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결, 정보혁명의 시대
우리가 경험하는 문명, 경제, 사회발전을 하나의 변화과정이라고 한다면 우리 세대는 또다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미국의 '앨빈토플러'는 '제3의 물결'로 표현되는 정보혁명시대로 말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과 경제·사회구조가 농업혁명으로 발전의 단계를 밟기 시작한 이후,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쳐 이제는 정보혁명기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이 사회를 앨빈토플러는 '정보화 사회'라고 말하면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거센 물결이 쳐오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와 발전에 대한 예견은 비단 토플러만이 아니라 '제임스마틴'의 'Telematic Society'등 선진국의 많은 선각자들이 같은 예측을 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요 재산이었으나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귀중한 재산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정보화 사회의 실현 기반을 조성하고 현실화하는 관건이며 과제가 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를 비롯 선진과 발전을 지향하는 모든 국가는 경제·사회의 발전 목표를 정보화 사회 실현에 두고 있다. 이를 '정보전쟁'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으며 현재 모든 나라가 이에 열병을 앓고 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정보선진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기술 개발과 인력양성 등에 정열을 쏟고 있으며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1차 정보화 혁명을 완수하고 1980년에서 시작, 1990년대까지를 제2차 정보화 혁명기로 설정하고 이를 추진시키고 있다. 2차 혁명기에 컴퓨터를 주축으로한 정보기기를 사회 모든 분야에 보급, 이용을 고도화하고 이를 네트웍화하는 고도 정보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피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될 정보화 사회 건설의 과제는 우리 코앞에 닥친, 우리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해결 완수해야할 숙제가 되고 말았다.
선진과 발전에의 의지를 구현해 나간다는 시각에서 현재 우리의 정보산업 실상을 살펴보고 과제를 점검해보자.
고부가가치, 지식 첨단산업
정보산업은 무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전형적인 지식산업이며 산업구조 고도화의 중핵을 담당할 선도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보산업을 광의로 해석할 때는 교육, 언론, 방송, 조사연구, 인쇄, 출판 등 모든 관련산업을 총망라한다고 하겠으나 현재 우리가 지칭하고 있는 정보산업은 협의의 정보산업을 의미하고 있다(표1).
정보산업은 정보기기산업과 정보처리산업으로 구분된다. 정보기기 산업은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을 포함한 기기제조와 그 부품인 반도체 제조사업을 말한다. 흔히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상품의 예를 들어보면 퍼스널컴퓨터(PC), 미니컴퓨터라든가 초소형,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으로 분류하는 범용컴퓨터가 소위 컴퓨터라는 것이고 이 컴퓨터는 본체(CPU: 중앙처리장치)와 주변기기로 나뉜다. 주변기기에는 입력장치(터미널), 출력장치(프린터 등), 보조기억장치(FDD,HDD…)등이 있다.
이러한 컴퓨터의 핵심부품이 되는 반도체는 1950년대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이래 IC(집적회로), LSI(대규모 집적회로),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로 발전되어오고 있다. 최근 자주 매스컴에 보도되는 64K D램, 256K D램 또는 64K D램, 1M D램 등이 VLSI급에 속하는 반도체다.
한편 정보처리산업은 소프트웨어업과 정보처리서비스업, 정보제공서비스업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보통 정보기기산업(하드웨어, H/W)에 대칭하여 소프트웨어(S/W) 산업 하나로 개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일본이나 미국 등과 같이 정보처리사업체의 업무가 확실히 나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라 함은 데이터처리 시스템 운영에 관한 프로그램, 순서·규칙 및 그들에 관련된 문서를 말하는데 컴퓨터를 운영하는 기술, 즉 컴퓨터 프로그램의 총칭을 말한다.
S/W에는 오퍼레이팅 시스템(operating system:OS)과 응용S/W(Application Software:AS)가 있다. OS는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콘트롤시스템이며, AS는 어떤 특정한 일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S/W를 말한다. 항상 사용하고 있는 UNIX MS-DOS CP/M 등이 OS이며, 인사관리 프로그램, 재무관리 프로그램 등으로 불려지는 것이 AS이다.
