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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보석들을 사진에 담자

천체관측 ABC(마지막회)

천체사진은 풍경이나 인물사진과는 달리 셔터만 누른다고 찍히는 것이 아니다. 밤하늘의 보석들을 사진에 담기 위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해가 서산으로 저물고, 어두운 밤이 되면 맑은날 밤하늘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천체들이 수줍은 듯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수회에 걸쳐 천체망원경의 조작법과 여러가지 천체의 관측법에 대해 알아 보았다. 맨눈으로, 쌍안경으로,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그 아름다운 감동들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부푼 기대를 안고 하늘을 향해 마구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풍경이나 인물사진 찍듯이 간단히 셔터만 누르면 찍힐 것 같던 천체의 모습들이 생각처럼 쉽게 찍히지는 않는다는 것을 현상해보면 곧 알게 될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천체사진의 의미

인간은 '눈'이라고 하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사물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기록하여 보관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런 필요에 의해 카메라가 발명되었고, 카메라는 기록의 보존과 전달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도구다. 눈에 보이는 현재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한장의 사진 자체는 결코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찍혀있는 내용이 보는 사람에게 그 당시의 상황과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열줄, 열장의 문장보다 날카로운 증명과 설명인 것이다. 필림만 넣으면 자동으로 감아주고 조리개, 셔터속도, 초점조절까지 알아서 해주는 자동카메라 덕분에 이제는 아무 생각없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천체사진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최신의 카메라도 자동으로는 찍히지 않는다. '천체'라는 특별한 촬영대상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예술사진 작가나 상업사진 전문가도 찍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천체와 우주인 것이다.

천체사진은 단지 현재의 밤하늘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육안관측 때에는 아주 희미하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던 대상들을 고감도 필림에 장시간 감광시켜 찍어낼 수 있다. 육안으로 보기 힘든 7, 8등성의 어두운 별들까지도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고 여기에 가이드촬영을 하면 대형 망원경에서나 볼 수 있는 12등성까지도 망원경보다 넓은 시야에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필터를 조합해 찍으면 희미하여 구별이 잘 안되었던 성운 성단들도 그 베일을 벗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초보자의 장비

'천체 사진 촬영'하면 별의 일주운동에 의해 움직이는 대상을 쫓아갈 수 있는 정밀한 추적 장치와 고성능의 광학장치가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분야라고 처음부터 기가 죽곤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특별나게 거창한 장비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여건으로도 조금만 노력한다면 천체사진 촬영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보통의 카메라에다가 삼각다리 릴리즈 필름 등 네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목적에 따라서는 그 외의 것이 필요할 때가 있고, 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편리한 물건이 있다. 그런 준비물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 카메라

일반적인 35㎜판의 필름을 쓰는 카메라도 좋고, 6x6판 같이 원판이 큰 것도 상관없다. 그러나 그냥 누르면 찍히는 전자동카메라, 스냅카메라는 천체사진 촬영에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목적하는 천체는 상당히 어둡고 멀리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야간촬영에 사용하는 플래시를 터뜨려서 단시간에 천체를 촬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셔터 스피드가 B셔터나 또는 T셔터가 달려있는 것이라면 어떤 카메라도 무관하다. 그런 것들 중에서 되도록이면 가벼운 카메라,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는 수동셔터로 쓸 수 있는 수동카메라라면 더욱 좋다. 전지를 쓰는 카메라는 전지가 빨리 소모되고 온도가 낮으면 전압이 떨어져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구식의 나쁜 카메라가 천체사진 촬영에는 더 좋다고도 할 수 있다.

■ 삼각다리

삼각다리는 될 수 있는 대로 크고 튼튼한 것이 좋다. 약한 삼각다리인 경우 지상의 사물이나 인물을 찍는 수평 사진인 경우에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만, 하늘을 향해서 찍는 수직 천체사진 촬영의 경우 가능하면 튼튼한 것이 좋다.

릴리즈

릴리즈는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셔터를 조용하게 누르는데 필요한 것이다. 길수록 충격이 덜 전달되므로 긴 것이 좋다.
 

