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속기 열풍이 불고 있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기초과학실험에 필수적인 가속기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대형 가속기 건설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포항에 있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뛰어 넘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또다시 포항에 건립할 계획이다. 또 현재의 포항 방사광 가속기와 유사한 성능의 ‘차세대 다목적 3.5GeV(기가전자 볼트) 방사광 가속기’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건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에도 대규모 ‘중이온 가속기’가 새롭게 들어선다. 경주에 짓고 있는 ‘양성자 가속기’도 2012년 완공될 계획이다. 부산 기장군에도 중이온 가속기의 일종인 ‘중입자 가속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국내에는 총 6개의 대형 가속기가 들어서는 셈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 많은 가속기를 지으려는 걸까. 과학자들은 왜 이런 가속기를 만들자고 요구하는 걸까.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여러 가속기. 뭐가 뭔지 헛갈릴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가속기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어디에 쓰는 걸까.
가속기의 기본원리는 ‘전자기력’
가속기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느다란 원통 안에 들어 있는 구슬을 생각하면 된다. 이 구슬은 특이하게도 양(+)극 또는 음(-)극 중 한 가지 성질만 가지고 있다. 원통의 앞과 뒤는 전극으로 되어 있는데, 전기를 연결하면 한쪽은 양극, 다른 한 쪽은 음(-)극을 띠게 만들어져 있다. 이 때 전기스위치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 구슬은 원통 속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도르르 딸려갈 것이다. 자석의 N극, S극의 원리처럼 원통의 한쪽 끝은 같은 극의 구슬을 밀어내고, 다른 한쪽 끝은 구슬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만약 관의 길이를 점점 늘리고, 전압을 차츰 더 높이고, 구슬도 조금씩 더 작은 것으로 바꿔 나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구슬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마지막엔 구슬이 빛의 속도에 가까울 만큼 빨라질 것이다.
현대 핵물리의 기본장비 ‘중이온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는 양성자 가속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가속기의 구조나 원리, 전기적 방향도 유사하다. 다른 점은 양성자보다 무거운, 다양한 원자를 가속할 수 있다. 원자에서 전자를 하나 빼내 이온화한 ‘양이온’으로 가속한다. 헬륨이온이나 탄소이온, 우라늄이온 등 사용할 수 있는 원자의 종류가 다양하다. 여러 가지 원자를 가속하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특히 반응성이 높은 우라늄등을 연구하는데 자주 쓰이기 때문에 최근 핵물리학 연구에 필수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소형 중이온 가속기를 갖추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로도 인체 내에 깊숙이 위치한 암세포만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과 독일에서는 지금까지 3000명 정도의 암환자를 중이온가속기로 치료했다.
중이온 가속기는 다양한 물리 실험이 가능해 우주탄생의 신비를 밝히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HC 만큼이나 유명한 미국 브룩헤이번연구소의 ‘RHIC(Relativistic Heavy Ion Collider)’도 중이온 가속기다. 규모로 따지면 LHC가 세계 1위, RHIC가 2위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 두 명(유인권,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이 속해 있는 국제 연구팀 ‘스타(STAR)’가 RHIC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우주가 처음 태어나던 빅뱅 당시의 과정을 밝혀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12개국 54개 연구기관에서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가하고 있는 스타 연구팀은 2010년 3월 ‘중이온 가속기를 이용해 두 개의 금 원자핵을 충돌시켜 우주탄생 현상을 모의 실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온화 된 금 원자 두 개가 충돌하자 수조℃의 상상도 못할 고열이 발생하면서 원자핵이 모두 녹아 거대한 에너지로 바뀌어 버렸다. 우주가 태어나기 직전의 거대 에너지 상태 즉 ‘빅뱅이 일어나기 직전’의 축소판이 된 것이다. 이 때 물질의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 에너지는 가속기 안에서 ‘미니 빅뱅’을 일으키며 우주가 처음 태어날 때 만들어졌던 작은 입자, 즉 쿼크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반입자로 불리는 반양성자, 반중성자, 반초입자(반람다입자)가 한데 뭉쳐 ‘반원자핵(반초삼중수소핵)’도 만들었다. 스타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 우주는 최초에 매우 끈적끈적한 액체와 비슷한 상태였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대형 중이온 가속기, ‘KoRIA’를 준비 중이다. 새로 건립될 과학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 과학도시는 당초 대통령 공약사항에 따라 대전충남 일원에 건설될 것이 유력했지만 지금은 전국 여러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유치전을 벌이면서 건설 장소가 불명확해졌다. 다만 국내에 건설되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RHIC만큼 크진 않지만 만들어 낼 수 있는 희귀동위원소의 종류와 양에서 단연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KoRIA의 형태를 결정해 공개했다. 총괄책임자인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0년 9월 열린 중이온가속기 국제기술자문위원회에서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와 길이 200m의 선형가속기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동위원소를 선형가속기에서 다시 한 번 충돌시켜 더욱 희귀한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전 세계 중이온가속기 중 한국만 가진 유일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를 각각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가속기를 마치 하나의 가속기처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2+1’ 형태가 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시설을 이용해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 방사능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핵입자 연구 △신소재 개발 △단백질 연구 △별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 재현 등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에 두루 사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포항에 있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뛰어 넘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또다시 포항에 건립할 계획이다. 또 현재의 포항 방사광 가속기와 유사한 성능의 ‘차세대 다목적 3.5GeV(기가전자 볼트) 방사광 가속기’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건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에도 대규모 ‘중이온 가속기’가 새롭게 들어선다. 경주에 짓고 있는 ‘양성자 가속기’도 2012년 완공될 계획이다. 부산 기장군에도 중이온 가속기의 일종인 ‘중입자 가속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국내에는 총 6개의 대형 가속기가 들어서는 셈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 많은 가속기를 지으려는 걸까. 과학자들은 왜 이런 가속기를 만들자고 요구하는 걸까.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여러 가속기. 뭐가 뭔지 헛갈릴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가속기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어디에 쓰는 걸까.
