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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혼돈의 한 달이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랬다. 굵직굵직한 일들이 국내외에서 터져 나왔다. 꼭 과학 분야에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사회, 외교, 보건 등 언뜻 과학이나 기술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들이 뉴스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을 것이다. 세상 그 어느 이슈도 과학이나 기술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과학 또는 과학적 합리주의로 설명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현대 사회는 이미 과학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고, 한국도 그렇다. 아마 독자 여러분이 귀한 시간을 내서 ‘과학동아’를 읽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도 인공지능 바둑,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드(THAAD) 등 다양한 현안을 긴급히 다뤘으니, ‘사회를 보는 과학의 눈’을 벼릴 수 있으면 좋겠다.

2월은 과학계의 뉴스가 전세계인을 사로잡은 한 달이기도 했다. 정확히 100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물리 현상이 이론에서 실체로 거듭났다. 중력파라는, 먼우주에서 태어나 퍼져가는 시공간의 떨림을 변방의 지구인이 관측해 냈다. 이 떨림은 먼 우주를 지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약해졌는데, 인류는 그 미약한 일렁임을 기어이 발견해 냈다.

언론에서는 중력파를 발견한 학자들의 노력을 무모한 도전과 극적인 성공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망이 없는 일을 그럴듯하게 대충 이야기하고, 투자만 하면 대박을 치겠다고 허언한 뒤 요행을 기다리지 않는다. 정말 가능할지 이론을 촘촘히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어느정도 정밀도로 할지까지 세심히 설계하며, 성공확률이 얼마인지까지 철저히 계산하는게 과학자들이다.

이것은 각광을 받는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루한 계산을 끝도 없이 하고 막대한 자료를 질리도록 해석한 학자들, 기기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수없는 반복실험을 한 엔지니어들이 뒤에 있었다. 과학과 합리성의 영역은 개미보다 작게 조금씩 늘어났고, 이런 과정이 쌓여 가망 없어 보이는 실험도 결국 성공하게 됐다.

아인슈타인은 물질의 존재에 따른 시공간의 주름을 예측했다. 때로 이 주름은 기이한 현상도 상상하게 했다. 시공간을 접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 막대한 공간 차이를 순식간에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의 주름에서는 공간도 시간도 건너뛸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SF에 차용된 이 아이디어는, 적어도 과학적 발견의 순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름 없는, 오로지 집단의 성실한 노력으로만 건너갈 수 있는 매끈한 발견의 우주가 있을 뿐이다.


                 

201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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