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손으로 조이스틱이나 패드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 몇 년 전 닌텐도가 ‘위’를 출시하며 선보였던 체감형 게임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컨트롤러조차 필요하지 않다는 새로운 세대의 게임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최근 일본의 소니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잇달아 자사의 게임기에 쓸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플레이스테이션3용 ‘플레이스테이션@무브’와 엑스박스360용 ‘키넥트’다.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사용자의 몸동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조이스틱이나 패드와 달리 몸동작은 사용자가 느끼기에 더욱 직관적이다. 게임을 어려워하던 사람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닌텐도는 2006년 동작인식 센서가 들어 있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위’를 발표해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여성 사용자의 인기를 끌었다.
불붙은 모션 컨트롤 전쟁
첫 출시 당시 닌텐도가 사용한 컨트롤러인 ‘위 리모트’에는 가속도 센서와 광학 센서가 들어 있었다.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들고 움직이면 가속도 센서로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광학센서를 이용해 컨트롤러가 가리키는 방향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2009년 닌텐도는 여기에 각도와 회전을 인식할 수 있는 자이로 센서를 추가한 ‘모션플러스’를 발표했다. 모션플러스를 위 리모트에 붙이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동작을 인식해 더욱 정교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예전의 탁구 게임에서는 날아오는 공을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손목으로 공에 회전을 걸 수도 있다. 칼싸움 게임을 할 때도 칼날의 각도를 바꿔가며 공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느끼는 감각은 실제와 더욱 비슷해진다.
플레이스테이션@무브는 모션 컨트롤러와 플레이스테이션@아이로 이뤄진다.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도 모션플러스처럼 움직임과 회전을 모두 감지한다. x, y, z축과 평행한 직선 방향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와 x, y, z축을 중심으로 하는 회전을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다. 이렇게 3축 가속도 센서와 3축 자이로 센서를 합해 흔히 ‘6축 센서’라고 부른다. 지자기센서도 함께 들어 있어 지구 자기장을 측정해 컨트롤러의 방향을 알아낸다.
소니의 컨트롤러가 닌텐도 위와 다른 점은 한쪽 끝에 달려 있는 LED 전구다. 이 전구는 카메라가 들어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아이와 함께 3차원 공간 속에서 컨트롤러의 위치를 알아낸다. 영상 속 전구의 크기와 이미 입력돼 있는 전구의 실제 크기를 비교해 카메라에서 전구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전구의 색은 사용자의 주위 환경을 인식해 자동으로 가장 구별하기 쉬운 색으로 빛난다. 영상에 비친 전구의 위치와 카메라로부터의 거리를 바탕으로 알아낸 컨트롤러의 위치를 x, y, z축을 이용한 공간좌표값으로 게임기에 전송한다.
플레이스테이션@아이는 2003년 발표된 동작 인식 컨트롤러 ‘아이토이’의 후속 기종으로 얼굴과 동작을 인식하는 기능이 더욱 좋아졌다. 소니에 따르면 눈, 코, 입을 구별해 얼굴을 인식할 수 있으며, 얼굴이 향하는 방향이나 입을 벌린 정도를 측정해 게임에 반영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게임 화면에 등장하거나 사용자의 얼굴에 게임 캐릭터의 얼굴을 덧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용 ‘키넥트’는 한술 더 떴다. 사용자가 손에 쥐는 컨트롤러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키넥트는 영상만으로 사용자의 몸동작을 인식해 게임에 반영한다.
이를 위해 키넥트는 RGB카메라와 거리측정용 카메라를 이용한다. 전면에 있는 렌즈 셋 중 가운데는 RGB카메라다. RGB카메라는 빛의 3원색인 빨강(Red), 녹색(Green), 파랑(Blue)에 해당하는 색채 정보를 따로따로 감지해 전송해 준다. 일반 카메라보다 훨씬 자세하게 색을 구별할 수 있다. 거리측정용 카메라는 사용자나 벽, 의자 같은 주위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적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쓸 수 있다. 키넥트는 두 영상을 이용해 사용자의 몸을 입체 영상으로 만든다.