이러한 정보산업의 산업적 특성을 살펴보면 컴퓨터산업, 반도체산업, 소프트웨어산업 등 정보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이면서 에너지 소비가 매우 적다. 또한 부가가치 창출량이 크고 공해가 없는 산업이라는 일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상품보다도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반도체산업의 경우는 많은 연구·개발비 투입과 거대한 시설투자를 해야하는 장치산업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모든 국가가 정보산업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앞으로 수요증대 가능성과 수출전망, 고부가가치 창출 때문이라고 하겠다. 특히 고부가가치성에 대해서 김 정흠 교수의 글을 원용해보면, 컴퓨터 본체의 경우 1㎏당 1백달러인데 반하여 승용차는 5달러, VTR은 40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256K D램 1g당 11달러의 가치를 지닌데 반하여 제트전투기(F15)는 3달러, 금은 10달러에 머물 정도로 정보산업은 부가가치가 높다하겠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 구축의 기초가 되는 컴퓨터는 현재 수입에 의한 범용컴퓨터 1천8백70대와 83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퍼스널컴퓨터(pc) 약28만대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이용 역사는 1961년 내무부 통계국에서 IBM PCS를 도입하고 요원교육을 실시한데서 시작된다. 한편 경제기획원이 IBM 1401을 도입 가동하기 시작한 1967년을 우리나라 컴퓨터 이용의 효시로 보는 이도 있다. 아뭏든 1961년으로 본다면 24년, 1967년으로 본다면 18년의 역사다. 그 기간 동안 도입된 범용컴퓨터가 85년6월말 현재 1천8백 70대이다. 지난 1980년에는 5백22대에 지나지 않았으나 83년에 1천 대를 넘어서면서 연평균 4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83년 이후 우리나라 정보화 사회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표2).
범용컴퓨터 도입·설치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IBM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3백 36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아니라 특히 대형과 초대형급에서는 각각 81대(51.9%)와 78대(63.9%)로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범용컴퓨터는 1천 87대 가운데서 기업에 60.4%인 1천1백 30대가 설치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컴퓨터 수요처는 역시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컴퓨터 규모별로 보면 대당 가격이 5만~10만달러의 초소형이 42.5%로 가장 많고 다음이 10만~30만달러의 소형이 27.4%로 아직은 소형 중심의 이용상태에 있다고 하겠다.
나아가 도입의 형태에 있어서는 완전히 사오는 형태인 구입이 61.4%인 1천1백98대로 제일 많고 빌려오는 형식인 임차와 리스가 35.4%의 구성을 보이고 있다. 외국에 비해 임차·리스의 구성비가 낮은 것도 문제점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컴퓨터운용에 지출된 외화는 84년 2억8천1백달러, 83년 2억5백만달러가 지출되었는데 80~84년까지 5년 간의 누계를 보면 8억4천3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 주변기기와 S/W 수입 금액까지 합하면 약15억달러 이상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러한 엄청난 외화를 소모하면서 도입된 컴퓨터가 도입목적을 달성하면서 효과있게 잘 이용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 정보산업협회가 조사 발표한 컴퓨터시스템 이용실태 조사(1985.2)에 의하면, 도입한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활용도가 점점 개선되고 있음이 나타났다(표3). 70년대 말, 80년대 초의 경우에는 값비싼 컴퓨터를 사들여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귀중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지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의 70.2%가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83년에 비해 3.0%가 개선된 실적인 것이다.
다만 컴퓨터시스템 이용에 문제점이 있다고 한 대답이 23.5%에서 26.6%로 3.1% 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데서 나온 발전적인 문제의 제기라고 보여진다. 그 이유가 종합적인 시스템의 미비(16.7%), 적합한S/W의 부족(16.3%) 등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응답자를 중심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는 업무분야를 보면 인사·급여 부분에 24.2%, 영업·마케팅에 19.7%, 경리·재무에 15.2%를 활용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컴퓨터의 고도이용이라할 미래예측과 기획보다는 실적관리계산에 주로 쓰여지고 있어 컴퓨터 이용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다(표4).