가속기의 기본원리는 ‘전자기력’
가속기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느다란 원통 안에 들어 있는 구슬을 생각하면 된다. 이 구슬은 특이하게도 양(+)극 또는 음(-)극 중 한 가지 성질만 가지고 있다. 원통의 앞과 뒤는 전극으로 되어 있는데, 전기를 연결하면 한쪽은 양극, 다른 한 쪽은 음(-)극을 띠게 만들어져 있다. 이 때 전기스위치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 구슬은 원통 속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도르르 딸려갈 것이다. 자석의 N극, S극의 원리처럼 원통의 한쪽 끝은 같은 극의 구슬을 밀어내고, 다른 한쪽 끝은 구슬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만약 관의 길이를 점점 늘리고, 전압을 차츰 더 높이고, 구슬도 조금씩 더 작은 것으로 바꿔 나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구슬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마지막엔 구슬이 빛의 속도에 가까울 만큼 빨라질 것이다.
[‘방사광가속기’가 설치돼 있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모습. 중앙의 둥근 ‘원형가속기’를 통해 가속한 전자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시설이다. 이 빛을 이용해 물질과 생명체의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다.]
가속기란 이 구슬을 ‘원자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입자’로 바꾼 것이다. 결국 모든 가속기는 ‘입자 가속기’다. 원자 속에 들어 있는 미세한 입자들 중에 중성자를 제외하면 뭐든지 가속기의 재료가 된다. 양성자를 가속하면 ‘양성자 가속기’, 전자를 가속하면 ‘전자 가속기’가 된다. 전자 가속기는 형태를 조금 바꾸면 ‘방사광 가속기’로 변신한다. 전자 한두 개를 추가로 얻거나 잃어버려 음극 또는 양극 성질을 갖게 된(이온화된) 원자’를 쓰는 것은 중이온 가속기다. 결국 가속기란 ‘전자기력을 이용해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원통의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뀌는데, 길게 뻗은 원통을 쓰면 선형 가속기, 둥근 원통을 쓰면 원형 가속기라고 부른다.
이런 가속기로는 뭘 할 수 있을까. 응용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우주탄생 과정을 재현해 볼 수도 있다. 생명과학 실험을 하거나 암을 치료하는 등 의학 분야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95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양성자 가속기 LHC의 빔라인. 총 길이가
27km에 달한다.]
우주 신비 푸는 ‘양성자 가속기’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뤄진 가장 간단한 원자다. 여기서 전자를 떼어내면 양성자 하나만 남는다. ‘양성자 가속기’는 이런 양성자를 가속한다. 양성자 가속기는 대부분 ‘양성자 빔’을 만들어 어딘가에 쬐어 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물질의 원자에 양성자 하나가 충돌하면 원자의 성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양성자가 충돌하는 힘이 너무 강하거나 방향이 틀리면 원자의 결합이 부서지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런 원리로 양성자빔을 물질에 쪼여 주면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 암 같은 병든 세포만 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양성자 두 개를 동시에 가속해 가속기 속에서 정면으로 충돌시키면 어떻게 될까. 원자 속에서 튀어 나온 ‘양성자’가 다시 둘로 쪼개지지는 않을까. 사실이다.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쪼개지며 여러 가지 소립자를 방출하게 된다. 물론 양성자 두 개가 깨질 만큼 강한 힘으로 가속해야 하므로 큰 규모의 가속기가 필요하다. 이 때 튀어나오는 소립자는 원자핵의 구성성분으로 알려진 쿼크, 글루온 같은 입자들이다. 이것들을 관찰하면 그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초음파를 부딪쳐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밝히겠다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95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입해 2009년 11월 첫 공식 가동한 ‘LHC’ 역시 양성자 가속기의 일종이다. 이런 종류의 양성자 가속기는 충돌실험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돌기(Colli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LHC(Large Hadron Collider)역시 한국말로 직역해 보면 ‘거대 강입자 충돌기’다. 여기서 ‘강입자’라는 말은 강한 핵력으로 뭉친 입자라는 뜻이다. 핵력이란 양성자의 구성물질인 쿼크를 하나로 모으는 접착자(글루온·gluon)를 뜻하므로 결국 ‘강입자 충돌기’란 양성자 가속기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국내에도 경북 경주에 양성자 가속기를 건설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월 19일 경주 양성자 가속기 센터에 설치할 대형 선형 양성자 가속기를 국내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LHC에 비해 출력이 낮기 때문에 우주탄생의 비밀보다는 의료용 신물질 개발이나 생명과학, 나노과학 등을 연구할 때 주로 쓸 예정이다. 이 밖에 생체소재나 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 등을 개발할 때도 쓸 수 있다.
