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바이오스피어Ⅱ

우주식민지 건설 위한 거대한 모의실험장

바이오스피어 Ⅱ 입주식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작년 9월)


지금 생물권Ⅱ에서는 생물권Ⅰ을 더욱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고 거대한 우주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연구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비행선에서 사용된 생명부양계는 기계적으로 통제돼 왔다. 산소 및 음식물과 같이 생명에 필수적인 것들은 대부분 지구에서 생산돼 갑판에 저장됐으며, 이들은 결코 재생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와 오줌과 같은 폐기물들은 화학적으로 자정됐으나 재순환되는 경우는 없었다. 반면 자연생물권 곧 지구에서는 생물학적 재생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자연계의 식물 동물 미생물들이 생명에 필수적인 것들을 실제로 재생하고 재순환하며 조절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지구의 생명부양계를 만들지는 않았다.

우주선「지구호」의 발진

지구의 생명부양계는 복잡하게 얽힌 하위체계들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생명부양계의 총체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명쾌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구에 탯줄을 잇지 않고, 생물적으로 재생되며 많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있는 생명부양계를 우주에 건립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생물권Ⅰ(biosphere Ⅰ)과 유사한 생물권을 우주공간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생물권Ⅱ(biosphere Ⅱ) 실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생물권Ⅱ 실험은 생물권Ⅰ에서 사람들이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생존하고, 동시에 미래의 생물권인 우주 또는 우주선에서 살아갈수 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운용되는 커다란 실험이다.

다시 말해서 생물권Ⅱ 실험에는 두가지 뚜렷한 목적이 있다. 첫째는 인간이 어떻게 생물권Ⅰ을 파괴하지 않고 그 안에서 환경과 공존할 수 있나를 찾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떠나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삶의 터, 곧 다른 생물권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 두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뚜렷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생물권Ⅰ의 운행원리와 그 운행에 필요한 장치들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권Ⅰ안에서 삶을 꾸려가고 또 미래의 인공생물권인 우주기지를 설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1987년 초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남부의 도시 오라클에서는 자연생물권, 즉 생물권Ⅰ의 구성과 운행과정을 참작한 인공생물권이 건립되기 시작했다. 이 인공생물권은 하나의 거대한 온실구조물인데 필수생명물질들의 재생이 부분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 됐다. 생물권Ⅰ인 지구의 축소판인 이 인공생물권을 가리켜, 지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뜻으로 생물권Ⅱ라 부른다.

생물권Ⅱ는 1만2천7백㎡의 대지 위를 유리덮개로 덮어서 외계와 단절시킨 지역인데 생물권Ⅰ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우주선 지구호(地球號)라고 간주할 수 있는 생물권Ⅱ의 평면구조에는 다섯종류의 자연생태계와 두 종류의 인공생태계가 포함된다. 즉 열대 우림과 해양, 습원(염수습원과 담수습원), 사바나, 사막 그리고 동물우리를 포함하는 농경지와 연구자들의 거주지가 마련돼 있다. 물론 이들은 생물권Ⅰ의 생태계의 일부를 대표한다.

생물권Ⅱ의 입주식은 당초 계획보다 거의 1년이 늦어진 지난 해 9월 26일에 이뤄졌다. 남녀 각각 4명씩의 연구가들이 그 거대한 온실로 걸어들어간 뒤 외부와의 공기교류를 차단시킴으로써 실제적인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이곳 입주자들의 연령은 20대에서 60대까지 넓게 분포돼 있는데 미국인이 네명, 영국인 두명, 독일 벨기에인 각 한명이다. 그들의 전공 또한 식물학 해양생물학 의학 전기기술 등으로 다양하다. 이 생물권Ⅱ의 거주자들은 오로지 태양만을 에너지원으로 시용하게 되며 외부환경과의 물질교환없이 2년동안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주선을 우주공간에 띄울 때 처럼, 밀폐된 캡슐 밖 세계와의 정보연락(라디오 텔레비전 등)은 가능하다.
 

바이오스피어 Ⅱ의 평면구조^다섯종류의 자연생태계와 두종류의 인공생태계를 포함하고 있다.


