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002 이공계 심층면접 실전대비

가상문답 디지털과 아날로그/에너지 보존/과학적 창의성/피드백과 항상성

최근에 2002학년도 각 대학별 수시모집 일정이 발표됐다. 대학입시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심층면접. 이번호 과학동아에서는 기존에 출제됐던 디지털과 아날로그, 오해하기 쉬운 에너지 보존, 그리고 출제가 예상되는 과학적 창의성, 피드백과 항상성에 대해 다뤘다.

① 디지털과 아날로그

KEY :요즘 우리 주변에선‘디지털’이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매우 적다. 교과과정에서는 공통과학의‘신소재’단원에서 광통신에 대해 부분적으로 다루는 정도다. 하지만 워낙 공학적으로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몇년 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을 문화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논술 문제가 출제됐다.

문 : 얼마전 회사 광고지를 보니, 회사이름 뒤에 ‘Digitall’이라고 쓰여 있더라구요. 이게 뭘뜻하는 거죠? Digital도 아니고 Digitall이라니….
답 : ‘all’을 이용해 중의적 표현을 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다는 의미죠.

문 : 디지털화하면 뭐가 좋은데요?
답 : 정보를 저장하고 주고받는 과정에서 편리한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잡음을 줄일 수 있고 압축 전송도 가능하고….

문 : 금방 아날로그라는 말을 썼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어떻게 다르죠?
답 : 아날로그란 신호의 크기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시계의 움직임이나 구불구불한 파형을 그리며 전해지는 소리와 전류 등이 그 예이지요. 정보 값이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경우 없이 모두 연속적으로 변화하죠. 반면 디지털이란 신호의 크기가 어떤 기본 값의 배수로만 나타나는 경우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시계의 시간표시 방식을 보면, 19초와 20초 사이의 중간 시간대는 가리키지 않고 바로 19에서 20으로 넘어가지요. 이런식의 신호를 디지털 신호라 합니다.


문 : 디지털 신호는 2진수 신호라는 말이 있던데, 여기에 대해 한번 설명해보세요.
답 : 아, 그것도 일종의 디지털 신호입니다. 요즘 사용하는 디지털 통신은 특정 값은 0, 특정값은 1에 대응시켜 보내고자 하는 모든 정보를 2진수 신호로 보낸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섬유 내부에서 레이저 광선의 밝기가 어느 정도 이상 되면 1, 그 이하면 0으로 간주하기로 약속해놓고 정보를 이러한 2진수 신호로 바꿔 보내는 것이죠(그림 1).
 

(그림1)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


문 : 그러면 숫자 이외의 문자 같은 건 어떻게 보내죠?
답 : 나름대로 미리 약속을 해놓으면 되겠지요. 예를 들면 알파벳 각 문자마다 특정한 2진수값을 대응시키면 됩니다. 이걸 수신한 상대방은 약속대로 이를 판독해서 원래의 문자를 알아냅니다. 이런 식으로 숫자 이외에도 문자나 음성 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보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문 : 음성은 상당히 복잡한 아날로그 신호인데, 이건 어떻게 하나요?
답 : 아날로그 신호도 대단히 짧은 시간 단위로 쪼개면 디지털 신호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걸 받은 상대방에서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키는 식으로 통신하는 것입니다(그림2).


(그림2)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방식^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이렇게 변환된 각 값을 2진수로 전환시켜 보낸다. 상대방에서는 이를 재 구성해낸다.


문 : CD는 디지털 방식이라고 하는데, LP와 CD의 차이는 뭔가요?
답 : LP는 바늘이 패어진 홈을 따라 가면서 진동하는 것을 증폭해 듣는 방식입니다. 반면 CD는 소리를 2진수 정보로 바꿔 저장해놓은 것입니다. 홈이 파인 자리는 0으로, 홈이 파여있지 않은 자리는 1로 인식하도록 해놓은 다음 이걸 레이저 광선으로 읽어내는 겁니다.


(그림3) LP와 CD^각각 음악을 아날로그 정보와 디지털 정보로 저장해 놓 았다. LP의 경우 파여진 홈에 얹혀진 바늘이 움직임에 따 라 연결된 자석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자석 주변의 코일 에 생기는 유도전류를 증폭해 스피커로 보낸다. CD의 경 우 밑면에 미세한 홈이 파여져 있는데 홈이 파여진 곳은 0으로, 아닌 곳은 1로 인식된다.


