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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파트너@DGIST] '씨앗' 키워 정제까지...친환경 퀀텀닷 레시피

DGIST 에너지공학 전공

◇꽤 어려워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선반 위 시약병에 담긴 알록달록한 액체가 시선을 끌었다. 이제 막 제작된 신선한(?) 퀀텀닷 입자가 내는 빛이었다. 퀀텀닷은 TV와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태양전지와 같은 에너지 소자에도 활용되는 ‘핫’한 신소재다. 3월 30일 퀀텀닷 연구가 한창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다기능성나노물질 및 나노소자연구실(MNEDL)을 찾았다. 

 

 

퀀텀닷,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제품이 나오면 사람들은 기술 개발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퀀텀닷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예요.”
연구실을 이끄는 이종수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퀀텀닷을 실생활에 활용하려면 극복할 문제가 여럿 남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발광소자는 내부 전자의 에너지값 차이를 이용해 빛을 낸다. 전자가 외부에서 전기나 빛에너지를 흡수해 바깥쪽 전자껍질로 이동했다가 다시 안쪽 전자껍질로 떨어질 때 에너지값 차이만큼 에너지가 방출되고 이는 빛에너지로 전환된다. 이때 빛의 색깔은 방출되는 에너지값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질 수 있는 에너지값 전체를 총칭하는 말)는 물질마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물질로 만든 발광소자는 같은 빛을 낸다. 
퀀텀닷이 빛을 내는 원리도 이와 유사하다. 다만, 퀀텀닷은 지름이 2~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로 매우 작은 반도체 나노입자다. 발광물질의 크기가 nm 단위로 작아지면 물질의 성질이 변하고, 물질의 고유한 특성인 에너지 준위도 달라진다. 같은 소재로 만든 퀀텀닷이라도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양자구속효과’라고 한다. 퀀텀닷이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다. 
게다가 퀀텀닷 입자가 내는 빛은 색 순도가 매우 높다. 일반적인 발광물질은 수천, 수만 개의 원자가 뭉쳐 있기 때문에 원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준위의 범위가 넓고, 이로 인해 미묘하게 다른 파장의 빛이 섞일 수 있다. 
하지만 퀀텀닷은 크기가 작고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개수가 수십~수백 개로 적기 때문에 에너지 준위 오차가 적다. 덕분에 의도한 파장에 가까운 빛을 집중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 삼원색(RGB)의 원색에 가까운 빛을 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반치폭(FWHM)’이 작다고 설명한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퀀텀닷이지만,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1982년 최초로 발견된 퀀텀닷의 핵심물질은 카드뮴이었다. 하지만 중금속인 카드뮴의 인체 유해성이 제기되면서 지금은 카드뮴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13족 원소가 핵심물질로 쓰이는 추세다.  
이 교수팀이 활용하고 있는 인화인듐(InP)이 대표적이다. 인화인듐은 13족의 인듐에 15족의 인을 합성한 물질로, 독성은 적지만 카드뮴을 사용하는 퀀텀닷에 비해 결합력이 약해 합성하기가 어렵고 발광효율도 낮다.
이 교수는 “현재 인화인듐의 발광효율은 카드뮴의 70~ 80%에 불과하다”며 “퀀텀닷을 감싸는 리간드를 유기물에서 무기물로 치환하는 등 다양한 공법을 활용해 인화인듐 퀀텀닷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퀀텀닷 효율 높일 특별한 ‘레시피’


퀀텀닷을 연구하는 연구실에는 저마다 효율이 높은 퀀텀닷을 합성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있다. 가령 퀀텀닷의 색 순도를 높이려면 입자들의 에너지 준위 오차를 2%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재료 조성과 합성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 변수들을 통제하는 기술이 곧 그 연구실만의 노하우가 된다.
이 교수팀은 인화인듐을 1.9nm 크기의 ‘씨앗’ 형태로 만든 뒤 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일정한 크기의 퀀텀닷 입자를 구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490~650nm 파장을 흡수해 붉은 색을 구현하는 퀀텀닷을 제작하면서 씨앗 입자를 키웠고, 이를 한 번 더 분리해서 정제했다.
또 퀀텀닷 핵심물질을 다른 물질로 감싸 양자구속효과를 극대화하고, 올레산염(oleate) 리간드를 붙여 퀀텀닷의 안정성(수명)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반치폭이 35~40nm로 작은 순도 높은 색을 표현하는 퀀텀닷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재료 화학’ 2018년 5월 25일자에 실렸다. doi: 10.1021/acs.chemmater.8b02049
연구팀은 앞으로 퀀텀닷의 반치폭을 32nm 이하로 줄이는 등 고순도 퀀텀닷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실험실에서는 인화인듐 퀀텀닷의 효율을 카드뮴 퀀텀닷과 유사한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며 “퀀텀닷을 이용하면 순도 높은 색을 표현하면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더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 = 이영애 기자
  • 사진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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