8명의 입주자돌

생물권Ⅱ에는 입주자인 8명의 사람과 더불어 원숭이 지렁이 벌새 등을 비롯한 3천8백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생물권Ⅰ에서처럼 생물권Ⅱ의 모든 생물과 인공물은 함께 생물권Ⅱ의 계층구조를 이룬다. 즉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인공동력기 등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도 생산자는 태양에너지를 유기물질로 전환하며, 소비자 분해자 인공동력기 등은 자신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유기물질을 소비함과 동시에 생물권Ⅱ의 에너지대사에 적극 참여한다. 이들은 유기물질의 생산 및 소비의 균형을 조절, 에너지대사와 생명부양에 필요한 물 공기 등과 같은 물질들의 질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하여 물질이 순환되고 사람을 포함한 동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물권Ⅱ를 설계했다.

이제부터 생물권Ⅱ의 운행에 있어 그 기반이 되는 에너지대사와 에너지대사의 매개가 되는 물질이동 또는 순환에 대해서 알아 보자. 여기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 음식 물 공기와 관련된 사항들만 국한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생물권의 에너지대사(에너지변환, 에너지 흐름이라고도 부른다) 과정은 물질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에너지흐름의 대표적인 매체가 탄소라는 물질이다. 생물권의 '감초'격인 탄소의 기능을 단순화시켜 보면 아래와 같은 화학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화학식


(여기서 포도당은 대표적인 유기물이다).
이 화학식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생산 과정은 유기물질, 즉 에너지가 담긴 탄소화합물의 합성과정을 나타낸다. 반면 왼쪽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유기물질을 소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러한 요소들이 생물권에서 단위시간 동안 얼마만큼 생산과 소비에 기여하는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화학식에 나타난 생산과정과 소비과정의 정량적인 비교를 통해 생태계의 유기에너지 합성량 및 이산화탄소나 산소의 순수한 발생량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권Ⅱ를 위협하는 것들

생물권 안에서 이산화탄소로부터 유기물질이 생산되는 양을 총 1차생산량이라고 정의한다. 총 1차생산량중에서 일부를 생산자 자신들의 성장과 생명활동 유지를 위해 소비하는데 이를 생산자호흡 또는 독립영양생물 호흡이라 한다. 그리고 남는 부분은 생산자의 조직에 축적되는데 이를 순 1차생산량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포함된 에너지는 소비자 분해자 인공동력기의 호흡을 위해 할당되는 몫이다. 결과적으로 유기물의 합성은 생산자들만이 할 수 있으나 소비과정에는 (사실상 호흡과정)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인공동력기 모두가 참여한다. 따라서 생물권 전체의 생산-소비 균형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생물권의 순생산=생물권의 총생산-생물권의 호흡.

곧 생물권의 생산자들이 자기 호흡량을 초과해 만들어 놓은 순 1차생산량의 일부가 소비자 분해자 인공동력기들의 에너지원이 된다. 이 양이 충분하면 생물권Ⅱ는 지속적으로 운행될 것이며, 충분하지 못하면 사람을 비롯한 일부 생물들의 생존에 위협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순 1차생산량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미리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정량적인 측정은 어떻게 할까.

생물권의 순생산은 생물권 평면구조의 각 부분에서 일어난 증감들을 합하면 산출할 수 있다. 평면구조 각 부분의 장소와 시기에 따라 그 값이 양이 되기도 하고 또 음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들의 가감은 서로 얽히고 설켜 생물권 전체의 수지균형을 표현한다. 앞으로 새로운 측정법이 개발된다면 생물권의 순생산을 일괄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을 우리 개인의 호흡과 비교해 보자. 오늘 하루 한 사람이 코로 내어쉬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실제로 우리 몸을 이루는 수억 개의 세포 각각이 수행한 세포호흡을 통해 생산된 이산화탄소들이 혈관을 거쳐서 허파에 모인 다음 코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세포 하나하나에서 하룻동안에 생산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합하면 우리 코를 통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이 생산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알기 위해서 세포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어리석은 일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생물권의 순생산이 양(+)의 값을 가지면 그 기간동안 생물권에서 이산화탄소가 적어지고 산소가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음(-)의 값을 가지면 이산화탄소가 증가되고 산소가 감소됐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곧 생물권의 공기가 숨쉴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광합성 또는 호흡과정을 통해 생물권에서 합성 또는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은 같은 기간동안 소비 또는 생산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어느 정도 비례할 것이다. 또한 질소 인 황과 같은 다른 영양원소들이 유기물로 합성되거나 무기화되는 양도 이산화탄소량의 증감에 어느 정도 비례할 것이다. 그러면 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 것일까.

습기찬 공기를 농축시켜 물을 만들어

생물권에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 물은 대부분 더럽혀진다. 이 오염된 물은 물의 순환과정을 통해서 깨끗해져야만 재차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동안 더럽혀진 물은 태양열에 의한 증류작용 또는 생산자와 분해자들의 활동을 통해 정화됨으로써 다시 마실만한 물로 바뀌는 것이다.

