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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 완전정복] 진정한 삼원색 만드는 건 퀀텀닷 뿐이라는데

제2화 화질의 비밀

 

수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QD·Quantum Dot)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퀀텀닷이라도 크기에 따라 발광하는 색을 비롯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응용 분야 중에서도 단연 퀀텀닷에 눈독을 들이는 건 TV, 모니터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총천연색 구현을 꿈꾸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퀀텀닷은 그 꿈을 실현할 새로운 소재이자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디스플레이에 퀀텀닷이 입혀졌을 때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건 화질, 그중에서도 화질의 핵심 3요소 중 하나인 색의 표현이다. 


디스플레이는 수많은 색을 표현하지만, 이를 위해 활용하는 색은 단 세 가지다. 삼원색(RGB)으로 불리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이다. 그 외의 색은 이들 세 가지를 합쳐 만들어낸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함께 뿜어 노란색을 만들고, 세 가지 색을 모두 발해 흰색을 표현하는 식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에서 생성하는 삼원색이 ‘진정한 원색’이냐 하는 점은 화질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원재료인 삼원색이 정확해야 조합될 다른 색 역시 정확한 색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현재 모든 디스플레이에서 내는 삼원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원색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생성되는 세 가지 빛조차 딱 세 가지 색이 아닌, 그와 비슷한 수많은 색이 함께 섞여 있다. 디스플레이가 생성하는 빨간색 빛은 정말 빨간색도, 빨간색만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퀀텀닷, 삼원색에 가장 가까운 색 구현


빛의 색을 물리학적 개념인 빛의 파장으로 바꿔 말하면 이를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색, 즉 가시광선은 380~700nm의 파장을 갖는 빛이며, 각각의 색은 이 사이에서 고유의 파장을 갖고 있다. 가령 삼원색의 정확한 파장은 1931년 빛과 조명에 관한 과학기술을 논의하는 국제조명위원회(CIE)에서 빨간색은 700nm, 초록색은 546.1nm, 파란색은 435.8nm로 정해놨다.


다만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이 삼원색 파장의 빛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앞으로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 법한 삼원색의 파장을 정하고, 그것을 목표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가령 현재 가장 높은 단계의 색표준인 ‘BT.2020’에서는 목표로 하는 삼원색의 파장을 빨간색 630nm, 초록색 532nm, 파란색 467nm로 정해놓고, 이 기준에 100% 도달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삼원색 구현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앞서 말했듯 세 가지 빛에 여러 색이 뒤섞여 있는 문제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가령 빨간색으로 630nm 파장을 만든다는 디스플레이의 실제 빨간색 빛을 측정하면 630nm 외에도 그와 비슷한 파장의 빛이 함께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삼원색 구현의 문제는 과거 오랜 기간 대세 디스플레이였던 CRT(브라운관)의 인광 물질부터 현재 인기 디스플레이인 LCD(액정표시장치)의 컬러필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유기물질까지 모두 갖고 있다. 퀀텀닷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퀀텀닷 디스플레이와 다른 디스플레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진정한 삼원색의 파장에 더 근접할 수 있고, 다른 파장의 빛이 뒤섞이는 것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퀀텀닷 자체에 있다. 발광물질인 퀀텀닷이 적은 수의 원자들이 모인 매우 작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밴드’ 대신 에너지 ‘값’으로 나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 더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 보자. 고등학교 1학년 과목 ‘통합과학’에 나오는 에너지 준위에 관한 얘기를 꺼내야 한다. 


우선 중학교 때 배우는 기본적인 원자의 구조를 하나 떠올려보자. 정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 전자가 돌아다니는 경로인 전자껍질(궤도) 세 개를 동심원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전자는 세 개 층으로 이뤄진 전자껍질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단 외부의 에너지를 얻을 때는 바깥쪽 전자껍질로, 전자가 에너지를 잃을 때는 안쪽 전자껍질로 이동한다. 이때 전자가 몇 번째 전자껍질에 있느냐에 따라 원자가 갖는 에너지값이 달라지는데, 한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값 전체를 표현한 것을 에너지 준위라고 한다. (하단 인포그래픽 참고) 


보통 원자가 하나만 있을 때는 이 에너지 준위가 특정한 수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원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 각 원자의 전자껍질들이 겹치면서 어떤 전자는 느려지고 어떤 전자는 빨라지는 등 서로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이는 곧 에너지 준위에 변화가 생기는 걸 의미한다.


