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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역할 중 하나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들을 상상으로 보여주고, 이런 상상이 미래 기술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다. SF에 등장하는 로봇도 마찬가지다. 20년 뒤인 2040년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로봇 기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로봇공학자,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SF 작가, 미래 로봇공학자가 될 청소년 등 세 그룹과 함께 2040년 로봇의 미래를 예측해봤다.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을 연구 중이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지능 로봇’이라고도 하는데, 제조 공정 등 산업 현장에서 수요가 많아 기업과 연구소 모두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류 창고에서 주문을 받고 원하는 물건을 골라 담을 줄 아는 지능 로봇이 2040년이 되기 전에는 상용화될 것 같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시범 운영 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봇이 물류 창고에서 일하려면 자세 측정(Pose Estimation) 기능과 물체 인식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기술들이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창고 내 물건이 늘 같은 상태로 놓여 있는 게 아닌 만큼 로봇 입장에서는 오차가 발생하죠. 오차를 수mm 수준으로 줄여야 상용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상호작용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네요? 
지능 로봇의 상호작용 기술은 여러 종류의 로봇 중에서도 가장 늦게 완성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화할 때 상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알려면 사람의 행동 데이터가 필요한데, 개인정보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데이터를 확보했더라도 로봇이 사람을 알아보는 건 쉽지 않아요. 로봇은 아직 사람의 나이도 구별하지 못합니다. 

 

상용화가 가장 일찍 될 것 같은 지능 로봇은 무엇인가요? 
이동 로봇일 것 같습니다. 실외에서는 날씨나 조도의 영향을 받아 로봇의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지만, 상호작용 같은 다른 이슈보다 기술적으로는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물론 상용화하기 전에 법적인 규제도 만들어야겠죠. 

 

 

 

교수님은 2015년 발표한 ‘우리 삶을 바꿀 2045년 미래로봇’ 보고서에서 가정마다 가사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고 예상하셨어요.
누구나 집안일을 번거로워하니까요. 기술은 수요가 있는 곳으로 발전하죠. 

 

가사 로봇은 인간형 로봇보다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은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보통 식사를 할 때 항상 같은 그릇에 담아 먹지 않고, 한 곳에서만 먹지도 않습니다. 먹고 난 그릇의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은데 로봇이 알아서 찾은 다음 싱크대에 두고 닦는 행위에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기술이 집약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음성 인식 기술과 여러 정보를 처리해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위치 인식 및 위치 측정 기술과 힘 조절 제어 기술 등이 구현돼야 합니다. 

 

지금 당장 실현하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술이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위치에서 똑같은 동작을 하는 로봇은 현재 기술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어느 환경에서든 알아서 판단하는 로봇을 만드는 건 현재 기술로는 쉽지 않습니다. 2045년쯤엔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인공신체기관’을 가진 주인공들이 가까운 미래의 도시에서 펼치는 SF 추적 스릴러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를 2018년 발표하셨습니다. 인공신체기관이 뭔가요?
미래 도시에서는 사이보그처럼 신체를 개조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뇌에 네트워크 접속이 되는 칩을 심고 생활하죠. 다들 팔다리 하나쯤은 기계로 돼 있을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모두가 사이보그인 세상이라니 흥미로운데요. 기계화된 존재는 작품에서 ‘오토마톤’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오토마톤은 인간과 동등한 존재라고 보셨고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몸을 기계로 교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두려운 일이 벌어져요. 저는 자신이 인간이든 기계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 더 강력한 기계 팔을 몸에 붙이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기계가 사람과 사귀기 위해 굳이 ‘나도 인간이 되고 싶어’라고 바랄 필요가 없는 사회를 상상했습니다. 그럼 로봇도 ‘강제 노역을 하는 존재’의 의미를 담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까요?

 

 

로봇이 사람과 사귀려면 성별이 필요할까요? 
사이보그들은 굳이 이성 간의 결합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정확히 나눠떨어지는 구분도 아닌데, 로봇의 성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제가 쓴 작품에도 사랑 이야기가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등장인물들이 성별이나 정체성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2040년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간과 닮은 로봇이 아닐까요. 로봇공학에서는 웬만하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놓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와 똑같은 존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는 경험은 각별하잖아요. 

