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형질전환동물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비율은 3-5% 정도다. 그런데 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1997년에 이미 제시됐다.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의 탄생이다.
돌리는 핵치환을 통해 태어났다. 즉 암양의 젖세포에서 핵을 빼내고 이를 또다른 암양으로부터 얻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이 기존 형질전환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롱이와 메디가 만난다면
이전까지의 기술이 가지는 가장 큰 난점은 과연 수정란에서 유전자가 제대로 변환이 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확실하게 유전자가 변형된 것만을 고르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수정란에 필요한 유전자를 집어넣고 개체가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전핵 주입법’의 경우 이 일이 불가능하다. 물론 배간 세포를 이용하면 가능성이 커진다. 수많은 배간 세포 가운데 형질이 제대로 변형된 것을 골라 수정란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쥐 외에 배간 세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런데 돌리의 탄생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돌리는 정자나 난자와 같은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의 핵으로부터 태어났다. 그렇다면 체세포의 핵을 변형시킨 후 복제기법을 이용하면 손쉽게 형질전환동물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양의 체세포 하나에 인간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주입한 후 시험관에서 배양하고, 이 가운데 성장호르몬 유전자가 제대로 삽입된 것만 고르면 된다.
이 체세포의 핵을 떼어내 돌리와 같은 방법으로 복제시킨다면 어떨까. 새로 태어난 개체가 인간성장호르몬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이론상 100%에 해당한다(물론 이 개체가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성공할 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체세포가 어느 성(性)으로부터 얻은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성을 가진 가축을 태어나게 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실제로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는 PPL 세라퓨틱스사와 함께 1997년 돌리에 이어 인간의 혈액응고인자 유전자를 지닌 최초의 ‘형질전환복제동물’ 폴리를 탄생시켰다. 1999년 초 미국의 젠자임 트랜스제닉사는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 사람의 혈관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안티트롬빈을 젖에서 생산하는 산양 밀리를 개발했다. 한국의 경우 많은 과학자들이 올해 태어난 복제소 영롱이와 진이를 형질전환동물 메디나 보람이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복제기술의 탄생은 질환모델 동물 분야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 쥐 외에도 그동안 수가 부족해 사용하기 어려웠던 고릴라나 침팬지에게 인간과 비슷한 병에 걸리게 만들고, 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기이식 분야도 마찬가지다. 만일 사람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돼지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그 돼지를 복제함으로써 인체 이식에 필요한 각종 장기를 현재보다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수정란 대신 체세포의 유전자 형질을 전환시키는 기술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정란에 적용된 ‘전핵 주입법’과 ‘유전자 적중술’ 즉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넣고 빼는 일이 체세포에서 이뤄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최근까지는 쥐의 배간 세포에서만 시도가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도약 눈앞에
그런데 지난 7월 21일 영국의 PPL 세라퓨틱스사는 체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집어넣은 복제양 4마리를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화상을 입었을 때 상처를 아물게 하는 단백질 (혈청알부민) 유전자를 지니고, 인간에게 면역반응을 일으킬만한 유전자의 기능이 정지된 양이다.
연구팀이 사용한 세포는 태아로부터 얻은 섬유아세포이기 때문에 아직 완전한 성체의 체세포 수준에서 실험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양이 성체로 자랐을 때 젖에서 과연 원하는 성분이 나올지는 두고봐야 안다. 하지만 형질전환기술이 복제기술과 만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일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