사용자가 키넥트 앞에 서면 카메라가 위아래로 회전하면서 사용자의 몸을 스캔한다. 스캔이 끝나면 키넥트는 사용자의 입체 영상을 바탕으로 머리나 손, 발 같은 주요 부위와 팔꿈치나 무릎 등의 관절 위치를 알아낸다. 이들이 움직이는 방향과 정도, 관절이 꺾이는 각도를 계산해 게임 캐릭터가 사용자와 똑같이 움직이게 만든다.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기능닌텐도는 센서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상을, 그리고 소니는 센서와 영상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며 느낄 수 있는 체감형 게임을 추구하는 점은 똑같다. 우탁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게임이 오히려 전통적인 놀이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놀이는 직접 몸을 써야 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중요했다. 하지만 비디오 또는 컴퓨터 게임이 등장하면서 놀이에서 운동과 소통이라는 의미는 사라졌다. 이후 네트워크의 발달로 등장한 온라인 게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되살렸고, 모션 컨트롤러의 등장은 신체 운동을 되살렸다. 다만 아직 TV나 모니터 화면 앞으로 제한되는 게임 공간은 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에는 이런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 교수는 열린 공간 속에서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피지컬 필드 게임(DPFG)’을 개발 중이다. 게임을 하고자 하는 공간을 센서와 디스플레이 장치로 둘러싸 가상현실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센서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모니터 안의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 정해진 몇 명의 사용자가 서로 소통하며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옛날 공터에서 뛰어놀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모니터나 막 형태의 스크린을 사방에 설치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런 문제는 두부 장착형 디스플레이(HMD)로 해결할 수 있다. 헬멧 또는 머리띠 모양의 장치에 양쪽 눈앞에 놓일 소형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영상을 투영하는 장치다. 요즘에는 안경처럼 작게 만들 정도까지 발전했다. HMD에 센서를 넣어 머리의 움직임과 회전하는 방향을 감지해 고개를 돌리면 영상이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투영해 입체 영상을 보여 주는 것도 가능하다.
HMD에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쓰면 어떨까. 사용자의 눈에는 실제 주변 환경이 보이며, 여기에 필요에 따라 그래픽을 덧입힐 수 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즐기면 사용자의 느낌은 더욱 생생해진다. 실로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 5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19인치 투명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발표했다.
한편 인터페이스에 따라 사용자가 다양한 동작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게임에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호서대 게임공학과 박성준 교수팀은 의자를 컨트롤러로 활용하는 게임을 개발했다. 의자에 센서를 달아 좌우로 기울이거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감지해 ‘테트리스’를 즐기는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만 격렬한 동작이 힘든 노인은 의자에 앉은 채 게임을 즐기며 동시에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할 수 있다. 직접 몸을 움직이며 하는 체감형 게임에 노인 운동이라는 기능을 덧붙인 셈이다.
센서가 달려 있어 뛰거나 걷는 동작을 인식해 게임에 활용하는 신발,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갑도 있다. 이와 같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센서가 들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체감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토대가 생긴다.
뇌파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도 커다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미국의 뉴로스카이가 개발한 뇌파 인터페이스 장치 ‘마인드셋’은 뇌파를 감지해 집중하고 있을 때와 편안하게 있을 때를 구분한다. 이를 이용해 게임에 재미있는 요소를 도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제다이가 멀리서 물체를 움직일 때 사용하는 ‘포스’를 게임 속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정신을 집중하면 그 뇌파를 감지해 게임 속 캐릭터가 포스를 쓰는 식이다.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도 집중해서 총을 조준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사용자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뇌파로 감지해 화면 속에서 총이 떨리는 정도를 조절한다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뇌파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 기능도 있다. 현재 기술로는 집중과 이완 상태만을 구분하기 때문에 보조 역할밖에 할 수 없지만, 미래에 뇌파를 완벽하게 읽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의 게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차세대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우탁 교수는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션 컨트롤 인터페이스 3파전이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2001~2002년에 게임에 도입된 모션 컨트롤 기술이 막 성숙한 시기이므로 당분간 이를 이용한 체감형 게임이 주류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가정용 게임기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휴대용 기기가 널리 퍼지면서 게임 시장도 크게 바뀌고 있다. 휴대용 기기도 6축 센서, 터치스크린, 카메라 등의 인터페이스 장치를 이용해 색다른 게임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정용 게임기나 PC게임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발자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보기 쉽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동한 게임도 나와 있다.