컴퓨터산업의 실상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매년 업체, 생산, 수출실적 등 각부문에서 고도성장을 나타내고 있기는 하나, 역사가 짧은데다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기술경쟁력이 미약하여 아직은 기대하는 만큼의 발전저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 도래에 대한 기대와 컴퓨터산업의 장기전망에 바탕을 둔 활발한 사업개발 및 컴퓨터시스템 이용에 대한 인식개선 등으로 발전의 기틀을 하나하나 굳혀 나가고 있다.
먼저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생산동향을 보면 컴퓨터 본체인 CPU는 84년 말 1억5천만 달러로 83년의 7천2백만 달러에 비해 무려 2배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고도성장을 보였다.
한편 입력장치, 출력장치, 보조기억장치, 전송장치로 불리는 주변기기의 경우도 83년에 비해 2.1배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표5).
국내 총 컴퓨터시스템 생산규모는 연간 4억4천6백 25만달러에 이르렀으나 1984년 미국 IBM 매출액 4백60억달러, 하니웰의 60억달러, 일본전기의 66억달러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낮은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국내의 총수요를 충족하고 총공급량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수출입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2억8천5백22만 달러어치가 수출되었고 금년7월 말 현재 1억6천2백7만달러의 CPU 및 주변 기기가 수출되었다.
아울러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해 모두 3억3천2백45만달러어치의 컴퓨터본체및 주변기기가 84년도에 수입되었다. 이는 총생산액의 약75%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앞으로 국내 정보산업업체가 커버해 낼 수 있는 예비시장이라 하겠다.
외국업체의 난립(국내 업체와의 합작형태이기는 하나 상당수가 외국 업체의 대리점 형태를 취함) 등 제반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과도기적 현상을 극복하다면 성장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거대시장을 겨냥하는 고성장률의 반도체산업
반도체는 컴퓨터의 핵심·절대부품으로써 이 시대 정보전쟁의 원천이 되고 있다. 반도체는 금세기 최대의 발명이라 하겠으며 반도체만큼 우리 인류의 사회·경제 각부문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느니, '산업의 원유'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모든 정보산업 선진국들이 이 쌀과 원유의 생산·이용의 고도화를 위해 국가적 정책으로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경쟁은 누가 더먼저 고집적·다기능 반도체를 쉽게 양산, 공급하느냐 하는 것임을 두말할 나위없다.
그 이유는 성장상품으로서 수요창출과 더좋은 인간생활 환경의 조성에도 있겠으나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그 용도가 다양하며 발전의 가능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가정용에서부터 군사, 우주, 항공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생활에 쓰여지지 않는 곳이 없다.(그림1)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실상은 기술수준이 낮아 가공·조립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활발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85년에는 256K D램을 생산함으로써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사의 신기원을 이룩하였다. 선진국의 덤핑판매에 상당기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세계에서 미국, 일본 다음의 3번째 생산국가라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반도체 소자(素子)의 생산·수출활동을 보면 85년 7월말 실적으로 6억3천1백20만달러를 생산, 이중 5억8천80만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약2천만달러 분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있다. 84년 한해의 실적은 생산이 12억6천7백58만달러, 수출이 12억9천8백22만달러, 내수 3천6백45만달러의 기록을 보였다. 이는 83년도에 비해 50~70%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컴퓨터 생산과 마찬가지로 산업초기적 고도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산업은 그 세계시장 규모가 3백억달러(1985년)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보산업 발전과 정보화 사회건설에 큰 밑거름이 될 것임은 물로 수출산업으로서도 발전 기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자상으로 나타나는 높은 성장률, 거대한 시장성 뒤에 도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가와 선진자본주의 국가간의 갈등-기술이전 문제 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이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걸음마 시작한 소프트웨어산업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시스템의 운용기술이라는 점에서 흔히 오디오시스템에 대한 디스크에 비유된다. 아무리 좋은 오디오시스템을 갖고있다 하더라도 음악이 담겨있는 디스크나 테이프가 없으면 한갖 쇠붙이에 불과한 것처럼 오늘날 컴퓨터시대에 있어 S/W의 역할과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 S/W산업은 그 구조와 체질이 아주 취약한 상태에 있다. 거기에다 S/W에 대한 인식-특히 상품으로서의 인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다.