원자의 개수가 더욱 많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기존 에너지 준위와는 다른 에너지값들이 계속 나타나고 결국 이 물질의 에너지 준위는 특정 값이 아닌 일정한 범위로 나타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에너지값이 범위로 표현된 것을 에너지 밴드라고 한다. 보통의 물질들은 수많은 원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에너지 밴드를 갖고 있다.


이제 발광물질로 다시 돌아와 보자. 앞서 한 얘기를 퀀텀닷과 같은 발광물질에 적용하면, 우선 발광물질의 전자는 외부에서 전기나 빛에너지를 받아 바깥쪽 전자껍질로 이동했다가 다시 빛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안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이 방출되는 빛이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는 그 빛이다.


발광물질마다 방출하는 빛의 색이 다른 이유는 이렇게 전자가 안쪽 껍질로 이동하면서 잃는 에너지의 크기가 물질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는 발광물질은 수많은 원자로 이뤄진 물질이라 방출하는 에너지가 특정한 값이 아닌 특정 범위를 이룬다. 가령 630nm로 빨간색을 발하는 발광물질이라고 해도 주요 발광색이 630nm일 뿐, 실제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이보다 넓은 범위인 것이다.


하지만 단 몇 개의 원자만으로 이뤄진 퀀텀닷은 에너지 밴드가 아닌 특정한 값의 에너지 준위로 표현되거나 아주 작은 영역의 에너지 밴드로 나타낼 수 있다. 박경원 전자부품연구원 디스플레이소재부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퀀텀닷의 전자가 정확히 10층에서 3층으로 떨어지는 공이라면, 다른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발광물질의 전자는 8~12층에서 1~5층으로 떨어지는 공인 셈”이라고 비유했다. 


10층에서 3층으로만 떨어지면 일곱 층을 떨어지는 공 하나(특정 에너지값)만 있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 세 층을 떨어진 공부터 최대 열한 층을 떨어진 공까지 다양한 공(에너지 밴드)이 존재한다. 즉 퀀텀닷은 원자가 수십~수백 개만으로 이뤄진 덕분에 의도한 파장에 가까운 빛을 집중적으로 방출하고, 그 외의 빛은 적게 방출함으로써 다른 디스플레이의 발광물질보다 더 원색에 가까운 빛을 발할 수 있다.   


박 선임연구원은 “현재 기술로 진정한 삼원색을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는 건 퀀텀닷”이라며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화질이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뛰어난 건 바로 이런 순도 높은 색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포그래픽] 

●퀀텀닷의 색 표현 비결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색 순도와 재현성이 매우 우수하다. 그 이유는 퀀텀닷 같이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물질이 빛을 내는 원리와 관련이 있다.

 

에너지 준위. 원자의 기본구조(보어 모형)에서 궤도마다 전자가 갖는 에너지 값이 정해져 있다. 물질마다 갖고 있는 이런 에너지값을 에너지 준위라고 한다. 전자는 에너지를 흡수하면 높은 궤도로, 에너지를 방출하면 낮은 궤도로 이동한다. 전자가 얼마나 높은 궤도에서 얼마나 낮은 궤도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종류와 색이 다르다.

 

에너지 밴드. 원자는 특정한 에너지값, 즉 에너지 준위를 갖지만, 여러 원자가 모여 결정물질을 이루면 원자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원자 하나만 있을 때와는 다른 에너지값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원자의 수가 무수히 많아지면 새로 생긴 에너지값 역시 무수히 많아져 결과적으로 에너지값이 범위로 나타는데, 이를 에너지 밴드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전자가 에너지를 방출할 때 원자는 단일 파장의 빛을 내지만, 결정물질은 여러 종류의 파장의 빛을 낸다. 

 

퀀텀닷의 삼원색 표현. 퀀텀닷은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 특정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 반면, 기존 디스플레이의 발광물질은 원자보다 큰 결정물질이어서 에너지 밴드를 갖는다. 이에 따라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삼원색인 빨간색(630nm), 초록색(532nm), 파란색(467nm) 파장에서 순도가 높아 그래프가 뾰족하게 나타난다(왼쪽 그래프). 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의 WOLED는 각 파장 대역에서 순도가 비교적 떨어진다(오른쪽 그래프).

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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