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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양상은 바이러스가 어떤 숙주세포와 결합하고, 어떻게 유전체를 복제하며, 어떤 환경 조건에서 성숙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SARS-CoV-2)는 RNA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유전체 복제와 단백질 합성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감염 후 3~4일만 지나면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며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이 된 데는 이렇게 빠른 전파 속도가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를 유행시킨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CoV)와 2012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를 유행시킨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MERS-CoV)가 하부 기도를 감염 시키는 것과 달리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는 상부 기도를 감염시킨다.

인체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자손을 만들어낸 뒤 재빨리 다른 인체로 옮겨간다. 이는 무증상 감염자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에서 증상이 나타나게 만든 뒤 다른 숙주로 이동하기 때문에 숙주 입장에서는 증상을 보고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이례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바이러스 전파가 시작된 이후다.

또 광견병바이러스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전파가 몹시 느린 바이러스도 있다.

광견병바이러스는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대부분 포유류에서 병원성을 나타내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이지만, 감염된 뒤 짧으면 3~9주, 길면 6개월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따라서 광견병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전구증상이 보일 때 백신을 맞으면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 백신인 동시에 치료제인 셈이다.

HIV의 경우 감염된 뒤 2~4주간 가벼운 감기 증상이 나타난 뒤 무증상 잠복기에 들어가는데, 이때부터 바이러스의 증식이 시작된다. 잠복기는 8~10년으로 매우 길다.

자신의 유전체를 숙주인 박테리아 (세균)의 DNA 속에 끼워 넣어 감염 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는 아예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가령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 파지인 T4 파지는 대장균의 DNA 속에 자신의 유전체를 넣는데, 곧바로 자손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숙주세포와 함께 증식하면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다 특정 자극을 받거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좋은 환경이 되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일단 전파가 시작되면 바이러스의 최종 목표는 또 다른 숙주를 찾아 최대한 멀리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자손을 퍼뜨리는 전략을 취한다. 포유류가 가진 콧물과 기침이라는 좋은 면역시스템이 이때만큼은 바이러스가 자손을 효율적으로 퍼뜨릴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사람이 한 번 기침할 때 약 3000개의 비말(침방울)이 만들어진다.

지름 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상인 침방울에 바이러스 입자가 담겨 전파되면, 이를 비말감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비말은 기침을 한 사람의 전방 2m까지 퍼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간 거리를 2m 이상 유지하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비말의 크기, 에어컨 가동 등 외부요인에 따라 확산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비말이 크면 금세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작으면 공기와 함께 널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말이 5μm 이하로 작으면 공기감염이 가능하다고 본다. 결핵바이러스, 홍역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가 대표적으로 공기감염이 잘 발생한다.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도 있다. 간세포를 숙주로 삼는 B형 간염바이러스와 C형 간염바이러스, 신생아의 소두증을 야기하는 지카 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일단 접촉해야 감염이 일어나기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떨어진다. 단, 지카 바이러스는 사람 간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감염된다. 이집트숲모기가 전파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숲모기는 지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숙주는 아니지만,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마신 뒤 다른 사람을 물면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적인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일반적으로 생물은 저온과 고온 등 온도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포유류는 열 조절 등 항상성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고, 파충류는 겨울잠을 자며 낮은 온도를 견딘다. 하지만 구조가 단순한 바이러스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가 낮을수록 더 빠르게 퍼진다.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연구팀은 2007년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온도는 5도, 습도는 20~35%인 환경에서 전염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리학’에 발표했다.

반면 온도가 30도, 습도가 80%일 때는 거의 전파되지 않았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발하는 독감은 온도와 습도가 낮은 가을과 겨울철에 주로 유행한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는 30도를 넘는 더위에서는 생존율이 떨어진다. 생존율이 떨어지면 전파력이 일부 감소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파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 예방센터(CDC) 등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NEJM)’ 에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가 에어로졸 상태에서도 3시간까지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4월 16일 발표했다. 이는 공기감염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봤던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연구팀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특정 환경에 노출한 뒤 활성화된 바이러스의 양이 감지되지 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더니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표면에서는 2~3일이 걸렸고, 택배 상자 같은 종이 박스에서는 24시간이 걸렸다.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시간을 단축해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구리 표면에서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양이 절반이 되기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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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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