앞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우리나라 정보산업 전체로 봐서 S/W공급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S/W산업 최대의 문제일뿐만아니라 정보산업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보산업과 정보화는 하드웨어에 의해 선도되었다 하겠으나 앞으로는 S/W산업 선도에 의해 정보산업-H/W산업의 발전이 유도될 전망이다.
S/W공급구조에 있어 소위 오퍼레이팅시스템(OS)은 거의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AS) 일부가 국내에서 개발·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산업협회가 S/W상품화와 공급촉진수단으로 발행하고 있는 '전산프로그램 편람(1985.5)'을 보더라도, 총수록 프로그램7백26개 가운데 OS관련 프로그램은 65개(9.1%)에 불과하다. 84년 수입된 5천5백17건의 소프트웨어 중, 50%가 OS관련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소재가 파악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는 3백5개인데, 이 가운데 자본금1억원 미만의 회사가 57.7%에 달하고 있다. 그나마 S/W전문업체는 40개사(13.1%)에 지나지 않아 일본의 75.1%에 비하면 창업초기적 양상이라고 하겠다. 82%에 해당하는 2백5십개 업체가 S/W와 H/W를 동시에 취급하는 겸업형태의 S/W회사인데 H/W부문에서 S/W부문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겨우 지탱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사업경험의 부족이라는 사실이 큰 애로요인이 되고 있는데 3백5개 회사 가운데 61.4%에 해당하는 1백87개사가 1983~1985년 사이에 설립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2천4백여개의 S/W회사가 있는데 이 중 반이상이 1970년대 중반에 설립되어 10~15년의 경험을 축적해온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하겠다.
이 위에 무엇보다도 중대한 정책과제는 기술인력의 부족 문제이다. 발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산인력은 고급기술자급 4백25명 시스템분석가급 1천5백53명 프로그래머급 3천3백94명 등 5천3백72명에 불과하다(표6). 현재 각급 학교 관계부처기관 등에서 인력양성을 위한 해외연수 등 여러가지 계획을 추진중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인력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나 인력문제는 현재 어쩔수 없는 중대한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S/W산업 성패는 필요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때, 고급전산인력의 양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다 종합·체계적인 방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국내 S/W산업은 아직 유통구조도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유아기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책적인 배려 없이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정보산업의 80%이상이 S/W산업으로 구성된다는 명확한 예견을 공공연히 하면서도 아직 서비스업으로 분리, 조세특혜 등 정책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사업, 국가기간전산망사업 등 국책사업으로 S/W산업의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도 중요함은 물론 그 산업이 일부 기관및 기업에 독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본금 규모가 영세한 S/W업체를 양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1984년 일본의 S/W산업 시장규모가 1조4천억엔(약 5조6천억원), 미국이 1백5십억달러(약13조 5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볼 때 S/W산업 기반강화를 위해 최선의 정책수단 마련과 국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정보산업 발전과제와 대책
지금까지 우리의 정보화 사회·정보산업에 대해 단편적으로 개괄해 보았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세계의 정보화 사회·정보산업은 훨씬 눈부시고 빠르고 화려하게 발전·전개되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안일하게 목표 하나를 정하지 못하고, 어느면에서는 많은 낭비를 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감이 든다.
