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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하늘에서 만난 이도령과 성춘향

청룡의 심장인 심성은 불처럼 붉다

봄밤 하늘에도 견우와 직녀처럼 다정한 별이 있다. 청룡의 뿔을 나타내는 대각성과 각성이 그들이다. 전라북도 남원에서는 이들을 각각 몽룡별과 춘향별로 지정했다. 밤하늘을 보며 나눌 운치있는 우리 얘기가 또 생겼다.

4월의 밤하늘은 봄철 별자리의 세상이다. 물론 이른 저녁 밤하늘엔 겨울철 별자리가 영롱하다. 서쪽에는 헌원 별자리를 선두로 동방 청룡을 형상화한 봄철 별자리가 떠오른다. 즉 청룡의 뿔, 목, 가슴 등에 해당하는 동양 별자리가 줄을 잇는다.

청룡이 달고 있는 큰 뿔, 대각성

봄밤 별자리를 찾는 기준은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두칠성의 국자 자루가 그리는 곡선을 따라 남쪽 하늘로 눈걸음을 옮겨보자.

국자 손잡이를 이어가다 맨처음 만나게 되는 밝은 별이 보일 것이다. 하야스름한 이 별은 대각성(大角星)이다. 대각성은 서양에서는 아크투루스라고 부르는 별로 목동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동방칠사 별자리들은 전체적으로 청룡의 형상을 이룬다. 28수에 들지는 않지만, 동방 청룡이 달고 있는 큰 뿔이 바로 대각성이다.

이제 눈걸음을 좀더 이어가면 남쪽 하늘에 노르스름한 밝은 별을 만나게 된다. 바로 각성(角星)이다. 동방칠사의 맨 첫별자리가 바로 각수고 그 중 밝은 1등성이 바로 각성이다. 각수는 뿔을 뜻하는 이름처럼 청룡의 뿔인데, 서양 별자리인 처녀자리의 두별로 구성돼있고, 각성은 처녀자리의 으뜸별인 스피카다.

봄철 하늘에 사이좋게 빛나는 대각성과 각성을 전라도 남원에서는 작년과 재작년에 각각 이도령별과 성춘향별로 이름을 붙였다.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느껴지지 않는가. 남원에 가면 광한루가 있는데, 남원은 바로 춘향전의 무대가 아닌가.

참고로 말하자면 광한루의 정원은 견우와 직녀가 보이는 여름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견우별과 직녀별이야 워낙 유명하고 이미 이름이 있으니 그것을 빼앗아선 안되겠고, 단오날 그네를 뛰다가 몽룡과 춘향이 만났으니, 봄밤에 보이는 별들 중에서 고른다면, 대각성과 각성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봄밤하늘에는 대각성(아크 투루스)과 각성(스피카)이 춘향 전 속의 주인공 이몽룡과 성춘 향처럼 다정하게 빛난다. 또한 이들은 동양별자리에 따르면 각 각 동방 청룡의 큰 뿔과 작은 뿔 에 해당한다.


왕자와 손잡고 거니는 봄밤의 임금

밤이 깊어지면 점차로 동방 청룡이 밤하늘 높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남동쪽 하늘에 붉고 밝은 별이 나타난다. 붉게 빛나는 이 별은 유명한 안타레스다. 이 별은 서양의 전갈자리를 대표하는 으뜸별이며, 바로 전갈의 심장이다.

행성 중에서 특히 붉게 보이는 화성이 공전하다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근처를 지나기도 한다. 이때 화성과 안타레스의 붉은 빛이 마치 서로 경쟁하는 듯 보인다. 화성은 전쟁의 신인 아레스라고도 불리는데, 안타레스는 ‘화성(아레스)에 반대(안티)하는 별’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안타레스 별의 색깔이 워낙 붉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됐던 것이다.

전갈의 심장인 안타레스가 동양 별자리로도 동방 청룡의 심장이 된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그래서 별 이름도 심성(心星), 즉 심장별이다. 심성은 심수라는 28수 별자리에서 으뜸으로 밝은 별인데, 워낙 붉기 때문에 동양 사람들은 ‘큰 불별’(대화성, 大火星)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이 별은 봄철 별자리, 동방칠사를 대표하는 별이며, 매우 중요하게 취급됐다. 이런 탓에 대화천왕성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즉 봄밤의 임금별이 바로 이 별인 것이다. 대화천왕성 양옆으로는 매달린 듯이 보이는 조그마한 별들이 보이는데 바로 왕자들이다. 마치 하늘 임금이 양쪽에 있는 왕자들의 손을 잡고 봄밤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늘 강을 오르다가 별이 된 삼남매


서양별자리^북두칠성에서 국자 자루를 따라 가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 녀자리의 스피카를 만날 수 있다. 봄밤이 깊어지면 남동쪽 하늘에 붉고 밝은 안타레스가 떠오른 다. 한편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 에 따르면 천칭자리 오른쪽의 세별은 삼남매라고 한다.


