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독일유학일기] 노래방 마니아를 사로잡은 부엉이 축제

◇술술 읽혀요

 

대학 축제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동아리 발표, 전시, 아이돌 공연, 학생들이 여는 주점, 그리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생기는 각종 ‘흑역사’. 평소에는 조금 심심한 독일이지만 이런 부분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독일 대학은 학교 전체에서 열리는 축제 외에도 학과나 기숙사에서 준비하는 파티 등 다양한 행사가 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행사는 7월에 열리는 여름 축제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축제로 재학생 외에 입학예정자 등 외부인이 많이 방문해 캠퍼스 전체가 붐빈다.

축제 날 광장에는 큰 무대와 작은 무대가 각각 하나씩 마련된다. 큰 무대에서는 주로 록밴드가 공연하고, 작은 무대에서는 디제이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을 틀어 축제 분위기를 살린다. 이때 학교 건물 4~5개는 각각 힙합, 팝, EDM 클럽 등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맥주의 나라인 독일답게 축제 현장 곳곳에선 ‘비어바겐(bierwagen·생맥주를 파는 트럭으로 한국의 포장마차와 비슷하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맥주를 판매한다. 학생들은 비어바겐 근처나 캠퍼스 내 카페에 있는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공연을 보며 축제를 즐긴다. 학과에서 주최하는 축제도 많다. 대개 학과 축제는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경제경영학과 축제처럼 규모가 큰 경우는 여름과 겨울, 두 번에 걸쳐 열리기도 한다. 내가 속한 경제수학과 및 정보공학과 축제는 ‘부엉이 축제(Eulenfest)’라는 별명이 있다. 부엉이 축제는 그해 10월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고학년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엉이 축제는 이듬해 2월 정보공학과 건물에서 열린다. 이때 정보공학과 건물 2개 중 1개는 개방형 노래방으로 쓰고, 다른 1개는 클럽이 된다. 그중 나는 노래방을 좋아한다.

독일에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일부 지역을 빼곤 노래방이 없어, 한국에서 ‘노래방 마니아’였던 나는 독일로 이사한 뒤 노래방에 가지 못해 심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축제 때 노래방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서 행복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독일의 대학 축제는 여느 대학 축제처럼 수업을 듣는 건물 앞에서 음식을 판매한다. 그릴에 구운 소시지와 양념 고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커리케첩(커리 가루를 집어넣은 케첩)에 찍어 먹는 독일산 소시지 직화구이는 정말 눈물 나게 맛있다.

카를스루에공대에 오기 전 다녔던 아헨공대에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행사가 더 많았다.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고르자면, 3개 학과가 참가하는 아이스하키 대항전인 ‘우니컵(unicup)’이 있다. 기계공학과, 전기공학과 그리고 의예과가 서로 한 번씩 경기를 치르고, 점수가 높은 두 팀이 결승전에 진출해 우승팀을 가린다. 역사가 깊어 팀마다 마스코트도 있다.

이 경기는 워낙 인기가 많아 표를 구매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 학교 인맥을 총동원해야 간신히 살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 점을 노리고 표를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아 티켓 구하기는 더 힘들다. 나도 아직까지 직접 관람은 하지 못했다.

아헨공대에는 재밌는 전통도 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는 ‘Exma-Tor’ 미신이다. 직역하면 ‘퇴학 게이트’인데, 아헨공대 정중앙에 있는 큰 문을 지나간 학생들은 모두 퇴학이나 정학을 당했다는 무서운 전설이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학생들은 미신 때문에 넓은 문을 놔두고 샛길로 다닌다.

그런가 하면 카를스루에공대에는 친구들이 잘 꾸며진 쇼핑카트에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를 태운 뒤 캠퍼스 내에서 끌고 다니는 전통이 있다.

이렇게 독일 대학에는 재밌는 축제와 숨겨진 전통이 꽤 있다. 학교 다니면서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도 대학 생활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원창섭 독일 카를스루에공대(KIT) 경제수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경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