카메라 삼각다리 릴리즈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손전등

손전등은 성도와 카메라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되도록 어두운 것이 좋다.

후드

후드는 주변 광해나 이슬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될 수 있으면 긴 것이 유리하고 없다면 검은색 도화지를 말아 임시로 부착하여 사용해도 충분하다. 특히 고무후드보다는 자작한 도화지 후드가 주변의 이슬을 흡수하기 때문에 사진촬영에는 유리하다.

필름

천체사진의 성공적인 촬영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대상에 알맞는 필름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판되는 필름들은 천체사진용은 아니지만 적절히 선택하여 천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천체용 필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필름의 감도다. 필름의 감도는 ASA(American Standard Association)로 표시되고 ASA 수가 클수록 감도가 높다. 감도가 높은 필름 사용시 노출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가이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별자리 촬영에는 고감도 필름(후지칼라 HR-1600, 사쿠라 400 등)이 적당하고 태양 달 등 밝은 천체의 촬영시에는 ASA 32의 저감도의 고운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주운동촬영에는 ASA 100 전후의 필름을 사용한다.

■ 이슬방지용 히터

장시간 노출촬영을 할 때 렌즈 앞에 서리는 이슬을 방지할 수 있으면 좋다. 이슬을 제거하려면 주머니 난로나 이슬방지 전용 히터를 연결해서 쓰면 된다. 온도는 렌즈가 약간 따뜻한 정도만 돼도 충분하다. 히터는 고무줄이나 끈으로 렌즈후드에 감아준다.

■ 검은부채
카메라 셔터를 열고 닫을 때 진동이 생기므로 진동을 없애기 위해 검은색깔의 부채 또는 검은 종이로 렌즈 앞을 덮었다가 열었다 해야한다. 검은 종이도 좋고 여름에 쓰는 부채에 검은색을 칠해도 좋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 적당한 크기로 제작하면 된다.

■ 성도

촬영계획을 세우거나 사진의 구도를 정할때 쓴다.

■ 촬영 기록용지

촬영데이터의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촬영 날짜와 시간의 기록에서부터 안시등급, 대략적인 별의 위치(적경 적위), 노출시간, 필름의 종류와 ASA 수, 카메라와 렌즈의 초점비와 조합 등의 기록은 필수적이다. 촬영개시와 종료의 시각(초까지), 조리개, 촬영천체, 그외 필요한 것들을 현장에서 촬영 즉시 메모해둔다.

고정촬영의 특징

천체사진 촬영법에는 카메라를 고정해서 촬영하는 '고정촬영(정지촬영)'과 별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가이드촬영(추적촬영)'의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고정촬영이란 망원경 없이 카메라만을 삼각대에 부착시켜 촬영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사진을 찍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기 때문에 카메라와 삼각대만 있으면 특별한 주변장치가 없어도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다. 표준렌즈나 망원렌즈를 장치한 카메라를 삼각대나 망원경 위에 장치하여 진동을 없애고 하늘을 향해 셔터(shutter)를 열기만 하면 된다.

사진의 특징인 빛을 축적하는 효과는 가이드촬영에 비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표준렌즈와 감도가 높은 필름만 쓰면 사람눈에 보이는것 보다 훨씬 어두운 별까지도 촬영할 수 있다. 고정촬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주 운동 등 천체위치의 변화를 연속해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컬러필름으로 촬영한 별 색깔의 아름다움은 가이드 촬영법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것이다.

일주운동의 촬영 일주운동에서는 별의 광적을 길게 찍을수록 보기 좋은 사진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노출을 줘도 광적은 충분히 길게 보인다. 일주 운동으로 그어지는 별의 광적은 하늘의 북극 부근에서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 형태이고 적도상의 별은 일직선의 광적을 남긴다. 그리고 동쪽에서 뜰 때와 서쪽으로 질 때의 각도는 연직선에 대해서 그 촬영지의 위도 만큼 남쪽으로 기운다.