심성과 각성(춘향별) 사이에는 약간 희미한 별자리가 있다. 서양의 천칭자리인데,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에아가 들고 있는 천칭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정의 여신은 두눈을 안대로 가리고, 한손엔 저울을 다른 한손엔 칼을 들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별자리는 대체로 동양의 저수와 일치하는데, 동방 청룡의 앞발 또는 가슴 부위에 해당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몽골 인종인 탓에 밤하늘에 대한 정감도 사뭇 비슷한 면이 있다. 그들은 저수를 이루는 별이 원래 삼남매였다고 믿는다. 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옛날 바닷가에 모여 사는 인디언 마을에 세 남매가 있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두 오빠가 사냥도 하고 낚시도 했다. 이 때문에 막내 여동생은 늘 집에 홀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여동생은 늘 심심하고 외로웠다.

오빠들이 여느 때처럼 사냥을 나간 어느 날, 여동생은 바닷가에 혼자 나갔다. 거기서 그녀는 발을 다쳐 고생하는 거북이를 만났다. 마음씨 착한 여동생은 약초를 캐어다가 거북이의 발을 정성껏 고쳐줬다. 여동생이 치료하는 동안 거북이는 바닷속 이야기며 숲속에 흐르는 긴 강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줬다.

“뭐, 저 숲속에 흐르는 강이 하늘까지 흐른다고?”
“그럼. 저 하늘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강이 흐른단다. 저기 큰 은하수말고도 여러 강이 있지. 이 중의 몇개가 땅까지 흐르는 거야.”

여동생과 거북이는 이렇게 해서 친해졌다. 여동생은 오빠들이 사냥을 나가도 이제 외롭지 않았다.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거북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배탈이 나서 바닷가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거북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배가 아픈 모양이구나. 내 등에 붙은 미역을 따먹으렴. 그럼 금방 나을 거야.”

여동생은 미역을 먹고 나서 배탈이 거짓말같이 나았다. 다시 여동생은 거북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가 하도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문밖에선 두 오빠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거북이는 하는 수 없이 여동생의 침대 속으로 숨었다. 오빠들은 그날따라 사냥을 허탕치고 돌아왔는데, 집에서 바다냄새가 나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동생의 침대위로 불쑥 솟아오른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여동생이 오빠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러 나간 사이에 둘째가 형에게 말했다.

“형, 아무래도 이상하지? 바다냄새도 그렇고, 저기 불쑥 솟은 침대도 그렇고. 우리 몰래 고기를 잡아다 숨겨둔 건 아닐까?”

두 오빠는 여동생의 침대에서 거북이를 발견하고는 단숨에 구워먹기 시작했다. 그때 밖에서 고구마를 쪄오던 여동생이 거북이를 먹고 있는 오빠들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여동생은 몽둥이를 집어들고 오빠들에게 달려들었다. 화가 나서 정신없이 달려드는 여동생을 보고 두 오빠는 도망쳤다.

여동생을 피해 숲에 들어간 두 오빠 앞에 긴 강이 가로막고 흘렀다. 마침 강에는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두 오빠는 오리를 한마리씩 타고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여동생도 오리를 타고 뒤쫓았다.

두 오빠와 여동생은 밤새도록 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결국 하늘까지 닿았다. 그런데 과연 거북이가 말 한대로, 하늘을 흐르는 은하수말고도 작은 강이 있고 그게 땅의 강과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그때 시간이 한참 흘러서 별이 지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남매는 너무 하늘 높이 올라온 탓에 햇빛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서 하늘에 붙어 버렸다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하늘로 올라간 삼남매가 별이 됐다고 생각했다. 천칭자리를 이루는 여섯개의 별 중, 눈에 띄게 밝은 오른쪽의 세별이 바로 이들 삼남매다. 그런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삼남매 전설 가운데 거북이를 구워먹는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야국 수로왕 전설에 보면, 거북이를 구워먹겠다고 협박을 하는 이야기도 나오니, 그리 낯선 이야기만은 아니지 않은가.


동양별자리^봄하늘에서는 각∙항∙저∙방∙심∙미수가 잘 보인다. 이들은 동방 청룡의 모습으로 형상화될 수 있다. 특히 심수의 심성(전갈자리 안타레스)은 붉은 빛 때문에 대화성이라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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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안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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