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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X 긱블] 케첩으로 주스 만드는 마법의 기계

오늘의 청탁 : 토 맛 나는 토마토주스 만들기

◇안어려워요

희한한 것들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긱블은 종종 이상한 부탁을 받습니다. ‘긱블이 만들어주겠죠’가 일종의 밈(meme·모방, 재가공 등으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인 마냥 여러 유튜버의 공개 요청을 받곤 하는데요.


그런 긱블이 이번엔 과학기술 지식을 소개하는 유명 유튜버 ‘사물궁이’ 님의 공개 요청을 받았습니다. 사물궁이 님은 토마토케첩으로 토마토주스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 경우 ‘토 맛’이 난다는 지식(?)을 전해주며, 케첩을 주스로 바꿔주는 마법의 기계는 긱블이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악마가 밸런스 게임 문제로 ‘토 맛 나는 토마토주스 vs. 토마토주스 맛 나는 토’를 내서 어쩔 수 없이 ‘토 맛 나는 토마토주스’를 택했다면 이해하겠지만, 이걸 굳이 할 이유가…. 하지만 긱블은 이 요청을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유튜브 각이 잡혔거든요.

 

팔뚝만 한 주사기 미는 리드 스크류

토마토케첩을 토마토주스로 만드는 건 간단합니다. 사물궁이 님이 알려주길, 물과 케첩을 섞으면 끝난다고 합니다. 케첩을 손으로 짠 뒤 물과 케첩을 섞으면 아주 간단히 끝날 일입니다만, 긱블은 이걸 자동으로 해주는 기계를 만들 겁니다. 


너무 재능 낭비 같다고요? 누누이 말하지만 긱블은 쓸모는 없지만 재밌는 걸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진정 쓸데없는 기계가 만들어질 것 같아 설렙니다. 최근에 ‘붕어빵 기계’ ‘밸런싱 체어’ 같이 너무 쓸모 있어 보이는 기계를 많이 만들어 걱정되던 차였습니다.


기계 설계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긱블에서 설계를 맡은 메이커 잭키 님이 나섭니다. 주요 장치로 대형 주사기와 믹서 장치를 선정했습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대형 주사기에 토마토케첩을 가득 넣고, 주사기 끝에는 바늘 대신 호스를 연결합니다. 호스의 반대쪽 끝은 물이 담긴 유리병에 연결돼 있어서 주사기 밀대를 쭉 밀면, 물속으로 케첩 덩어리가 뚝뚝 떨어집니다. 이때 믹서 장치를 작동해 물과 케첩을 섞어줄 겁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주사기는 용량이 50cc 내외지만, 긱블은 대량의 토 맛 토마토주스를 제조하고자 500cc의 대형 주사기를 구해왔습니다.


주사기도 큰 데다가, 케첩의 점도도 높다 보니 주사기 밀대를 눌러줄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리드 스크류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리드 스크류는 긴 나사에 너트가 조립된 장치입니다. 강하게 회전운동 하는 모터로 너트를 돌리면 너트가 긴 나사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수직 운동으로 변환돼서 주사기 밀대를 강하게 밀어낼 수 있습니다.


리드 스크류에 연결돼 주사기 밀대를 눌러줄 피스톤 압축기와 케첩과 물을 섞어 줄 믹서 등 이번 작품에 요구되는 특수한 모양의 부품들은 설계도를 만든 뒤 주문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이제 이들 부품을 담을 거대한 틀을 설계할 차례입니다. 틀은 저렴하고, 레이저 절단기로 쉽게 자를 수 있으며, 가볍기까지 한, 메이커의 필수 도구, 중밀도 섬유판(MDF)을 이용할 겁니다.


단, 이번엔 특별한 구조로 만들 건데요. 작품의 전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무게를 더욱 가볍게 하면서도 기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트러스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트러스 구조는 여러 개의 직선 부재들을 삼각형 형태로 배열한 뼈대 구조입니다. 육교나 타워크레인 등의 거대 구조물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트러스 구조가 더해지며 토 맛 나는 토마토주스 기계의 모습이 정말 유려한 건축물스러워졌습니다.

