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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면 목성에 뚜렷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새로운 테의 형성과 또다른 대적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이미 소개된 바 있는 혜성 슈메이커-레비9(여기서 9는 슈메이커와 레비가 발견해 혜성중 9번째라는 뜻, 이 혜성의 또다른 이름은 1993e인데 1993은 발견된 연도이고 지난 1993년에 5번째로 근일점을 통과한 혜성이라는 뜻)와 목성의 충돌은 1천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확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생애에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 혜성은 1992년 7월 목성의 근접한 곳을 통과하다 목성의 강력한 조석력에 의해 20여개의 조각들로 파괴되었다. 천체역학 계산에 따르면 이 혜성은 약 반세기 전에 목성의 중력에 잡혀 목성의 한 위성으로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혜성은 목성의 커다란 4개의 위성과 태양의 중력에 의한 섭동으로 궤도가 꾸준히 변경되었다. 결국은 2년전 목성이 가까운 곳을 통과하다 조석력으로 인한 파괴의 한계점인 로체 한계점 내에 들어와서 파괴된 것이다.

원래 크기가 지름 5㎞ 이상이었던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면 지구상의 공룡들을 6천 5백만년 전에 멸망케 한 외계 물체와의 충돌과 비견할만하다. 확실한 확률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행히 이런 크기의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목성과의 충돌 확률(1천년에 한번 꼴)보다 훨씬 작다. 아마도 5천만년 내지 1억만년만에 1번 정도일 것이다. (사진1)은 캐나다의 퀘백 지방의 지름 70㎞ 되는 운석 구덩이인데 약 2억년전에 떨어진 것이다.
 

(사진1) 캐나다 퀘벡지방의 지름 70km의 운석구덩이. 약 2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꼬리 충돌은 이미 시작

20여개의 핵이 충돌하는 시기는 7월 중순부터지만, 이 혜성 꼬리가 길고 잘 발달되고 있으므로 꼬리가 목성과 충돌하는 시기는 6월초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혜성의 꼬리는 작은 먼지, 모래, 자갈 크기, 그리고 이온화 된 가스와 중성 가스로 되어 있다. 이 꼬리의 물질들이 목성과 1개월 반을 충돌한 후에야 20여개 혜성들의 거대한 충돌이 있을 것이다.

발견 당시의 이 혜성의 길이(맨앞의 조각 혜성과 끝의 조각 혜성과의 거리)는 목성 지름의 약 3배가량 되는데 목성과 충돌할 때쯤에는 목성 지름의 약 1백배 가량 늘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각 조각 혜성에서 방출하는 꼬리의 물질도 상당히 먼 거리에 분포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한여름 밤에 '별똥별 소나기'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를 접하곤 한다. 이때가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한시간에 몇천 개의 별똥별이 작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청명한 여름밤에 마당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누워서 별똥별의 숫자를 세어 보면 한시간에 약 10개 정도를 셀 수 있다. 이 별똥별 소나기는 1년 중 여러번 일어나지만, 특히 7월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일어나는 페르세우스 별똥별 소나기가 제일 유명하다. 이 별똥별 소나기는 1백 35년 주기를 가진 스위프트-터틀이라는 혜성이 남기고 간 모래나 조그만 암석들의 궤도를 지구가 통과함으로써 별똥별 소나기를 맞는 것이다. 혜성 슈메이커-레비9의 꼬리들이 직접 목성을 때리는 2〜3개월 동안 목성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밤마다 밤하늘이 불꽃놀이로 뒤덮이는 듯한 별똥별 소나기의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이 꼬리들 중 목성과 직접 부딪치지 않는 부분들은 목성을 휘감아 목성의 새로운 테를 형성한다는 것이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다. 지금까지 테를 가진 행성은 토성을 비롯해 목성 천왕성 해왕성 등이라고 확인됐다. (사진2)는 보이저 인공위성이 찍은 천왕성의 테이다. 목성은 기존의 가느다란 테 이외에 이번 충돌로 바깥쪽에 또하나의 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들의 테의 색깔과 밝기 그리고 구조는 서로 아주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테들은 태양계 행성들의 테 생성 과정을 밝혀 내려는 행성 천문학자들을 혼란시켜 왔다. 갈릴레이가 토성의 테를 처음 관측한 이후 테의 생성 과정은 계속 신비에 쌓여 왔다. 이번처럼 혜성이나 소행성들과의 충돌에 의해 이들 행성들의 테가 생겼다면 그 동안 신비에 쌓여 있던 테의 생성 과정은 그 베일을 벗게 될 것이다.

이번 슈메이커-레비9 충돌 현상 이전에는 크게 두가지의 이론이 대립돼 왔다. 즉 태양계의 테는 이들 행성들과 동시에 생겼다는 이론과 나중에 이들의 위성들이 서로 충돌했거나 이들의 위성과 소행성의 충돌에 의해서라는 이론이다. 이번에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목성의 조석력에 의해 파괴됨으로써 세번째의 강력한 이론으로 대두되었다. 태양계 생성 당시 행성들과 동시에 생겼다는 이론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2) 보이저가 찍은 천왕성의 테. 이번 충돌로 목성은 아주 가느다란 새로운 테를 하나 더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대적반

지난호에 혜성 슈메이커-레비9 충돌 후 여러 가지 예견된 현상들을 소개했다. 따라서 그것들을 다시 소개하지는 않겠으나 혜성들의 충돌 후 목성에 있는 대적반(Great Red Spot)같은 것들이 형성되리라는 예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충돌 후 충돌 현장 고공에 얼음 미립자로 된 구름이 형성되고 이 구름은 주위에 비하여 매우 밝게 보일 것이다. 이 구름은 목성의 성층권에 형성되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분산되므로 그 크기가 커지고 성층권 바람에 의해 퍼져나갈 것이다. 성층권은 대류권 위에 있는 대기층이고, 목성의 성층권 바람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평상시에는 성층권에는 어떠한 구름도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류권에는 암모니아 구름이 형성되므로 암모니아 구름의 속도로 대류권 바람의 속도, 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성층권 바람과 대류권 바람의 속도와 방향은 이론상으로 계산했을 때 서로 다르다. 혜성 충돌 후 3〜4일이 지난 뒤에는 얼음 미립자 구름(성층권 구름)이 대류권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다르므로, 충격에 의해 대류권 층에 생긴 현상을 비로소 드러내게 될 것이다. 성층권에서의 얼음 미립자 구름들은 분산되고, 승화되어 또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서서히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류권에서의 현상은 잘 예측할 수 없다.

만약 폭발 당시 10기압 근처의 분자들이 대류권에 뿜어 올려져 그 곳에서 태양 빛의 영향을 받아 붉은 색깔을 띤 색소들을 만들어내면 충돌 크기 만한 '적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폭발 당시의 힘으로 '대적반' 같은 소용돌이를 만들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목성의 표층에는 평상시 대적반 이외에도 소적반 및 소백반(하얀 색깔의 소용돌이)들이 여러개 있고 이것들이 끊임없이 생성, 소멸되고 있다. 혜성 충돌 후 그 충돌 크기는 대적반보다 적으리라고 예상되므로 크기는 소적반이나 소백반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꼭 적반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백반이 될 수 있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지금까지 대적반의 색소의 원인이 되는 분자나 입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혜성 충돌 후 '적반'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은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예측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는 법. 이번 '우주 쇼'를 감상하고 나서야 예견이 맞았나 틀렸나를 알 수 있다.
 

슈메이커-레비와 목성의 충돌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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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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