문 : 그럼 LP는 아날로그인가요?
답 : 예. LP는 아날로그 정보를, CD는 디지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문 : 그럼 MP3는 뭐죠?
답 : 예, 그건 음악 파일을 압축하는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CD에 가까운 음질을 유지하면서 일반 음악CD의 압축방식에 비해 50배 압축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 : 좀 전에 광통신 얘기를 잠깐 하던데, 디지털 정보는 광통신으로만 주고받을 수 있나요?
답 : 아니오. 미리 2진수 정보를 어떻게 주고 받을지에 대해서만 약속이 돼있으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보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 전화선을 통해서도 디지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할 수있잖아요. 또 요즘 무선전화가 주고받는 전파신호는 모두 디지털 방식입니다. 어떤 신호를 1로 삼고 어떤 신호를 0으로 삼을지의 약속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류가 흐르면 1, 안 흐르면 0으로 약속해 놓는다든가 전파가 특정한 위상을 가지면 1, 반대 위상을 가지면 0으로 약속해 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요약
디지털은 신호의 크기가 기본 단위의 정수배로 정해져있는 정보의 유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최근 각종 저장매체나 통신매체는 거의 다 2진수로 표현된 디지털 정보를 전송한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는 CD나 하드디스크 등의 다양한 저장기구에 담을 수 있고, 광섬유나 전파, 구리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다.

관련단원
공통과학‘신소재’단원에서 광통신에 대한 설명이 유일한 관련 내용이다.

생각해볼문제
■LP의 소리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광통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정보는 아날로그 정보에 비해 어떤 면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한가?
■현대물리학에서는 자연현상의 여러 특성이 디지털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예를 들어 보

②에너지 보존

KEY :에너지보존법칙은 물리학자들이 가장 신봉하는 법칙 중 하나이며, 지금까지 예외가 발견된 적이 없는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 특히 이를‘역학적 에너지보존법칙’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거나‘열손실’을 에너지 총량의 감소(소멸)로 간주하는 등 황당한 오해도 많다.

문 : 에너지보존법칙이란 무엇인가요?
답 : 에너지 총량은 항상 보존된다는 뜻입니다.

문 : 그건 너무 막연한 말인데요. 어느 범위에서 보존된다는 뜻인가요?
답 : 우주 전체의 에너지 총량이 보존된다는 뜻입니다.

문 : 무슨 종류의 에너지요? 에너지 종류가 한 두가지가 아닌데….
답 : 우주 내에는 전기에너지, 화학에너지, 열에너지, 복사에너지 등등 다양한 에너지종류가 있는데, 이를 모두 더한 총합이 일정하다는 법칙입니다.

문 : 여기 난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난로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에너지보존의 관점에서 한번 말해 보세요.
답 : 반응물질인 석유와 산소가 가지고 있던 화학에너지는 생성물질인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뀌면서 감소합니다. 그와 동시에 감소한 화학에너지만큼 열에너지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에너지 총량은 보존됩니다.

문 : 열이 나는 걸‘열손실’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열손실의 예를 한번 들어보세요.
답 : 예를 들어 모터를 돌려 두레박을 들어올릴 때, 전기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일부는 손실되는데, 이 손실되는 에너지를 열손실이라고 합니다(그림1).


(그림1) 열손실의 예^에너지가 의도한 방향으로 100% 전환되지 않고 특히 열 의 형태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열손실이라고 한 다. 하지만 열도 일종의 에너지이므로, 에너지 보존법칙 은 여전히 성립한다. 이 경우 위치에너지 증가량과 발생 한 열에너지를 더하면 사용한 전기에너지량과 일치한다.

 

문 : 열손실? 그러면 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답 : 아, ‘손실’이란 에너지가 없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원하지 않는 에너지,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주변으로 퍼져버리는 열에너지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열도 에너지니까 이걸 포함시키면 에너지보존법칙은 성립합니다.

문 : 지금 당구공 두개가 서로 충돌하고 있어요. 이게 완전탄성충돌이라면 이때 어떤 물리량이 보존되지요?
답 : 일단 운동량이 보존되구요, 역학적 에너지도 보존됩니다. 이 경우 위치에너지 변화는 없고 운동에너지 변화만 있으니까, 운동에너지 총량이 보존됩니다(그림2).
 