 

앞으로의 작품은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한동안은 환경과 생태학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2040년의 로봇을 만나려면 그때까지 지구가 버텨줘야 하니까요.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고, 지구가 로봇만이 살 수 있는 행성이 되는 일은 겪고 싶지 않거든요.

 

 

작가님의 소설 ‘테세우스의 배’에는 인간형 로봇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봇이 등장하네요.
한 로봇은 전신이 기계로 바뀌는 사이보그입니다. 신체를 하나하나 교체하다가 뇌세포까지 기계로 바꾸는 거예요. 두 번째 로봇은 생체를 찍어내는 3D프린팅 기술과 관련된 로봇입니다. 단백질 블록을 조립하는 3D프린터로 사람의 신체를 조각조각 만들고, 이것을 부품처럼 조립해서 사람 형태를 완성합니다. 물질적으로는 인간과 똑같은 소재인데 생산 과정은 로봇의 프로세스를 따르죠. 

가사 로봇이나 보안 로봇처럼 한 가지의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들도 등장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저는 인간을 닮은 비싸고 복잡한 로봇 하나를 만들기보다는 한 가지 기능에 특화된 단순하고 저렴한 로봇을 여러 개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니까요. 

 

미래의 로봇이 인간 형태가 아닐 거라는 얘기인가요? 
인간을 닮은 로봇은 여러모로 불편한 문제를 일으켜요.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미움을 받거나 혐오스럽다며 배척을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사람처럼 대접받을 수도 있죠. 그러면 일을 시킬 수가 없어서 또 문제가 되겠죠.

 

이런 상상 속 로봇의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작품을 집필하는 약 1년 동안에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탓에 수시로 글의 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했어요. 몇몇 아이템은 미래의 기술이라고 상상했는데, 책이 편집되는 사이에 실현된 경우도 있었죠. 기술적인 부분들은 대부분 현재 이론적으로 구현됐거나, 연구 중인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에 수십 년 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로봇을 참고하셨다고요?
맞아요.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로봇을 추구하고, 구조적으로 단순하며,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미래에 실제로 구현될 로봇과 철학적으로 가장 근접해 있다고 생각해요. ‘알프레드(ALPHRED)’와 같은 로봇을 보면 다리가 앞뒤로 달려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언뜻 기괴해 보이지만 굉장히 효율적으로 움직이거든요.

 

2040년 미래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신 할 각양각색의 기계들이 만들어질 거예요. 그보다 더 먼 미래는 로봇과 인간이 더는 구별되지 않고,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포스트 휴먼 시대에는 한 사람이 수백 개의 뇌와 몸을 갖고, 디지털과 실재의 경계도 허물어져 더는 육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는 존재로 변모할 수 있어요. 수백 개의 육체가 지구 곳곳에, 혹은 우주 저편의 또 다른 행성에까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미래의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10대는 어떤 로봇을 예상하는지 궁금해요. 
이인우: 스마트폰처럼 한 기계에 여러 가지 기능이 집약된 로봇이 개발될 것 같습니다. 특히 모양이 직육면체에 바퀴 하나가 달린 것처럼 단순한 모양이면 더 신비롭게 보일 것 같아요. 팔다리 없이도 상자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서 결과물만 내는 로봇이 개발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김희수: 저는 머리에 연결하기만 하면 머릿속 생각을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로봇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나눌 때 시각자료가 있으면 생각을 설명하기 편하잖아요. 홀로그램 로봇이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에게든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심지어 자유자재로 변형해서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로봇들이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을까요? 
이인우: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머신러닝은 학습하는 것처럼 보일 뿐 진짜 학습하는 게 아니고 인간이 규정해주는 것입니다. 즉 별도로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처럼 기억을 바탕으로 자유자재로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수: 저는 로봇이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판단 결과에 대한 감정을 갖게 되는 거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하면 더 많은 정보로 더 많은 판단을 스스로 내리게 될 겁니다. 

 

로봇이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을까요? 
이인우: 로봇의 신체적 능력이나 계산 능력은 인간을 훨씬 능가하겠지만, 일부러 인간을 지배하게끔 프로그래밍하지 않는 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희수: 제 생각도 같아요. 로봇이 직접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인간에게 로봇이 유용한 도구이듯 로봇에게 인간도 유용한 존재여서 인간을 해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로봇이 인간을 보호 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의도치 않게 인간을 지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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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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