처음으로 촬영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재미있는 촬영대상으로 북극성 주위의 일주 운동을 들 수 있다. 북극성 부근은 별의 수가 적어 보이지만 별의 움직임이 느린 관계로 어두운 별까지 찍혀서 생각보다 많은 광적이 원형으로 나타난다.

적정한 노출시간

가장 적절한 노출시간은 얼마일까. 별은 일주운동에 의해서 계속 흘러가므로 고정촬영에서는 가이드 촬영을 할 때와 같이 별빛을 필름면의 한 곳에 머물게 할 수 없다. 따라서 노출시간을 연장한다 해도 별은 계속 움직이므로 필름상의 한 지점에 별빛이 머무른 시간은 결국 같은 것이다.

따라서 고정촬영에서는 어느 한계 이상의 어두운 별은 찍히지 않는다.

단지 렌즈를 통과하는 별빛양이 렌즈 면적에 비례해서 많아지므로, 구경이 큰 렌즈를 쓰면 그만큼 더 어두운 별을 찍을 수 있다.

별의 일주운동은 하늘의 적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북극이나 남극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따라서 극에 가까울수록 별빛이 필름면의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극에 가까울수록 별이 잘 찍힌다.

보통의 경우 고정촬영을 할 때는 별의 광적이 나오게 되지만 별자리의 모양이나 소행성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별을 점상으로 찍어야 하므로 노출시간을 짧게 주어야 한다.

일주운동에 따른 별 광적이 필름면에서 점상으로 나타나게 하려면 필름 면에서의 광적이 0.02~0.03㎜ 이하면 된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른 그리고 별의 위치에 따른 점상 사진을 얻는데 필요한 노출시간은 (표2)와 같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촬영장소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약간씩 수정해서 촬영하면 실패율이 떨어진다.
 

(표2)교정촬영시 별을 정상으로 찍을 수 있는 노출 시간표


별을 따라가는 가이드촬영

일반사진과는 달리 천체사진은 주로 어두운 대상을 촬영해야 하므로 노출시간이 수초에서 1시간까지 비교적 길다. 그러므로 이러한 노출시간 동안 망원경이 별을 따라 똑같이 움직여 주어야 사진상에 별이 점상으로 찍힐 수 있다.

이처럼 망원경이 별의 움직임(지구의 자전속도)과 똑같이 움직이게 하는 조작을 가이드(guide)라고하며 망원경의 미동핸들을 손으로 직접 돌려서 가이드하는 것을 '수동가이드', 손대신 추적용 모터를 사용하는 것을 '자동가이드'라고 한다.

수동가이드에 의한 촬영은 한계가 있어 보통 초점거리가 3백㎜이상에서는 어렵다. 필름 상의 한 곳에 별빛이 머물게 하여 장시간 감광시켜 어두운 곳까지 나오게 하려면 일주 운동으로 움직이는 별을 추적 촬영하는, 즉 가이드 촬영방법을 써야 한다.

가이드란 적당한 밝기의 별을 선택하여 그 별을 망원경의 십자선 상에 놓고 이 별이 십자선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망원경의 미동장치를 조작하여 추적하는 것을 말한다. 가이드를 하기 위해선 먼저 망원경 가대의 극축을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 극축을 맞춘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축과 망원경의 극축이 정확하게 평행이 되도록 하는 곳을 말한다. 이 축이 맞지 않았을 때 장시간 가이드 촬영을 하면 가이드 별을 중심으로 하늘의 별이 회전한 것 같은 사진이 된다.

카메라와 망원경을 조합

카메라 렌즈만으로 천체사진을 촬영 하려면 초점거리가 너무 짧아서 천체의 세밀한 부분을 표현할 수 없다. 또한 집광력이 작으므로 어두운 별을 찍기 위해서는 긴 노출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망원경의 대물렌즈 또는 반사경을 카메라와 조합시켜 촬영을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그림).

지금까지 천체사진 촬영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 보았다.

천체촬영은 천체와 사진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지혜롭게 응용할 수 있으면, 그리고 촬영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그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면, 현재의 장비로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다.
 

(그림) 확대촬영법의 여러가지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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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순 자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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