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모형은 자연계의 물질과 힘을 17가지 기본입자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중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힘(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표준모형으로 설명해낼 수 있다. 2012년 마지막 퍼즐이었던 힉스 입자가 발견되며 표준모형은 완성된 듯 보였다.
그런데 4월 7일, 표준모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험결과가 세상에 나왔다. 한국을 포함한 7개국 190명의 국제 공동연구팀은 기본입자 중 하나인 뮤온의 흔들림 값(자기모멘트)을 측정한 결과 실험값이 표준모형으로 예측한 이론값과 달랐다고 밝혔다.
뮤온은 전자의 사촌 격인 입자다. 전자보다 질량이 200배 크고 수명은 약 2μs(마이크로초·1μs는 100만분의 1초)에 불과하다. 뮤온의 자기모멘트는 g 값으로 표현되는데, g 값은 뮤온을 둘러싼 자기장이나 뮤온 주변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입자들의 영향을 받아 변한다. 즉, g 값이 예측과 다르다는 것은 진공에 알려지지 않은 입자나 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간접 증거가 된다.
연구팀은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에서 보유하던 극도로 균일한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름 15m의 초전도저장링을 페르미국립연구소로 옮겨와 2018년 4월부터 뮤온의 자기모멘트를 측정했다. 그리고 첫해 측정 자료를 토대로 2.00233184122라는 실험값을 도출했다. 이는 표준모형으로 정확하게 계산한 이론값(2.00233183620)보다 크다.
통계적 유의성은 4.2 시그마였다. 결과가 통계적 오차로부터 기인했을 확률이 4만분의 1이라는 뜻이다. 연구결과가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인 5 시그마(결과가 통계적 오차로부터 기인했을 확률 350만분의 1)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높은 신뢰도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온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원은 “(뮤온 자기모멘트의 실험값과 이론값이 다른) 결과가 맞다면 표준모형 너머의 이론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며 “초대칭이론이나 암흑물질, 또는 새로운 입자가 이를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온 자기모멘트 측정 실험은 총 5차까지 계획돼 있다. 이번 논문에는 전체 데이터의 6%에 해당하는 1차 실험결과만 담겨있고 2, 3차 실험은 분석 중, 4차 실험은 진행 중이다. 5차 실험 계획도 세운 상태다. 모든 실험을 마치면 이번 결과를 보다 확실히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은 “IBS는 측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뮤온 입자가 초전도저장링 정중앙에서 돌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oi: 10.1103/PhysRevLett.126.14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