(그림2) 당구공의 충돌^실생활에서 완전탄성충돌을 관찰하긴 어렵다. 당구공의 충돌이 그나마 비슷한 경우다. 완전탄 성충돌이란 반발계수(충돌 전 상대속도의 크기 와 충돌 후 상대속도의 크기 사이의 비율)가 1 인 이상적인 충돌로서, 충돌 전후에 운동량과 운 동에너지가 모두 보존된다.


문 : 역학적 에너지보존이란 무엇이죠? 그냥‘에너지보존’하고는 무엇이 다른가요?
답 : 역학적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을 뜻합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보편적으로 어느 경우에나 성립하는 것이고, 역학적 에너지보존은 특수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입니다.

문 : 그 특수한 경우란 무엇이죠?
답 : 말 그대로‘역학적 에너지보존’이니까, 역학적 에너지가 아닌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일이 생기면 역학적 에너지보존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소리나 열이 발생하면 역학적 에너지보존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문 : 그럼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는 운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답 : 마찰이 없는 면은 현실적으로는 만들 수가 없죠. 그리고 당구공같은 탄성체가 충돌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소리나 열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찾기 힘듭니다. 결국 공기 저항이 없는 곳에서 자유낙하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까요?

문 : 공기 저항? 그게 있으면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나요?
답 : 예. 공기 저항은 말하자면 공기와의 마찰이고, 마찰이 있으면 열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요약
에너지보존법칙이란 우주 전체에 있는 모든 에너지의 총량이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반면 역학적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으로서, 이것이 보존되는 경우는 소리의 발생이나 열손실 등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상황뿐이다.

관련단원
공통과학 에너지 파트의‘에너지의 흐름과 보존’단원과 물리Ⅱ의‘에너지와 열’단원 전체가 위와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다.

생각해볼문제
■운동량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경우에 보존되는가?
■줄(Joule)의 실험은 에너지와 열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줄이 의도한 에너지 전환은 무엇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태계에서 물질은‘순환한다’고 표현하는 반면 에너지는‘흐른다’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③ 과학적 창의성

KEY :이른바 ‘과학적 방법’에 대한 문제는 지금까지 많이 출제됐다. 과학 연구에서 귀납법과 연역법이 어떤 경우에 쓰이는가, 수학이 과학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 등의 문제들이 대표적 예이다. 이번에는 과학 연구에서 창의성이 어떤 단계에서 필요하여 왜 중요한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창의성은 우리나라 과학도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측면 중 하나다.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국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도 막상 첨단 연구 분야에 뛰어들어서는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는 창의성을 신장시키지 않는 교육과정과 사회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 문제는‘우리나라 과학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한다.

문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답 : 노벨상이 주로 기초과학 분야이니까, 일단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연구기관을 확충하고 안정적 연구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밖에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답 :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이나 교육환경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은 아시다시피 너무 주입식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실험할 기회도 안 주고 책과 칠판만을 이용해 이론을 주입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보니 과학적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문 : 그러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 : 일단 실험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겠구요, 교육과정에도 뭐랄까…,
좀더 개방적인 요소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원리를 배워나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그 이상의 창조적 탐구를 진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과학에 특별한 흥미를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든가…. 단순히 이론주입에만 그치지 않고 의문을 키워가고 이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 과학에서 창의성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예를 들면 사실을 열심히 수집해서 정리하면 새로운 지식이나 이론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귀납법이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실험이나 관찰된 사실을 이용해 귀납법으로 정리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지식이 되는 건 아닐까요?
답 : 귀납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학 연구가 귀납만으로 이뤄진다면 과학자는 굉장히 따분한 사람일 겁니다. 하루종일 사실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일만 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실제 과학자는 대단히 번득이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문 : 어떤 예가 있을까요?
답 : 예를 들면 박쥐는 캄캄한 동굴 속에서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잘 날아다니잖아요.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하고 이것이 돌아오는 것을 감지함으로써 장애물의 위치와 방향을 알아내죠. 과학자가 수백마리의 박쥐를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귀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초음파를 쏜다는 걸 알아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레이더에 대해 알고있던 과학자가‘혹시 레이더에서 전파를 쏘는 것처럼 박쥐도 초음파를 쏘는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박쥐와 레이더를 유추해서 생각한다는 건 상당한 상상력의 산물이죠. 이렇듯 가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상상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어두운 동굴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박쥐. 박쥐의 초음파는 어떻게 밝혀졌을까.


