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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물실험 대체할 독성 DNA칩

차세대 질병모델로 마지막 관문 넘는다

동물실험대체할독성DNA칩 차세대 질병모델로 마지막 관문 넘는다.


후보물질이 마련되면 생체 내에서 약으로서 적당한지 검사를 거친다.전통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각종 검증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DNA칩과 컴퓨터를 이용해 생체 내의 신약효능을 테스트한다는데….


신약개발에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고개는 험난하다. 우선 약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화합물을 조합화학을 통해 만들어내거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학 구조식의 얼개를 그려내 신약이 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만든다.

하지만 이 단계의 화합물은 아직 의약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생체 안팎에서 실제로 효능을 갖는지 마지막 실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약 후보물질은 실제로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 ‘약리효능평가’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후보물질이 실제로 생체 내에서 약효를 발휘하는지, 해악을 미치는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그리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치료효과를 내는지를 검사한다.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 비로소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약리효능평가는 사람의 생리학적 기능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하나의 돌파구 유전자 변형동물

과거의 동물실험은 우연히 발견된 질환을 가진 동물을 이용했다. 관절염에 걸린 개를 우연히 발견해, 이를 관절염 치료제의 효능 확인에 이용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동물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또한 그 수도 너무 적고, 노화나 신경질환 등의 복잡한 질환은 다른 하위동물 모델로는 효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여기에 돌파구가 된 것이 바로 관절염, 치매 등 특정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마우스에 삽입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실험동물이다. 최근에는 각종 발암 모델마우스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비만 모델마우스가 개발돼 의약품 개발에 획기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실험동물로는 전통적으로 마우스(mouse)와 쥐(rat)가 가장 많이 쓰인다. 비교적 사육이 쉽고, 세대수가 짧으며 한번에 많은 2세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마우스에 대한 유전체 연구결과가 많이 축적돼, 생체메커니즘도 자세히 알려져 있다. 마우스 외에도 토끼, 개, 햄스터, 고양이, 돼지, 그리고 침팬지 등도 이용된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과도한 동물실험은 그동안 많은 동물권 보호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동물도 생물로서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동물실험을 대체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독성학과 유전체학의 만남

대표적인 방법이 ‘독성유전체학’(toxicogenomics)이다. 독성학(toxicology)과 유전체학(genomics)이 합쳐진 말로 첨단 유전체학의 결과를 독성학에 응용하려는 학문이다.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이 검증되고 체내 흡수와 배설이 확인되면, 마지막으로 실험동물을 사용해 생체조절물질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생체반응을 발견·조사·평가하는 독성평가 과정을 거친다. 독성평가는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엄밀하고 철저한 실험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실험대상이 되는 동물도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독성유전체학에서는 실험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후보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만약 특정 독성성분을 지닌 후보물질이 생체 내로 투입되면, 이 물질은 단백질과 직접 반응하거나 다른 유전자에 결합해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독성유전체학은 이같은 특징을 이용, ‘독성 DNA칩’으로 독성물질을 가려낸다.

‘독성 DNA칩’은 실리콘 판 위에 수만개의 DNA 조각이 붙어 있다. 체내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빼곡이 배열하는데, 이때 화학물질에 의해 발현 정도가 변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배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구조에 따른 유전자의 반응여부는 유전체학의 발달로 이미 많이 밝혀져 있다.

진단할 때는 후보물질을 처리한 세포나 생체조직에서 추출한 유전자 중간체 (mRNA)를 DNA칩 위에 떨어뜨린다. 후보물질의 mRNA가 칩 위의 DNA 중 하나에라도 일치하면 레이저를 쪼였을 때 해당 부분이 형광을 나타낸다. 어디서 형광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해 후보물질과 정상 유전자의 발현 정도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안전성을 평가한다.

앞으로 독성유전체학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뿐 아니라, 동물을 희생한다는 심리적·윤리적 거부감을 감내해야 하는 동물실험 없이도, 후보물질의 독성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


디지털 가상세포에서 효능 평가

이 밖에도 ‘가상세포’를 이용한 약리효능평가도 시도되고 있다. 생체시스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대입한 뒤, 생체의 모든 생리기능을 모방한 인공생명을 가상공간에 만드는 것이다. 이 공간에 후보물질을 첨가하면 인공생명의 모든 생체조절물질은 후보물질과 화학반응을 통해 그 결과를 보여준다. 모니터 위에서 모든 생체반응이 진행돼, 그 결과만 관찰하면 후보물질이 어떤 효능과 기능을 갖는지, 혹시 독성은 없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시도들이 실제 동물을 이용한 생체검증보다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이 모든 시도들은 아직까지 개발단계이며, 실제 생체 내의 생리현상을 완벽히 표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생명공학이 다른 인접분야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언젠가는 실험동물 없이도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날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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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양승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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