼈마디가 굵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절에 변형을 주고 결국, 손가락 마디가 굵어질 수 있다고 하니까요. 


아직 이 문제는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카우추크 교수는 논문에서 “습관적인 손가락 관절 분리는 관절 변형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는 나오지 않았다”며 “관절 소리와 관절의 건강 사이에 연관성을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와 생활 습관 등이 신체에 장기적,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관절을 꺾는 행동의 결과만으로 손가락이 두꺼워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2.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온다는데 사실일까? 

 

A. 상추 속 락투신이 수면 유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 같은 후유증으로 불면증까지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증상이 심하면 뇌 신경을 안정시키는 수면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겠지만, 천연물이나 식품을 통해 수면 유도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질문의 주인공인 상추가 바로 그런 식품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상추 품종인 락투카 사티바(Lactuca sativa)는 진정 또는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락투카 사티바 품종이 아니더라도 상추 종에 들어 있는 락투신 성분은 설치류와 인간 모두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지만, 그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서형주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반 상추와 고대 로마인이 즐겨먹은 로메인 상추를 대상으로 락투신의 양을 비교 분석해, 로메인 상추의 수면 유도 효과가 더 크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푸드 사이언스 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됐습니다. doi: 10.1007/s10068-017-0107-1


연구팀은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를 이용해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적색 로메인 상추의 1g당 락투신 함량은 약 36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녹색 로메인 상추는 약 1071μg으로, 적색 일반 상추(약 226μg)와 녹색 일반 상추(약 446μg)보다 락투신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로메인 상추의 씨앗이나 잎을 먹은 쥐는 대조군보다 수면 지연 시간이 최대 1분 정도 줄었으며, 총 수면량은 최대 15분 이상 늘어났습니다.

 

3. 우주에 존재하는 별 vs. 지구의 모래 알갱이 수, 무엇이 더 많을까?

 

 A. 별의 수 최솟값과 지구상의 모래알 수는 비슷해

 

천문학 분야 책을 보면 우주에 있는 별(항성)의 수를 지구에 있는 모래 알갱이(모래알) 수와 비교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우리가 먼저 명확하게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주를 구분하는 경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입니다. 


빅뱅(Big bang) 우주론에 따르면 약 138억 년 전 탄생한 우주는 현재 기술력으로 ‘볼 수 있는 우주’와 ‘볼 수 없는 우주’로로 나뉩니다.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으로는 약 134억 년 전까지의 우주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우주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를 기준으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별이 모이면 은하를 이룹니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별의 총 수는 ‘은하 한 개에 있는 별의 평균 수’와 ‘은하 개수’의 곱으로 전체 빛의 양을 이용해 구합니다. 은하의 밝기는 별 밝기의 총합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은하에는 1000억~4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최솟값인 1000억 개로 가정하겠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과 유럽우주국(ESA)의 허블 울트라 딥 필드 등의 관측값에 따르면 우주에는 우리은하 같은 은하가 1000억~2000억 개 존재합니다. 역시 최솟값을 적용해 두 값을 곱하면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별의 총 수는 약 100해(1022) 개에 이릅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숫자지만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노팅엄대 연구팀은 우주 밀도 변화를 계산해 은하의 개수가 약 2조 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doi: 10.3847/0004-637x/830/2183


이제 모래알 수와 비교해 볼까요. 사막과 해변처럼 드러나 있는 지각 표면은 물론, 지각 내부에도 무수한 모래알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별의 수를 계산할 때 우주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로 한정한 것처럼, 지구 표면의 모래알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사막과 해변의 총면적을 기준으로 구한 모래알 수는 100해 개입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최소 별의 수가 사막과 해변의 총 모래알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별의 수가 더 많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죠.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통계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