문 : 그렇게 상상력이 중요한 것이라면 과학이 판타지 소설하고 뭐가 다른 거죠?
답 : 아, 물론 그것하고는 다르죠. 가설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이 사실과 일치하는지를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른바‘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듯‘사실과 맞춰본다’는 점에서 단순히 상상의 산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죠. 단지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가설을‘수립’하는 단계에서 종종 대담한 추측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검증’되는 과정은 물론 엄밀한 실험∙ 관찰을 통해야만 하겠지요.

문 : 그렇다면 과학자로서의 창의성은 가설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만 발휘되나요? 가설을 만드는 과정 이외에 창의성이 발휘되는 예를 한번 말해보세요.

답 : 실험장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창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알게된 사실 가운데 인상깊었던 것은 입자가속기에서 입자들의 궤적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거품상자였습니다. 이 상자 안에 있는 물질은 기체가 되기 직전의 상태, 즉 기체가 될락말락하는 상태이죠. 입자가속기에서 튀어나온 입자가 지나가면서 주변의 분자에 에너지를 전해주면, 그 자리는 거품상자 속의 물질이 끓어올라 생긴 하얀 거품 자국이 보이게 됩니다.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고 들었지만, 거품상자의 원리를 알게 된 후 실험장치의 독창성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림1) 벤젠 분자구조를 발견한 케쿨레의 꿈^케쿨레는 독일 유기화학자로서 오랫동안 여러가지 분 자구조 가설을 만들어 보았다가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가 꿈속에서 여섯 마리의 뱀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 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벤젠 분자구조 가설을 만들어냈 다. 과학적 가설이 때로 얼마나 대담한 상상력의 산물 인지를 잘 보여준다.


요약
과학 연구에서 가설은 단순한 귀납의 산물이 아니라 종종 대담한 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한 실험이나 관찰의 과정을 통해‘검증’돼야만 인정받는다. 이 점에서 과학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만은 아니다. 과학적 창의성은 그밖에 실험장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발전시켜 노벨상 타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과 환경 구축이 필수적이다.

관련단원
공통과학 첫 단원인‘과학의 탐구 과정’에서는 과학 연구의 과정이‘의문 → 가설 설정 → 실험 설계 →실험 수행 → 검증’의 절차를 거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가설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귀납을 사용하는지, 창조적인 상상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고 있다.

생각해볼문제
■가장 흥미있는 과학 분야는 무엇이며 그러한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왜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과학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리는 학생들이 많은가?
■기초과학은 왜 발전시켜야 하는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④ 피드백과 항상성

KEY:피드백(feedback)과 항상성(homeostasis)은 고등학교 생물 과목에서 배우는 핵심 개념이다. 이 개념은 생물학에서 중요하지만, 여타 공학이나 사회과학 등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취급된다. 예를 들면 한대의 비행기가‘안정적 비행’이라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측정장치와 조절장치가 연결돼 있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을 사람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만든 것을‘피드백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피드백은 출력(결과)이 다시 입력(원인)에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피드백 개념은 생물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제어되는 모든 기계∙전자장치 등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 : 여기 비행기가 한대 있다고 합시다. 비행기의 조종간을 놓고 있어도 고도가 자동으로 유지되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 :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제어하면 될 것 같은데요.

문 : 그런 추상적인 답변 말고요.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좀더 자세히 말해보세요.
답 : 고도계와 수평꼬리날개를 연결해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 고도가 너무 높으면 수평꼬리날개를 이용해 낮추고, 고도가 너무 낮으면 수평꼬리날개를 이용해서 높이고…. 이런 식으로 일정 고도를 유지하도록 만들면 되지요. 이 과정이 전자회로나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만들어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그림1).


