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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일기] 체감 물가 한국의 2~3배 물가 폭탄 도쿄 생존기

유학을 준비한다면 생활비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에서 유학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일본에 오기 전 나는 인터넷에서 일본 물가와 관련된 무수한 괴담(?)을 접했다. ‘도쿄는 땅값이 너무 비싸 다들 자투리땅에 집 짓고 산다’ ‘이런 집들은 집과 집 사이 간격이 1m도 안 되는 협소주택이다’ ‘그마저도 비싸 이동시간이 2~3시간은 족히 걸리는 위성도시에 살면서 통학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도쿄에서 3년 동안 살았던 경험으로 현실을 말하자면 인터넷 소문만큼 살인적인 물가는 아니다. 물론 나의 고향인 경남 창원시의 생활 물가보다 2~3배가량 비싼 것 같긴 하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기관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2018년 11월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생활실태조사 결과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4만8000엔(약 160만 원)이다. 그리고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생활비 중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평균보다 2~3만 엔 정도 높은 17만 엔(약 180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지출한다. 그중 9만 엔(약 100만 원)은 월세와 관리비다.


월세는 방이 매우 크고 온갖 가구가 갖춰져 있는 좋은 방이라 비싼 게 아니다. 도쿄의 부동산 중개인에게 도쿄대에서 가장 가까운 원룸을 보여달라고 말하고 소개받은 방이라서다. 학교 바로 앞이라는 입지적 장점 때문에 다른 곳보다 유독 비싸다.


나처럼 학교 바로 앞은 아니더라도, 도쿄대가 있는 분쿄구는 도쿄에 있는 23개 구 중 집값이 1~2위를 다툴 정도로 비싸다. 한번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분쿄구는 도쿄대밖에 없는데 집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도쿄에서 분쿄구가 치안이 가장 좋고, 교육환경이 뛰어나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 매년 방을 구하려는 돈 많은 도쿄대 학생들이 유입된 덕분이라고 농담처럼 한 마디 덧붙였다.


생활비 중 주거비 다음으로 지출이 큰 항목은 식비다. 예전에는 학교 바로 앞에 산다는 장점을 살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학교 중앙식당에서 먹었다. 당시 하루 세 끼에 2000엔(약 2만 원)정도를 식비로 지출했다.


그런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서 수업도 듣지 않는데, 밥만 먹으러 학교에 가기가 조금 애매했다. 그래서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와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고기, 해물 등 먹고 싶은 것 모두 다 해 먹었는데도 하루에 1000엔(약 1만 원) 정도로 지출이 줄었다.


고기를 저렴하게 요리해 먹는 데는 비결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는데, 집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이 아닌 조금 먼 식자재 마트에 간다. 이곳에서 고기를 덩어리째 사서 집에서 잘라 먹는다.


책과 게임을 구매할 때도 돈이 든다. 유학 초반에는 학생 할인이 되는 콘서트를 보러 가거나, 도쿄 아키하바라로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상품)를 사러 가는 등 외출로 쓰는 돈이 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취미를 멈추고 필수 생활비로 쓰고 남은 금액은 저축하고 있다.


도쿄대 학비는 한 학기 당 50만 엔(약 540만 원)정도다. 자비로 이 학비를 내고 다니는 사비유학생은 거의 없고, 대부분 국비유학생이다. 국비유학생은 학비는 당연히 면제고, 매달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생활비 장학금은 12만 엔(약 130만 원) 정도인데, 이 금액으로 도쿄에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한 일본인 친구는 도쿄의 비싼 주거비 때문에 신칸센(일본의 고속열차)으로 편도 1시간이 걸리는 본가에서 통학하곤 했다. 또 다른 유학생 친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는데, 기독교 단체 ‘YMCA’에서 아주 저렴한 기숙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는(단, 기독교 학생만 받아줬다) 곧바로 기독교로 개종하고 기숙사에 들어갔다.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도쿄는 최저임금이 일본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나라도 하면 개종을 감행할 정도의 자린고비 생활까진 안 해도 된다. 나는 학교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봐 가능한 생활비를 아껴 쓰고, 그래도 안 되면 부모님께 도움을 더 받아서라도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학교 안에서도 공부나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아르바이트가 꽤 많았다. 최근에는 운 좋게 같은 학과 연구실에서 연구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연구를 하면서 한 달 4만 엔(약 44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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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안재솔 일본 도쿄대 전자정보공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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