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로나19와 증상이 다릅니다. 물처럼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재채기가 심합니다. 대체로 열이 나지 않고 눈이나 코 주변이 가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초기에는 코감기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끈끈한 콧물이 아래로 흐르는 대신 코 뒤로 넘어가는 증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재채기는 덜하지만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염증 질환은 언제 가장 많이 걸리나요?
“비염과 결막염 대체로 9월에 환자 수 최고”
비염이나 결막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은 흔히 환절기에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최근에 이 시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했습니다.
배정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교수(현 수원 힐하우스피부과 원장)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0~2018년 4대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비염, 결막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수와 환경 조건(낮의 길이, 온도, 습도, 강우량, 미세먼지 농도 등)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2020년 6월 국제학술지 ‘면역, 염증 및 질병’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02/iid3.316
연구에 따르면 비염 발병률은 1년 중 9월이 가장 높고 7월이 낮았습니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은 일교차가 클수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발병률이 가장 높은 계절의 환자 수가 가장 적은 계절의 환자 수보다 2.38배나 많았습니다. 계절에 따른 발병률 차이가 크다는 뜻입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발병률도 주로 9월에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은 발병 시기가 서로 반대였습니다. 천식은 가을과 봄에 많이 발병하고 여름에 환자가 적은 반면, 아토피 피부염은 7~8월에 많이 발병하고 날씨가 쌀쌀해진 11~12월에 환자가 줄었습니다.
배 교수는 “4대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 모두 분명한 계절 변동성을 보였다”며 “특히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질환별 증상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비염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9년 인하대병원 환경보건센터팀이 2004~2018년 전국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알레르기 질환 급여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수는 2004년 724명에서 2018년 1400명으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매년 평균 4.4%씩 늘어난 겁니다.
비염을 완전히 고칠 치료제는 없나요?
“알레르겐 침입 원천 차단할 치료제 없어”
치료제를 알아내려면 먼저 병의 원인과 발병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보통은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부릅니다. 면역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 외부 물질인 항원의 일종이죠. 꽃가루부터 진드기, 곰팡이, 미세먼지, 동물의 털 등 알레르겐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어느 날 자동차 매연에 민감한 A가 도로변을 걷다 매연을 마셔 알레르겐을 흡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A의 콧속 면역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알레르겐이 결합하면 알레르겐 특이 항체가 생성됩니다. 이런 항체는 비만세포(mast cell)를 자극해 히스타민을 방출시킵니다. 히스타민이 콧속 세포의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해 통증을 발생시키고요.
그렇다면 수용체를 조작하면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배 교수는 “수용체는 유전자에 의해 사람마다 다르게 발현된다”며 “개인이 가진 특정 수용체를 없애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겐을 파악한 뒤, 마스크 등으로 알레르겐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다행히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습니다. 비염의 경우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 등의 약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세티리진, 로라타딘, 펙소페나딘 등의 성분이 들어간 약물로, 알레르겐이 내뿜는 히스타민 대신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해 염증 반응을 낮춥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코막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비충혈제거제도 복용합니다. 비충혈이란 코의 충혈(혈관이 확장된 상태)로 그 속이 부풀어 코가 막힌 상태를 말합니다. 비충혈제거제의 성분인 페닐에프린, 나파졸린 등은 코 점막에 있는 교감신경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증상을 완화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장기적으로 지방 함량 높은 식단 줄여야!”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증상이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고요. 우리 몸에 있는 면역체계가 특정 알레르겐에 더 강하게 또는 약하게 반응하도록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에 식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아이케 라츠 독일 본대 선천성면역연구소 교수팀은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체내 염증 반응이 활발해진다는 연구결과를 2018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16/j.cell.2017.12.013
연구팀은 지방 함량이 21.2%, 단백질 함량이 17.3%인 고지방식 식단을 한 달간 먹인 쥐와 지방 함량이 14%이고 단백질이 함량이 25%인 식단을 먹인 쥐의 혈액 성분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식 식단을 먹은 쥐의 혈액에서 과립구와 단핵구 등 면역세포의 수가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고지방식 식단이 골수 속 면역 전구세포에 영향을 미쳐 염증에 민감한 면역세포의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단핵구 등의 면역세포는 골수에 있는 면역 전구세포가 분화해 만들어지며, 외부에서 알레르겐 같은 항원이 침입했을 때 이를 곧바로 공격하는 선천성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런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염증 질환 초기 증상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겁니다.
라츠 교수는 “고지방식 식단은 유전자에 후성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몸의 면역 반응을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며 “염증을 강화 또는 약화하는 데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