 

 

방황하는 전류 인도해주는 ‘풀업’ 저항 

 

자고로 기계라 하면 동력이 필수입니다. 납땜의 멋짐을 아는 쾌남 메이커 민바크 님이 등장합니다. 민바크 님은 신중한 고민 끝에 스텝 모터 두 개와 직류(DC) 모터 하나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텝 모터 두 개는 주사기와 믹서에 부착된 리드 스크류에 각각 연결해줍니다. 스텝 모터는 강한 돌림힘(토크)을 내면서도 속도를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DC 모터는 믹서를 회전시키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DC 모터는 직류 전압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통한 전기공급도 쉽고, 제어가 간편해서 널리 사용됩니다. 믹서는 한 방향으로 회전만 하면 되니 DC 모터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전원 스위치를 연결할 건데요. 민바크 님의 납땜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완성된 아두이노 기판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품이 붙어 있네요. 모두 ‘플로팅(floating)’ 현상을 해결할 저항 부품들입니다. 


플로팅 현상은 아두이노가 신호를 잘못 인식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아두이노 보드에서 전류는 기본적으로 5V 출력 핀(+)에서 시작해 전압이 낮은 핀(-)을 향해 갑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눌렀을 때 5V 출력 핀에서 출발한 전류가 다른 핀에 도달하면 소프트웨어에 ‘1’의 값이 출력됩니다. 반대로 스위치가 꺼져 아두이노의 전류가 아두이노 핀에 도달하지 않을 때는 ‘0’의 값이 출력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0이 아닌 0과 1 사이의 어중간한 값이 출력됩니다.


0과 1이라는 값은 기본적으로 5V 출력 핀에서 출발한 전류가 다른 핀에 도착했을 때 입력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스위치가 연결되지 않으면 전류가 스위치로 인해 차단된 지점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엉뚱한 값이 출력되죠.


그래서 전류는 스위치가 연결되든 안 되든 항상 종착점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위치가 연결됐을 때는 전류의 종착점을 GND로, 스위치가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작동시키고 싶은 장치와 연결된 핀을 종착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스위치가 연결됐을 때 아두이노에서 0의 값이, 연결되지 않았을 때 아두이노에서 1의 값이 정확하게 입력되면서 아두이노가 정상작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저항을 추가 회로로 구성하는 것을 ‘풀업(pull-up)’이라고 합니다. 스위치 하나 연결하는 건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자, 이제 모두 연결했고 토 맛 토마토주스를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사물궁이 님이 팁을 주길, 일반 케첩보다는 열량이 절반인 하프 케첩으로 만드는 것이 토 맛이 덜 난다는군요. 이에 굴하지 않고 강한 토 맛과 약한 토 맛을 모두 느껴보고 싶은 긱블은 두 종류의 케첩을 전부 준비했습니다.
세 개 모터 모두 전원 스위치를 따로 달아줬습니다. 세 개의 전원 스위치를 모두 켜자 대형 주사기 안의 케첩이 쭉쭉 밀려 나가 물이 담긴 유리병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근데 정상작동은 여기까지. 믹서가 돌긴 도는데 케첩과 물이 섞이진 않습니다. 생각보다 믹서가 너무 느리게 회전해서인 것 같습니다. 다급히 전원 스위치를 모두 끄고 직접 손으로 저어줬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토마토주스가 완성됐습니다. 직접 시음해본 민바크 님은 ‘토마토주스를 원래 좋아해도 먹기 힘들 것 같다’며 토 맛에 대한 짧은 평을 토해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토 맛이란 도대체 무슨 맛인지 알고 싶은 독자분이 있다면 직접 만들어 보세요. 권장하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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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사진 및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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