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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프리덤 7호’를 시작으로 약 50년간 진행돼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은 2011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를 끝으로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NASA는 현재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에 비용을 지불하며 자국의 우주비행사들을 ISS에 수송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발사 중단 당시 기준으로 아틀란티스호의 발사비용은 약 1조7000억 원에 달했지만, 소유스 우주선의 발사비용은 1인당 약 630억 원 수준이었다. 대신 NASA는 민간 우주기업들과 손잡고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2011년 스페이스X, 보잉, 블루오리진, 시에라 네바다 등 네 곳과 우주선 개발을 계약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7인승 크루 드래건, 비상탈출 시험까지 마쳐


2017년 2월 스페이스X는 2018년 5월까지 일반인 2명을 달에 보내겠다는 민간 우주여행 계획을 발표하며 캡슐 모양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공개했다. 크루 드래건은 기존의 화물 수송선(드래건)을 우주인이 탈 수 있게 개조해 만들었다. 최대 7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인 팰컨9에 실려 5월 27일 우주로 갈 예정이다. 팰컨9에는 로켓의 비행 방향을 바꿔 다시 지구를 향하게 하는 냉가스 추력장치(cold-gas thruster)와 착륙 지점까지 궤도를 결정하는 그리드핀(grid fin), 안정적인 착륙을 위한 재점화 엔진 등이 탑재돼 있다. 
팰컨9은 최대 10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발사된 로켓을 지상에 착륙시켰고, 2018년에는 사용한 로켓의 재발사에도 성공했다. 스페이스X를 제외하면 아직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팰컨9과 크루 드래건은 2019년 3월 무인 시험발사를 무사히 마쳤고, 올해 1월에 진행된 비상탈출 시험도 통과했다.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가는 유인 우주탐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사실상 마지막 인증절차다. 
팰컨9이 비행 중 폭발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험에서 크루 드래건은 성공적으로 분리돼 낙하산을 펼치고 대서양에 안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우주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지만, 크루 드래건 발사는 예정대로 강행될 분위기다.

 

 

선장 ‘헐리’는 누구? 


이번 상업용 비행에는 NASA 우주비행사인 더글라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이 참여한다. 
두 사람은 모두 우주왕복선 임무를 두 차례씩 성공적으로 해낸 베테랑이다. 벤켄은 2008년(STS-123)과 2010년(STS-130) 각각 ‘인데버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했고, 
헐리는 2009년 인데버호(STS-127)와 2011년 아틀란티스호(STS-135)에 탑승해 임무를 완수했다.
STS-135는 미국이 1981년 ‘컬럼비아호’를 우주에 보내며 우주왕복선을 운용한 지 30년 만에 모든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며 우주왕복선 시대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임무였다. 당시 조종사였던 헐리는 이번에 크루 드래건의 선장을 맡았다. 우주왕복선 시대의 끝과 새로운 유인우주선 시대의 시작을 모두 함께 하는 셈이다. 
헐리는 5월 4일 NASA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 발사를 통해 9년 만에 미국 본토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내게 됐다”며 “달과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SS에 도킹 후 1~2주 뒤 지구 귀환  


크루 드래건은 지구에서 약 400km 상공 궤도를 도는 ISS에 도킹해 두 우주비행사를 내린다. 두 우주비행사는 ISS에 체류하는 우주인과 합류해 크루 드래건 시험을 포함한 임무를 수행하고 ISS에서 1~2주 체류 후 다시 크루 드래건을 타고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은 역추진 엔진과 낙하산 등을 이용해 미국 플로리다주 인근 해역에 착륙할 계획이다.
크루 드래건은 여타 우주선과 달리 도킹에 필요한 장치가 부족해 ISS에 도킹하려면 로봇팔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벤켄은 2008년 인데버호 임무 당시 ISS의 로봇팔인 덱스터(Dextre)를 조립했는데, 이번에 크루 드래건이 도킹할 때 덱스터의 도움을 받는다.
이번 발사가 무사히 성공하면 우주 탐사에서 민간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NASA가 2019년 발표한 유인 달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기업이 다수 참여한다. NASA는 5월 1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다이네틱스 등과 달 착륙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 경쟁을 통해 아르테미스 임무에 활용될 달 착륙선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연구기지로 용도가 변경된 루나 게이트웨이와 달 기지 건설 등에도 민간에서 개발한 우주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NASA는 5월 초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인 팰컨 헤비(Falcon Heavy)에 루나 게이트웨이의 2개 모듈을 실어 발사할 가능성을 비쳤다.
그밖에 ISS와 허블우주망원경 등 1세대 우주 탐사를 이끌었던 장비들이 퇴역을 앞두고 있고, 화성 이주 계획, 달 전파망원경 설치 등 다양한 계획도 나와 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우리는 아르테미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 기업과 함께하고 있다”며 “그들과의 협력은 달을 넘어 화성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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