박성준 교수는 “예전과 달리 이제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와 인터페이스가 다양해져 게임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모션 컨트롤을 비롯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과 각종 기능성 게임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판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게이머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1
최근 일본의 소니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잇달아 자사의 게임기에 쓸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플레이스테이션3용 ‘플레이스테이션@무브’와 엑스박스360용 ‘키넥트’다.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사용자의 몸동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조이스틱이나 패드와 달리 몸동작은 사용자가 느끼기에 더욱 직관적이다. 게임을 어려워하던 사람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닌텐도는 2006년 동작인식 센서가 들어 있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위’를 발표해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여성 사용자의 인기를 끌었다.
불붙은 모션 컨트롤 전쟁
첫 출시 당시 닌텐도가 사용한 컨트롤러인 ‘위 리모트’에는 가속도 센서와 광학 센서가 들어 있었다.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들고 움직이면 가속도 센서로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광학센서를 이용해 컨트롤러가 가리키는 방향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2009년 닌텐도는 여기에 각도와 회전을 인식할 수 있는 자이로 센서를 추가한 ‘모션플러스’를 발표했다. 모션플러스를 위 리모트에 붙이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동작을 인식해 더욱 정교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예전의 탁구 게임에서는 날아오는 공을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손목으로 공에 회전을 걸 수도 있다. 칼싸움 게임을 할 때도 칼날의 각도를 바꿔가며 공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느끼는 감각은 실제와 더욱 비슷해진다.
플레이스테이션@무브는 모션 컨트롤러와 플레이스테이션@아이로 이뤄진다.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도 모션플러스처럼 움직임과 회전을 모두 감지한다. x, y, z축과 평행한 직선 방향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와 x, y, z축을 중심으로 하는 회전을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다. 이렇게 3축 가속도 센서와 3축 자이로 센서를 합해 흔히 ‘6축 센서’라고 부른다. 지자기센서도 함께 들어 있어 지구 자기장을 측정해 컨트롤러의 방향을 알아낸다.
소니의 컨트롤러가 닌텐도 위와 다른 점은 한쪽 끝에 달려 있는 LED 전구다. 이 전구는 카메라가 들어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아이와 함께 3차원 공간 속에서 컨트롤러의 위치를 알아낸다. 영상 속 전구의 크기와 이미 입력돼 있는 전구의 실제 크기를 비교해 카메라에서 전구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전구의 색은 사용자의 주위 환경을 인식해 자동으로 가장 구별하기 쉬운 색으로 빛난다. 영상에 비친 전구의 위치와 카메라로부터의 거리를 바탕으로 알아낸 컨트롤러의 위치를 x, y, z축을 이용한 공간좌표값으로 게임기에 전송한다.
플레이스테이션@아이는 2003년 발표된 동작 인식 컨트롤러 ‘아이토이’의 후속 기종으로 얼굴과 동작을 인식하는 기능이 더욱 좋아졌다. 소니에 따르면 눈, 코, 입을 구별해 얼굴을 인식할 수 있으며, 얼굴이 향하는 방향이나 입을 벌린 정도를 측정해 게임에 반영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게임 화면에 등장하거나 사용자의 얼굴에 게임 캐릭터의 얼굴을 덧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용 ‘키넥트’는 한술 더 떴다. 사용자가 손에 쥐는 컨트롤러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키넥트는 영상만으로 사용자의 몸동작을 인식해 게임에 반영한다.
이를 위해 키넥트는 RGB카메라와 거리측정용 카메라를 이용한다. 전면에 있는 렌즈 셋 중 가운데는 RGB카메라다. RGB카메라는 빛의 3원색인 빨강(Red), 녹색(Green), 파랑(Blue)에 해당하는 색채 정보를 따로따로 감지해 전송해 준다. 일반 카메라보다 훨씬 자세하게 색을 구별할 수 있다. 거리측정용 카메라는 사용자나 벽, 의자 같은 주위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적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쓸 수 있다. 키넥트는 두 영상을 이용해 사용자의 몸을 입체 영상으로 만든다.
