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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히 나를 평가해? AI 면접 '찐후기'

기자의 AI 면접 체험기

◇ 안어려워요 | AI 면접

 

한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한 번 공채(공개채용)의 계절이 왔다. 공채는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전형부터 필기시험, 토론면접, 최종면접까지 회사마다 각기 다른 전형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다양한 전형 가운데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전형이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AI 면접’. 내가 아는 그 인공지능(AI)이 면접관이라고? 과학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직접 해보셔야 이해가 될 거예요.”
1월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마이다스아이티. AI 면접 소프트웨어 ‘인에어(inAIR)’를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의 김은경 선임연구원은 기자를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헤드셋이 연결된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이름도 거창한 AI 면접 치고는 준비물이 단출했다. ‘취준생’ 시절 면접 울렁증이 되살아나는 듯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AI 면접 받아보니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면접은 컴퓨터에 얼굴과 목소리를 등록하며 시작됐다. 화면 가운데에 얼굴이 위치하도록 노트북을 마주보고 테스트 문구를 읽었다. 화상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얼굴 이미지와 목소리가 입력됐다. 얼굴 이미지는 원하는 모습으로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촬영할 수 있었다. 


등록을 마치자 AI 면접관은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업무에 대한 지원동기가 무엇인가요’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등 사전조사 성격의 질문이었다. 면접 지원자에게는 각 질문마다 생각할 시간 60초와 답변시간 90초가 주어졌다. 


사전조사 성격의 질문은 과학동아에 지원할 때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사전조사 질문은 AI 면접을 진행하는 모든 회사가 모든 직군의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질문이다. 외국어 능력 등 기타 역량이 필요한 직무에서는 영어질문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 다음 면접은 성향체크였다. 성향체크는 기존의 인적성검사와 유사했다. ‘계획한 일은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사소한 거짓말 정도는 쉽게 한다’ 등의 문항이 주어지고 답변을 ‘매우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6단계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 인적성검사와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한 번 선택한 답변은 바꿀 수 없고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나타나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보일까’ 고민할 새가 없었다. 직관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면접은 역량게임이었다. 화면에 게임 10가지가 제시됐다. 공 옮기기(공을 정해진 횟수 안에 옮겨 제시된 모양과 똑같이 만들기), 색-단어 일치 판단하기(초록, 노랑 등의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와 글자 색깔이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등 간단한 게임이었다. 게임 순서를 자유롭게 선택해 각각 3~5분 동안 문제를 풀었다. 평소 ‘스도쿠’ ‘애니팡’ 등 단순노동게임에 단련된 기자에겐 면접이 아닌 놀이처럼 느껴졌다. 역량게임의 종류는 지원한 직무별로 조금씩 다르다. 


마지막 면접은 앞서 세 가지 유형의 면접에서 실시간으로 분석된 내용에 기반한 심층면접이었다. 기자에게는 주로 ‘곤란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이렇게 첫 번째 사전조사부터 마지막 심층면접까지 AI 면접은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얼굴 이미지 7억 개 학습… 표정 분석이 핵심


‘영업 및 마케팅 분야 적합도 99%, 연구개발 분야 50%’.


이틀 뒤 전달받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히스톤단백질을 주제로 나름 석사 논문도 썼고, 기사 취재용 논문을 읽는 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에게 마케팅이라니! 역량게임을 통한 면접에서 성취욕이 강하고 학습이 빠르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듯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역량게임은 지원자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도입했다”며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닌,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으로 꾸며 답하는 무의식적인 거짓말을 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카드뒤집기 역량게임에선 지원자의 보수적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카드뒤집기 역량게임은 화면에 뒤집힌 카드 32장이 제시된다. 하나를 골랐을 때 스마일카드를 선택하면 20점을 얻을 수 있고, 벌칙카드를 고르면 100점을 잃는다. 지원자는 카드를 원하는 만큼 뒤집고 ‘제출’ 버튼을 누른다. 지원자가 어느 수준에서 게임을 멈추는지를 통해 보수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을 선호하지만, 증권사는 위험성이 있더라도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중시한다”며 “카드뒤집기 게임 등으로 지원자의 선택 패턴을 분석하면 82.1%의 확률로 고성과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에어는 49개 기업 6800여 명의 성과 데이터와 AI 면접 결과 데이터를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응시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지에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은 또 있었다. 응시자의 역량을 해석한 결과에서 ‘말투와 표정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기소개나 지원동기 등을 답변할 때 사람의 눈이 아닌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하는 것이 어색해 평소보다 표정과 목소리를 딱딱하게 표현한 것이 패인(?)인 듯했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면접 결과는 ‘신뢰가능’ 판정을 받았다. 


AI가 어떻게 인상을 평가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까지 판단한다는 것일까. 흥분한 기자에게 김 선임연구원은 얼굴인식, 음성인식 기술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카메라를 통해 답변을 하는 지원자의 얼굴을 촬영하고 분석한다. 얼굴에서 68개 지점의 변화를 포착해 안면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표정과 주요 감정을 확인한다. 


동시에 지원자의 목소리 톤, 크기, 휴지(쉼), 음색, 속도 등을 분석해 지원자의 말투와 어조, 감정, 면접의 신뢰도도 알아낼 수 있다. 지원자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거나 둘 이상의 목소리가 들려 대리시험이 의심되는 경우, 혹은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한 경우 ‘신뢰불가’ 판정을 한다.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자연어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답변 내용은 분석하지 않는다. 


김 선임연구원은 “인에어는 약 7억 개 이상의 얼굴 이미지 데이터와 1000만 개의 음성 데이터, 이미지와 음성 주인의 성향 데이터를 학습했다”며 “면접을 본 지원자의 데이터를 기존 데이터와 비교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인에어는 지원자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한다. 인에어의 판단 결과는 인사담당자,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면접 평가단 200여 명의 평가 결과와 90%가량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람은 면접관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주관적 견해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AI는 이런 부분을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AI 면접, 고득점 올리려면? 


LG, KT, 한미약품 등 현재 100개 이상의 주요기업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AI 면접이 채용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는 사실이 알려질수록 AI 면접을 활용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AI 면접은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까? 


기자는 면접이라는 말에 정장 재킷까지 챙겨갔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생김새나 옷 등은 AI의 평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리닝을 입고 PC방에서 면접을 봐도 원칙적으로는 무방하다. 
하지만 AI 면접이 이제 막 도입된 단계라 대부분의 회사가 AI 면접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정돈된 머리에 상의만큼은 정장 차림으로 임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영상이 밝으면 환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밝은 조명 아래에서 면접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힌트를 줬다. 


또박또박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좋은 팁이다. 인에어의 경우 말하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밝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아무 말이나 하는 지원자가 적절한 답이어도 우물쭈물 대답하는 지원자보다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나운서 톤’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위적으로 보여 오히려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사실 AI 면접은 점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실상 인적성검사라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채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직군별로 AI 면접 결과가 성과와 얼마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성향이 영업직에 어울리는 과학기자가 흥미로운 취재원을 더 많이 찾아내 좋은 과학기사를 더 많이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AI 면접을 보는 지원자 여러분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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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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