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래피와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 과학자들은 빛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광컴퓨터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보라색에서 빨간색까지)이라고 하는데, 빛에는 이외에도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과 파장이 더 긴 적외선이 있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도달되는 가시광선의 도움으로 물체의 색깔이나 모양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이로인해 물체의 명암과 색깔, 2차원 및 3차원 영상의 기록 재생 표시 등과 같은 빛을 이용하는 학문, 즉 광학(Optics)이 오래전부터 태동되어 그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한편 19세기 말경에 태동된 전자공학(electronics)은 가시광선 보다 훨씬 긴 파장을 갖고 가(可)간섭성이 대단히 좋은 전파를 이용 한다. 이 분야에서는 대용량정보를 전송 분리 증폭 변조 계측 처리 기억 연산 제어하는 기술들이 그동안 발전되어왔다.
광학과 전자공학은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되다가 1960년대에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 이 두학문의 결합에 의해 광전자공학(optoelectron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되었다.
광전자공학에 의해 개발된 기술은 오늘날 산업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되는 대중전화시스템을 비롯하여 현재 컴퓨터간의 데이터통신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미래 고도정보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초고속 정보 처리시스템과 레이저와 광섬유를 이용한 광관련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따라 빛을 이용한 정보처리와 광컴퓨터 등 새로운 첨단기술분야가 현재 크게 각광받고 있다.
빛과 전자의 만남
전자공학은 금세기 전반동안 음성 및 영상에 관한 신호를 장거리로 전송하는 전자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해 착실히 성장되어 왔으며,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정보처리 연산 기억 제어와 같은 고도의 기술들이 체계화되면서 정보화시대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 디지털기술과 집적회로기술의 개발로 전자통신과 컴퓨터 관련기술들이 현재 일상생활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큰 영향을 주고있다. 반면에 광전자공학은 광통신과 광정보처리를 주축으로 앞에서 기술한 전자공학의 역할을 계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곧 빛을 이용한 정밀계측 자동제어 로봇 관련기술들의 지속적인 발전과 빛의 근본특성을 이용한 광컴퓨터 연구개발이 미래 고도정보화사회를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미래의 고도정보화사회에서는 에너지 자원 식량 의료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수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2차원 및 3차원 분포를 갖는 다양한 영상과 복잡한 물체의 형상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신속히 효율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날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시스템은 그 구조 및 기능으로 볼 때 대용량 정보처리를 위한 병렬처리가 곤란하다. 이에따라 고속 고분해 병렬처리가 가능하고 시간적좌표와 공간적좌표를 동시에 활용하여 4차원적 정보처리 연산 기억 제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광컴퓨터의 구현에 대한 연구가 1960년에 레이저가 발명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30여년동안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발전된 광전자공학기술 특히 소형레이저, 정밀광학부품, 여러 기능의 광제어소자, 어레이(array)형 광검출기 제조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최근에는 광컴퓨터의 구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와 관련된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광컴퓨터에는 크게 아날로그형과 디지털형 두가지가 있으며, 디지털형은 다시 공간적 병렬처리형과 시간적 병렬처리형 두가지로 구분된다.
구조가 전혀 다른 컴퓨터
아날로그형은 1948년 게이버가 홀로그래피를 활용, 입체적 영상 재현에 성공한 이후 연구가 시작 됐다. 레이저와 렌즈를 이용하여 구성되는 가간섭성 광학계가 기본 구조이고 홀로그램에 의한 빛의 파면, 즉 위상 및 진폭의 기록 재생과 빛의 회절현상이 주로 이용 된다. 그동안 렌즈에 의한 퓨리에 변환과 공간주파수 필터링법에 의해 입력영상을 인식하거나 2차원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는 잡음의 제거 및 영상의 수정, 가감승제, 적분, 논리연산을 수행하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개발되어 현재 칩 제조용 마스크의 검사, 생산제품의 품질검사, 공장자동화, 원격계측 등 여러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아날로그형은 연산 결과의 정확도가 낮고 기능에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공간적 병렬처리형이 제안되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시작된 공간적 디지털 병렬처리형은 광섬유 기술과 집적광학(광IC)을 기반으로 한 박막광도파로(薄膜光導波路)기술, 반도체레이저와 각종 비선형 광소자, 영상처리 및 표시소자의 실용화 등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동안 개발된 기술을 열거하면, 빛에 의한 승제연산의 2차원적 병렬처리에 적합한 알고리즘, 광디지털 병렬연산의 개념을 명확히 보여주는 tse(字)광컴퓨터. 액정 공간광변조기를 이용한 2차원 광기억소자(optical flip-flop), 광섬유레이저 어레이를 이용한 2차원 광논리 연산소자, 광디지털 컴퓨터의 구조에 대한 검토 등이 있다.