여기서 증류된 물이 다시 비가 되는 과정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생물권Ⅱ에서도 공기중에 떠도는 구름, 곧 기체형태의 물을 모아서 비를 내리게 하는 과정은 중요한 숙제였다. 비를 만들기 위한 첫 계획은 정글 위 26m 높이의 유리지붕 꼭대기에 냉각장치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생물권Ⅱ 거주자들은 이 냉각과정이 수분을 모아 비를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서 그 과정은 빗방울을 거의 형성시키지 못하거나 식물이 원하는 크기보다 휩씬 큰 파괴적인 비를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후 여러가지 실험을 거치면서 파이프 끝에 연결된 수도꼭지에서 안개처럼 뿜어지는 물방울을 핵으로 삼아 형성되는 비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냉각코일을 이용, 습기찬 공기를 응축시켜서 마실 물을 얻기로 했다.

생물권Ⅱ의 습지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활동 덕택으로 그 안에 포함된 물의 100%가 1주일 내에 재순환되고 정화된다.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면 이 과정들을 좀더 빨리 진행시키면 된다.

생물권Ⅰ에서 공기는 대개 소비자에 의해서 더럽혀지고, 생산자와 분해자의 활동을 통해 정화된다. 탄소 산소 수소들은 생물권의 생산과정과 소비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물의 순환과정과 동반하면서 변환되고 이동한다. 질소 황 인과 같은 원소들도 이 과정에 동참한다.

생물권Ⅱ에는 이런 생태적 과정을 고려한 공기정화장치가 마련돼 있다. 공기가 나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땅위에서 일어난 어떤 행위들 때문에 땅 또는 지권의 물질(먼지와 기체형태의 물질들)이 보다 많이 공기로 보내진 후 자기들의 기지인 토양으로 되돌려지지 않고 공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생물권Ⅱ의 공기정화과정이란 이 물질들을 공기중에서 분해시키거나 토양으로 보내는 일이다.

생물권Ⅱ에서는 대부분의 공기가 농경지에 있는 토양반응실(soil bed reactor)에 연결돼 있고 대개 여기서 정화된다. 토양반응실은 미생물의 분해과정을 모방해 만든 공기정화장치다. 즉 공기가 토양으로 스며들게 하고, 지상으로 확산되는 순환을 가속시키고, 공기에 포함된 물질들을 토양입자에 흡착시키고, 미생물을 적극 활용해 오염된 공기를 완전히 정화하게끔 설계한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무슨 거창한 장치처럼 여겨지지만 실상 이 장치는 생물권의 물질순환과정 중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촉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장차 이 장치는 사무실이나 공장의 공기정화에 응용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물과 물질들은 생물과 무생물을 들락거리며 순환되고 재생된다. 이 표현에는 움직임의 뜻이 함축돼 있고, 에너지 없이는 그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없음을 강조해 둔다. 생물권Ⅰ과 마찬가지로 탄소를 비롯한 영양원소들의 순환과 그에 수반된 에너지의 흐름를 통해 생물권Ⅱ도 운행되고 있다.
 

입주자들이 바이오스피어 Ⅱ에 들어간 뒤 입구를 잠그고 있다.


유전공학으로는 생물권 이해 못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우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커다란 코끼리의 부분부분을 만져 본 장님들은 코끼리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장님들이 만진 코끼리의 부분, 즉 다리 코 꼬리라는 명칭으로 각각을 인식하고, 코끼리라는 이름으로 코끼리 전체를 조감한다.

마찬가지로 환경문제가 전 생물권과 관련돼 있는 이상 그것을 총합하고 있는 생물권이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물론 저마다 생물권에 대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린다. 실제로 생물권에 관한한 우리는 장님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물권Ⅱ의 설립과 연구는 곧 생물권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시도다. 자명한 것은 장님들이 제시한 각각 다른 내용을 눈뜬 사람만이 종합할 수 있고 올바로 인식할 수 있듯이 광범위한 시각을 가진 사람만이 생물권을 바로 조감할수 있으며 또 꾸려갈 수 있다. 나무만을 보고 숲을 알 수 없듯이, 유전인자만을 바라보는 유전공학으로는 생물권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생물권Ⅱ와 같은 실험장치를 설치하는 것 말고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생물권Ⅰ이라는 우리의 현실적 생명부양계가 어떻게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생물권Ⅰ의 질을 보전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우주선을 만들고 우주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도원 교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항공·우주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