(그림1) 자동으로 고도를 유지하게 만든 피드백 시스템^비행기는 수평꼬리날개를 움직임으로써 고도를 변화 시킬 수 있다. 고도계를 통해 비행기의 고도를 감지한 다. 이것이 정해진 적정 고도보다 높으면 수평꼬리날 개가 앞쪽으로 기울어 고도가 낮아지도록 만든다. 반 대로 고도가 적정 고도보다 낮으면 수평꼬리날개가 뒤쪽으로 기울어 고도가 높아지도록 만든다.


문 : 아래의 그림 2에 나타나있는 자동조절장치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답 : 이건 바이메탈이라는 장치입니다. 성질이다른 두가지 금속을 붙여놓은 것이 핵심이죠. 여기서 A는 B에 비해 열팽창률이 커서 회로에 전류가 흘러 온도가 높아지면 A는 많이 늘어나고 B는 조금 늘어납니다. 그러면 위 그림과 같이 아래쪽으로 구부러지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회로가 끊어집니다. 다시 온도가 떨어지면 아래 그림과 같은 원래 상태가 돼 온도가 높아지지요. 이 결과 온도는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그림2).


(그림2) 바이메탈 스위치


문 : 앞에서 말한 자동 고도조절장치하고 공통점이 있다면?
답 : 일단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점이 같습니다. 고도 조절장치에서‘고도’(출력)가 꼬리날개의 각도(입력)에 영향을 줘 고도가 조절되는 것처럼, 바이메탈 스위치에서도‘온도’라는 결과(출력)가 회로의 스위치(입력)에 영향을 줘 온도를 일정 범위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합니다. 결국‘결과가 원인에 다시 영향을 준다’고나 할까요….

문 : 우리 몸에도 그런 식으로 일정한 성질이 유지되게끔 조절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그런 예를 한번 들어보세요.
답 : 혈당량 조절이 그런 예에 속합니다. 혈당량은 대뇌와 소뇌 사이에 있는 간뇌에 의해 조절됩니다. 혈당량이 낮으면 간뇌가 이를 감지해 교감신경을 통해 이자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이자는 글루카곤을 내보내고, 이 글루카곤이 간에서 혈당량을 높이는 작용을 하지요. 반면 혈당량이 높으면 간뇌가 이를 감지해서 부교감신경을 통해 이자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이자는 인슐린을 분비하고, 인슐린은 혈당량을 낮추지요(그림3).
 

(그림3) 혈당량의 조절^간뇌는 혈당량을 감지하여 자율신경(교감신경,부교감신경) 및 호르몬(인슐린,글루카곤) 의 작용을 통해 혈당량을 낮추거나 높인다. 그 결과(혈당량)는 간뇌에 의해 다시 감지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체의 혈당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문 : 그밖에 항상성이 유지되는 사례를 한번 말해보세요.
답 : 체온조절과 체액의 농도, 티록신 농도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림4) 피드백을 통한 티록신 농도 조절^티록신은 체내 에너지 생성반응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으로서 적정 농도의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간뇌에서 분비된 TRH(갑상선 분비 호르몬)는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분 비를 촉진하고, TSH는 티록신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티록신은 TRH 및 TSH의 분 비를 억제한다. 티록신 농도가 높아지면 TRH 및 TSH의 분비가 억제돼 결국 티록신 농도가 낮아지게 되며, 티록신 농도가 낮아지면‘( 억제’가 잘 안 되어) TRH 및 TSH 의 분비량이 많아져 결국 티록신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문 : 그러면 항상성과 피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답 : 항상성이란 생물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안정적 생리상태를 유지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안정적 상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피드백과 같은 조절방식이 필요합니다.

요약
피드백은 ‘출력’이 ‘입력’에 다시 영향을 주는 조절방식을 뜻한다. 이를 이용해 어떤 체계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항상성’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은 주로 자율신경과 내분비계에 의한 피드백 조절 방식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관련단원
공통과학 생물의 호르몬 단원 및 생물Ⅱ의‘ 생물의 항상성 ’파트에 나와있다. 피드백의 공학적 응용에 대해서는 교과과정에는 나오지 않는다. 일부 교과서에 바이메탈 스위치가 소개돼 있는 정도다.

생각해볼문제
■소변을 보고 나면 몸이 떨리고, 추우면 소름이 돋는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며‘항상성’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설명하라.
■사회에서 이뤄지는 피드백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또 사회 내에서 피드백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겠는가?

200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김진승
  • 이범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물리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