여기서 tse는 한자 '字'의 영어 '발음으로 한자나 영상과 같이 복잡한 다량의 공간병렬정보를 처리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tse 광컴퓨터는 입력영상을 참조영상과 비교하여 연산처리에 적합하게 축소 확대 회전 등을 하는 전처리 광학계와 입력영상의 분포를 2진화 즉 디지털화하는 광A/D(아날로그/디지털)변환기, 2차원적 기본논리연산소자로 구성된 연산부, 광기억소자 또는 광쌍안정소자들로 구성되어 연산결과를 기억하는 광기억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부들은 물론 시간에 따라 전자적으로 제어된다.
아날로그형과 공간적 병렬처리형은 주로 2차원 영상의 연산처리에 사용되며 현재의 컴퓨터 구조 및 기능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설명할 시간적 디지털 병렬처리형은 그 기본소자들을 고려할 때 기능은 현재의 컴퓨터와 거의 동일 하다. 그러나 그 구조는 전혀 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천배 빠르다
레이저가 출현한 후 수년동안 레이저로부터 출사(出射)되는 빛의 세기를 시간에 따라 변화시켜 시간적 디지털 광신호를 얻는 방법들이 많이 제안되었다. 이를 이용하여 기존의 컴퓨터와 같은 1차원의 시(時)계열연산이 가능한 광연산소자의 구현이 시도되었으나 당시 주변기술들이 미숙하여 전자적인 논리연산소자에 비해 비실용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광전자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점차 기본 광소자들의 성능이 향상되고 소형화되면서 다시금 시간적 디지털 병렬처리형 광컴퓨터의 구현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전자적 논리연산소자와 기억소자들을 초고속 대용량 광소자들로 대치하고 배선용 전선을 광섬유와 박막광도파로로 바꿔줌으로써 이러한 광컴퓨터를 구현하려는 것이 기본 착상이다. 이 경우 정보전달매체는 빛 그 자체가 되기 때문에 처리용량이 대단히 크고 전자유도잡음이 거의 없으며 시스템 내의 배선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광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우선 초고속 광스위칭 및 교환소자 광변조기 광논리소자 광기억소자 광연결소자 등이 실용화 되어야 한다. 광스위칭 및 광교환소자는 그동안 LiNb(리튬니오브) 결정기판위에 박막 광도파로를 형성하고 이곳에 전극을 피복시켜 전기광학효과를 이용하는 것이 많이 개발되었으나 최근 GaAs(갈륨 비소)나 InP(인듐인) 결정기판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광소자의 소비전력은 ${10}^{-6}$W이며, 반응속도는 ${10}^{-9}$초이므로 기존컴퓨터의 1천배에 해당된다. 또한 광기억소자는 현재 자기광효과를 갖는 박막디스크가 개발되어 기존의 PC용 자기디스크 보다 수십배의 기억용량(약 ${10}^{9}$바이트)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비디오 영상을 30분 내지 60분동안 볼 수 있을 정도의 기억용량이다. 광연결소자는 주로 광통신용 광섬유(빛의 유도부분인 중심의 직경이 0.01㎜)와 박막광도파로(폭 0.005㎜, 높이0.002㎜) 간의 효율적 광결합을 위한 연결방법과 광검출기 각종광소자간의 연결방법 등이 개발 중에 있다. 광논리 및 연산소자는 비선형 광학효과에 의한 광쌍안정소자가 이용되며 이는 기존의 트랜지스터가 갖고 있는 증폭 변조 기본논리 및 연산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소자는 공간적으로 배열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전자적 소자가 시계열 처리만 가능한데 비해 시간적 공간적 처리가 동시에 가능하며 4차원적 논리 및 연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고속 병렬처리가 가능한 새로운 구조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것이다.
비디오폰과 HDTV에도 활용
국내에도 최근 수년에 걸쳐 광스위칭 및 광변조소자 광기억소자 광연산소자 광증폭소자 등 광컴퓨터 관련 기본광소자들의 제조와 아날로그형 광연산에 대한 연구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일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산업에 활용될 수준은 아니며 더구나 기존의 컴퓨터와 기능이 유사한 광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아날로그형과 공간적 디지털형은 영상인식 및 추적, 품질검사, IC마스크 검사, 원격계측 등 주요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크레이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월등한 하이브리드 시계열 디지털형 광컴퓨터의 시제품이 1995년경에 제작되고, 2010년 경엔 순수한 빛만으로 모든 연산이 수행되는 실제의 광컴퓨터가 제작될 전망이다.
광컴퓨터 개발과정에서 얻어지는 각종 첨단 광전자 공학기술들은 미래의 정보화사회를 대비한 대용량 광통신시스템의 구현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어 음성 및 영상신호로 이루어진 각종 정보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특히 비디오폰과 고품위TV(HDTV) 대중화의 촉매가 될 것이다. 또한 광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기상예보, 항공기 자동차 선박 등의 설계, 기초학문에서의 복잡한 계산,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등 여러 산업분야에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산업의 핵심기술인 광전자공학 기술분야에서 대외 우위를 확보하려면 광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지금부터라도 국내에서 활발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