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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모니터링으로 주목받는 중금속의 표본실 새 깃털


기름에 오염돼 희생된 괭이갈매기


새의 깃털에는 중금속이 많이 축적돼 있는데, 이 중금속은 체내의 간 콩팥에 축적돼 있는 중금속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

지구상에는 현재 약 8만6천종의 새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금세기에 들어와서 많은 새들이 감소 추세에 있고 그중 일부는 이미 멸종 됐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보호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들의 감소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염 문제다. 새들은 주로 오염된 먹이를 먹음으로써 체내에 오염물질을 축적하게 된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각 생물 간에는 피식(被食) 포식(捕食)관계가 고리처럼 연결돼 있어 일종의 먹이연쇄를 이루고 있다. 생태계로 들어간 물질들은 먹이연쇄를 통해 각 영양단계의 생물을 골고루 거치며 순환하게 된다.

오염물질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 특히 분해되기 어려운 잔류성이 강한 오염물질은 생태계 내의 각 영양단계를 거치는 동안 점점 농축돼 가기 때문에 영양단계가 높은 생물일수록 농도가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 농축되는 정도는 기하급수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생물농축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태평양에서 조사된 PCB(폴리염화비페닐)의 각 영양단계 별 생물농축 계수를 보면 바닷물의 농도를 1로 기준했을 때 플랑크톤은 1백, 어류는 10만, 고래 및 새는 1천만이다. 바닷물이 조금만 오염돼도 먹이연쇄의 정점에 위치한 새들은 오염물질을 다량 축적하게 돼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서 중화학 공업을 급속히 발전시켜 왔고, 한편에서는 독성이 강한 농약들을 개발해내 농업 생산성을 높여왔다. 그 과정에서 중금속 농약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무분별하게 배출돼 환경을 오염시켜 왔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만들어 낸 화학물질의 종류는 약 1천만종에 달한다. 그중 생체내에서 분해가 어렵고 잔류독성이 강한 물질, 예를 들면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 BHC(bengene hexachloride) PCB(poly chloride biphenyl) 다이옥신 납 수은 카드뮴 등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허용 기준을 넘어 사람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방출된 이러한 독성 오염물질들은 물 대기 생물을 경유해 이미 지구환경 전체에 확산됐다. 남극의 펭귄에서 북극곰까지 수은 카드뮴 DDT PCB 등이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염이 심한 유럽의 북해 연안에서는 1988년 봄부터 물범이 집단으로 죽어 나오기 시작해 그 수는 1년 동안 1만7천여마리에 달했다. 또한 오대호 연안을 비롯해 고농도로 오염된 호수가에 서식하는 새들이 알에서 부화하지 못하거나 부화해도 기형이 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체내에서는 모두 수은 카드뮴 PCB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 물질들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고 있다.
 

해양기름 오염현황


범 지구적 차원의 지표생물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우리인류는 이제 환경오염에 대한 막연하고 안일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신사고(新思考)를 정립해야 될 때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간주하고 오염문제를 지구적인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각각의 오염물질에 대한 독성영향보다는 복합오염 내지는 만성독성을 중요시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만성적인 독성 영향을 가장 손쉽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물을 이용해 환경오염의 정도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모니터링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이것은 결국 생물을 이용해 인간의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모니터링에 이용되는 생물을 지표생물이라고 부르며 지금까지는 나팔꽃잠자리 수서곤충 조개류 등을 많이 이용해 왔으나 이들은 모두 단기적이고 지역적인 모니터링에 불과했다.

장기적이고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지표생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우선 세계 각국에 널리분포해 모두가 이용 가능해야 하며, 화학물질을 다량 축적 농축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생물의 생활사 및 영양단계가 명확하게 알려진것이어야 한다. 또한 채집이 쉽고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크기의 것이 채집될 수 있어야 한다.

이와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생물로는 포유류나 조류를 손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조류는 오래전 부터 지표생물로 이용돼 왔다.

옛날 유럽의 광산 근로자들은 갱도에 들어갈 때 반드시 카나리아를 상자에 넣어 들고 들어가 날개를 퍼덕이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유독가스나 산소 부족을 탐지했다.

1950년대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에서는 해안가의 새들이 날개가 마비돼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사람에게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후 결국 그와 똑같은 증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이것이 바로 수은 오염에 의한 미나마타병이다.

1960년대에는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유럽 각국에서 매나 수리 같은 맹금류가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종자 소독용 유기수은제 농약이 그 원인이라고 밝혀졌다. 수은 농약이 묻은 종자를 먹은 곡식성 조류를 잡아먹은 매나 수리는 생물농축에 의해 고농도로 수은을 체내에 농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인류는 곧 수은 농약을 사용금지 시키게 되었고 가까스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먹이연쇄의 정점에 위치한 새들은 오염물질을 다량 축적하고 있다. 사진은주남저수지의 큰기러기 월동집단


깃털이 주목받는 이유

이처럼 새들은 많은 사건들을 겪어 오는 동안 수없이 많은 희생을 당하면서 모니터링을 위한 지표생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됐으며, 각종 오염물질의 분석을 위해 새의 조직이 이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물애호사상이 널리 보급돼 있어 새를 죽여서 조직내의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은 조류의 보호면에서 보나, 윤리적인 면에서 보나,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새를 죽이지 않고 모니터링에 사용하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시도되고 있다. 주로 체외의 경조직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중 발톱이나 부리 등은 축적된 오염물질의 농도가 너무 낮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깃털은 특히 중금속의 농도가 높아 실제로 이용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해 중금속인 납 카드뮴 수은 등은 새의 깃털에 많이 축적돼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수은은 몸 전체 부하량의 7할 이상이 깃털에 축적돼 있다. 유해 중금속은 체내에 흡수된 다음에는 몸 밖으로 배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성 영향을 받기 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다행히도 흡수된 양의 상당부분을 깃털조직으로 보내 불활성화시킴과 동시에 매년 한번씩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털갈이를 통해 밖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새들은 깃털을 이용해 독성 원소에 대해 해독작용을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배설작용까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해 중금속 원소들은 깃털에 많이 축적돼 있을뿐만 아니라 간 콩팥 근육 등 체내의 연조직 농도와 깃털조직 농도 사이에는 직접 상관관계가 성립하고 있다. 먹이를 통해 흡수된 이 원소들은 일단 체내 연조직 중에 축적됐다가 일정한 비율로 깃털 조직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내조직에서 깃털조직으로의 원소 이동은 털갈이 시기, 즉 깃털이 성장하고 있는 기간에만 한정돼 있다. 깃털의 성장이 완료되면 혈관이 단절되고 다음해의 털갈이 때까지 더이상의 물질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깃털에로의 물질이동 특징을 이용하면 깃털조직만 분석해 봄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일정한 지역에 서식하는 새를 생포해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깃털을 0.5g 정도만 잘라내 깨끗이 씻은 다음, 깃털조직 속의 중금속을 분석해보면 이로부터 체내의 조직농도를 추정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현재 그 지역의 환경오염이 생체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한편 깃털을 씻어낸 물 속에는 깃털에 붙어 있던 여러가지 대기오염 물질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물을 분석해 보면 그 새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기오염 정도를 간접적으로 알아 볼 수도 있다.

이밖에도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박제표본으로부터 연대별로 소량의 깃털을 채취해 분석하면 각 중금속 원소에 대한 오염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알아 볼 수 있다. 이것은 장래의 오염방지 대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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