사용자가 키넥트 앞에 서면 카메라가 위아래로 회전하면서 사용자의 몸을 스캔한다. 스캔이 끝나면 키넥트는 사용자의 입체 영상을 바탕으로 머리나 손, 발 같은 주요 부위와 팔꿈치나 무릎 등의 관절 위치를 알아낸다. 이들이 움직이는 방향과 정도, 관절이 꺾이는 각도를 계산해 게임 캐릭터가 사용자와 똑같이 움직이게 만든다.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기능닌텐도는 센서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상을, 그리고 소니는 센서와 영상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며 느낄 수 있는 체감형 게임을 추구하는 점은 똑같다. 우탁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게임이 오히려 전통적인 놀이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놀이는 직접 몸을 써야 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중요했다. 하지만 비디오 또는 컴퓨터 게임이 등장하면서 놀이에서 운동과 소통이라는 의미는 사라졌다. 이후 네트워크의 발달로 등장한 온라인 게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되살렸고, 모션 컨트롤러의 등장은 신체 운동을 되살렸다. 다만 아직 TV나 모니터 화면 앞으로 제한되는 게임 공간은 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에는 이런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 교수는 열린 공간 속에서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피지컬 필드 게임(DPFG)’을 개발 중이다. 게임을 하고자 하는 공간을 센서와 디스플레이 장치로 둘러싸 가상현실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센서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모니터 안의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 정해진 몇 명의 사용자가 서로 소통하며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옛날 공터에서 뛰어놀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모니터나 막 형태의 스크린을 사방에 설치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런 문제는 두부 장착형 디스플레이(HMD)로 해결할 수 있다. 헬멧 또는 머리띠 모양의 장치에 양쪽 눈앞에 놓일 소형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영상을 투영하는 장치다. 요즘에는 안경처럼 작게 만들 정도까지 발전했다. HMD에 센서를 넣어 머리의 움직임과 회전하는 방향을 감지해 고개를 돌리면 영상이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투영해 입체 영상을 보여 주는 것도 가능하다.
HMD에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쓰면 어떨까. 사용자의 눈에는 실제 주변 환경이 보이며, 여기에 필요에 따라 그래픽을 덧입힐 수 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즐기면 사용자의 느낌은 더욱 생생해진다. 실로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 5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19인치 투명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발표했다.
한편 인터페이스에 따라 사용자가 다양한 동작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게임에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호서대 게임공학과 박성준 교수팀은 의자를 컨트롤러로 활용하는 게임을 개발했다. 의자에 센서를 달아 좌우로 기울이거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감지해 ‘테트리스’를 즐기는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만 격렬한 동작이 힘든 노인은 의자에 앉은 채 게임을 즐기며 동시에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할 수 있다. 직접 몸을 움직이며 하는 체감형 게임에 노인 운동이라는 기능을 덧붙인 셈이다.
센서가 달려 있어 뛰거나 걷는 동작을 인식해 게임에 활용하는 신발,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갑도 있다. 이와 같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센서가 들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체감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토대가 생긴다.
뇌파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도 커다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미국의 뉴로스카이가 개발한 뇌파 인터페이스 장치 ‘마인드셋’은 뇌파를 감지해 집중하고 있을 때와 편안하게 있을 때를 구분한다. 이를 이용해 게임에 재미있는 요소를 도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제다이가 멀리서 물체를 움직일 때 사용하는 ‘포스’를 게임 속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정신을 집중하면 그 뇌파를 감지해 게임 속 캐릭터가 포스를 쓰는 식이다.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도 집중해서 총을 조준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사용자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뇌파로 감지해 화면 속에서 총이 떨리는 정도를 조절한다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뇌파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 기능도 있다. 현재 기술로는 집중과 이완 상태만을 구분하기 때문에 보조 역할밖에 할 수 없지만, 미래에 뇌파를 완벽하게 읽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의 게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차세대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우탁 교수는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션 컨트롤 인터페이스 3파전이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2001~2002년에 게임에 도입된 모션 컨트롤 기술이 막 성숙한 시기이므로 당분간 이를 이용한 체감형 게임이 주류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가정용 게임기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휴대용 기기가 널리 퍼지면서 게임 시장도 크게 바뀌고 있다. 휴대용 기기도 6축 센서, 터치스크린, 카메라 등의 인터페이스 장치를 이용해 색다른 게임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정용 게임기나 PC게임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발자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보기 쉽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동한 게임도 나와 있다.
박성준 교수는 “예전과 달리 이제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와 인터페이스가 다양해져 게임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모션 컨트롤을 비롯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과 각종 기능성 게임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판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게이머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