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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유학일기] 친해지는 시간이 다를 뿐 영어가 전부는 아냐~

◇ 술술읽혀요 | 나의 미국 유학 일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 입학할 때 나는 학업보다는 사회생활과 학교 적응에 걱정이 많았다. 공부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 중간은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나는 내성적인 편이고, 낯도 좀 가리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유창하지 않아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영어에 자신이 있었다. 나는 10살 때부터 2년 동안 뉴질랜드에 살면서 영어를 배웠다. 뉴질랜드 유학은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뉴질랜드에 가기 전에도 영어책을 읽고 영어 학원을 다녔지만 뉴질랜드에 처음 갔을 때 학교에서 평가한 나의 영어 능력은 7~8살 수준이었다. 


당시 학교에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들과 오랜 시간 붙어 있었고 여러 운동을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다. 방과 후에는 영어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단어를 외웠다. 덕분에 11살이 됐을 때는 원어민 기준으로 13살 정도의 영어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영어 학원에 다니며 영어 실력을 계속 발전시켰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수업을 영어로 들으면서 전문적인 내용을 영어로 이해하는 것을 연습했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 와보니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과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늘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럿이 대화를 나눌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대화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흔했고 농담할 타이밍에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적잖이 당황한 적도 많았다. 한국말로 대화했다면 분명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말할 타이밍인데 그 짧은 순간 영어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발언권을 놓친 경우도 허다했다. 이렇게 유학 초반에는 친구를 사귀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나름의 해결 방법은 2~3명 정도 소수로 대화할 때 되도록 많이 말해보는 것이었다. 노력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미국 문화와 영어에 차차 익숙해졌고 1학년을 마칠 때는 친한 친구와 선배들도 꽤 생겼다. 안타깝게도 1학년 여름방학 후 한국에 돌아와 군대를 가면서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갔지만. 


군 복무를 마친 2년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나는 1학년 때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 신입생들은 서로 친해지기 바쁘고, 2학년들은 이미 친해져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내가 끼어들기가 힘들었다. 3학년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예전에는 친했던 4학년조차 2년의 공백 때문인지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친한 선배들은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2년 동안 영어를 쓰지 않아 다시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불안하고, 외로워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는 그냥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후 나는 기숙사에서 열리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안 친한 친구들의 모임도 따라갔다. 친구들에게 프로젝트나 숙제를 함께 하자고 말하며 먼저 다가갔다. 입학했을 때 친했던 친구를 통해 2~3학년 친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특히 신입생 시절 친했던 조슈아 첸은 내가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그는 복학해 2학년이 된 내게 2~3학년 친구들을 많이 소개해줬다. 첸이 소개해준 친구 한 명과는 작년에 같은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를 할 정도로 막역해졌다. 


이듬해 3학년이 됐을 때는 적응이 더 수월했다. 2학년 때 친해진 친구들도 있었고, 6명이 함께 사는 기숙사 ‘스위트’에 살면서 룸메이트들과 함께 대회를 나가거나 파티를 여는 등 미국 문화에 더욱 익숙해졌다. 결과적으로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고, 이 친구들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요즘에도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영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여럿이 대화할 때 문맥에 맞는 농담도 쉽게 던질 수 있고, 모르는 주제나 은어가 나왔을 때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수도 있게 됐다. 물론 아직도 영어 발음이나 문장 구사력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같지는 않지만 더 이상 영어가 친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설사 영어가 부족하더라도 부족함마저 이해해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분명 있다고 믿는다. 

 

202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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