우리나라 백년대계의 청사진은 정보산업에서 그려질 수 있고 정보화 사회 실현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과 구현의지 그리고 행동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그 첫째는 일관성있고 종합된 정책과 확고한 방향설정이 우선 급하다. 정보산업이 첨단산업인 만큼, 국가자원이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정책흐름이 일관성을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일정수준 기반이 다져질 때까지는 이를 부추길 수 있는 종합적인 기본법률이 절대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제안되었던 '정보화 사회 기반조성 법안'은 한때 부분적으로 기대에 부풀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력 등 부족한 자원이 분산되고, 사업자가 사업방향을 잡기 위해 부단히 주위를 살펴야한다는 것은 곧 국력의 낭비요 손실이라 할 것이다.
둘째 정보산업 발전의 최대 제약요인인 고급인력의 체계적 양성이 절실하다. 정보산업의 건전한 발전·촉진을 위한 장기 인력수급 계획을 세우고 학교 교육에서 과감한 교과목의 개편과 동시에 사회교육 확충을 통한 시설의 증설, 해외연수 기회의 확대 등 비상대책을 당장 세우지 않으면 항상 H/W, S/W는 수입되어야 하고 외화는 유출될 것이다.
이에 정보산업 고급인력 양성의 장기 대책으로써 4년제 정보대학이 설립·운영했으면 한다. 일본 정보처리산업계의 경우 현재 24만명의 전문인력이 있지만 5년 뒤인 1990년에 가서는 1백60여만명의 인력이 수요된다는 판단하에 그때까지 국내인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60만명의 인력확보를 위해 외국인을 불러다 훈련시키고 있다. 우리도 이 계획성과 과감한 판단성을 본받아야할 것으로 본다.
세째 정보화 사회에서의 기술은 그 존립의 핵이라 하겠다. 정보전쟁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기술전쟁이다.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보는 5~6년 계획의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 개발계획 및 차세대컴퓨터 개발정책을 비롯하여 자연언어(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추론기능을 갖는 인공지능(AI)컴퓨터의 창조계획, S/W분야에서의 일본의 시그마프로젝트 등은 그 모두가 새로운 세대, 새로운 문화를 열기 위한 개술개발 노력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연구기관의 활동강화를 비롯한 보조금 지원에 애를 쓰고 있기는 하나 이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허실이 적은 기술개발이 되도록하는 관·학·기업의 공동노력이 있어야겠다.
네째 국민계도와 수요확대책이 강화되어야겠다. 정보를 새로운 재산으로 인식하고 컴퓨터 시대에 대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계몽위주의 국민교육 실시가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정보화된 사회는, 현재 누구나 아무 두려움, 부담감 없이 사용하는 전화기와 같이 컴퓨터를 이용하고 전화가 없을 때 느끼는 불편함 같이 컴퓨터가 없어서는 일이 진전되지 않는 사회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 계몽교육이 절실하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용기술과 적용분야의 개발로 국내수요를 확대하고 수출로서 세계수요를 채워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기간 전산망의 설치계획은 좋은 기폭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간절하다. 최근 정부의 산업정책 변화의 하나가 산업별 지원 시대는 지났다고 하나, 정보산업-특히 S/W산업의 경우는 겨우 2~3년 역사의 첨단·신흥산업이기 때문에 소위 60~70년대의 지원을 받아본적이 없는, 체질적으로 여린 유치산업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정보산업이 국가의 선진화를 위해 진흥되어야할 전략부문이라 한다면 통상관계 등 남을 의식해서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 통산성은 지금도 각종 명목의 금융보조금, 준비금을 비롯한 조세혜택을 주면서 정보산업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것도 모자라 타부문의 자금(예를들어 일본 자전거진흥회의 경륜 수입금)까지 끌어다 쓰게하고 있다.
결국 정보화 사회·정보산업은 국제비교우위론 관점이 아니라 문화론적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문화는 우리가 창조·건설해야 하고 이것이 우리를 세우고 우리를 지키는 방도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