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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55H104O6+78O2→55CO2+52H2O+에너지’. 


우리 몸에서 지방은 글리세롤 한 분자에 지방산 세 개가 결합한 트라이글리세리드(C55H104O6) 형태로 존재한다. 이 화학반응식에 따르면 트라이글리세리드 10kg을 잃어버리면(지방 10kg을 빼면) 8.4kg은 이산화탄소로, 1.6kg은 물로 배출된다(대·소변, 땀, 눈물 등이다). 


201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생명공학및생체분자과학부 연구팀은 전통 있는 의학전문지 ‘영국의학저널(BMJ)’에 ‘살이 빠지면, 지방은 어디로 가는가?(When somebody loses weight, where does the fat go?)’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체내에서 손실된 지방의 대부분이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doi: 10.1136/bmj.g7257 


이 논문은 학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흔히 살이 빠지면 지방이 에너지로 바뀐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분자 수준에서 과학적으로 따져보니 실제로는 이산화탄소로 대거 전환된다는 게 드러났다. 이산화탄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이다 보니 지방이 그렇게 전환된다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지방세포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지방세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직 정확한 분자생물학적 기작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전구세포에서 지방세포로 분화되면 그 뒤에는 분열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doi: 10.1038/s41586-018-0226-8 


인간과 DNA 염기서열의 99%가 같은 영장류는 체지방이 9% 수준인데, 인간은 14~31%인 이유도 미스터리다. 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지방세포 DNA가 칼로리를 축적하는 ‘나쁜 지방(백색 지방)’을 칼로리를 태우는 ‘착한 지방(갈색 지방)’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있다. doi: 10.1093/gbe/evz134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SARS-CoV-2)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ACE2’ 수용체에 달라붙는데, ACE2 수용체가 다른 세포보다 지방세포에 월등히 많다는 보고도 있다. doi: 10.1002/oby.22856 


초콜릿을 먹고 버티며 마감을 하고 나면 삼겹살을 먹으러 간다. 지방은 언제 친구가 되고, 언제 적이 될까.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과학은 무지와 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편집장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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