가속기란 이 구슬을 ‘원자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입자’로 바꾼 것이다. 결국 모든 가속기는 ‘입자 가속기’다. 원자 속에 들어 있는 미세한 입자들 중에 중성자를 제외하면 뭐든지 가속기의 재료가 된다. 양성자를 가속하면 ‘양성자 가속기’, 전자를 가속하면 ‘전자 가속기’가 된다. 전자 가속기는 형태를 조금 바꾸면 ‘방사광 가속기’로 변신한다. 전자 한두 개를 추가로 얻거나 잃어버려 음극 또는 양극 성질을 갖게 된(이온화된) 원자’를 쓰는 것은 중이온 가속기다. 결국 가속기란 ‘전자기력을 이용해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원통의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뀌는데, 길게 뻗은 원통을 쓰면 선형 가속기, 둥근 원통을 쓰면 원형 가속기라고 부른다.
이런 가속기로는 뭘 할 수 있을까. 응용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우주탄생 과정을 재현해 볼 수도 있다. 생명과학 실험을 하거나 암을 치료하는 등 의학 분야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95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양성자 가속기 LHC의 빔라인. 총 길이가
27km에 달한다.]
우주 신비 푸는 ‘양성자 가속기’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뤄진 가장 간단한 원자다. 여기서 전자를 떼어내면 양성자 하나만 남는다. ‘양성자 가속기’는 이런 양성자를 가속한다. 양성자 가속기는 대부분 ‘양성자 빔’을 만들어 어딘가에 쬐어 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물질의 원자에 양성자 하나가 충돌하면 원자의 성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양성자가 충돌하는 힘이 너무 강하거나 방향이 틀리면 원자의 결합이 부서지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런 원리로 양성자빔을 물질에 쪼여 주면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 암 같은 병든 세포만 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양성자 두 개를 동시에 가속해 가속기 속에서 정면으로 충돌시키면 어떻게 될까. 원자 속에서 튀어 나온 ‘양성자’가 다시 둘로 쪼개지지는 않을까. 사실이다.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쪼개지며 여러 가지 소립자를 방출하게 된다. 물론 양성자 두 개가 깨질 만큼 강한 힘으로 가속해야 하므로 큰 규모의 가속기가 필요하다. 이 때 튀어나오는 소립자는 원자핵의 구성성분으로 알려진 쿼크, 글루온 같은 입자들이다. 이것들을 관찰하면 그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초음파를 부딪쳐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밝히겠다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95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입해 2009년 11월 첫 공식 가동한 ‘LHC’ 역시 양성자 가속기의 일종이다. 이런 종류의 양성자 가속기는 충돌실험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돌기(Colli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LHC(Large Hadron Collider)역시 한국말로 직역해 보면 ‘거대 강입자 충돌기’다. 여기서 ‘강입자’라는 말은 강한 핵력으로 뭉친 입자라는 뜻이다. 핵력이란 양성자의 구성물질인 쿼크를 하나로 모으는 접착자(글루온·gluon)를 뜻하므로 결국 ‘강입자 충돌기’란 양성자 가속기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국내에도 경북 경주에 양성자 가속기를 건설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월 19일 경주 양성자 가속기 센터에 설치할 대형 선형 양성자 가속기를 국내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LHC에 비해 출력이 낮기 때문에 우주탄생의 비밀보다는 의료용 신물질 개발이나 생명과학, 나노과학 등을 연구할 때 주로 쓸 예정이다. 이 밖에 생체소재나 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 등을 개발할 때도 쓸 수 있다.
[미국 브룩헤이번연구소의 중이온 가속기 RHIC의 모습.]
현대 핵물리의 기본장비 ‘중이온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는 양성자 가속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가속기의 구조나 원리, 전기적 방향도 유사하다. 다른 점은 양성자보다 무거운, 다양한 원자를 가속할 수 있다. 원자에서 전자를 하나 빼내 이온화한 ‘양이온’으로 가속한다. 헬륨이온이나 탄소이온, 우라늄이온 등 사용할 수 있는 원자의 종류가 다양하다. 여러 가지 원자를 가속하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특히 반응성이 높은 우라늄등을 연구하는데 자주 쓰이기 때문에 최근 핵물리학 연구에 필수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소형 중이온 가속기를 갖추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로도 인체 내에 깊숙이 위치한 암세포만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과 독일에서는 지금까지 3000명 정도의 암환자를 중이온가속기로 치료했다.
중이온 가속기는 다양한 물리 실험이 가능해 우주탄생의 신비를 밝히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HC 만큼이나 유명한 미국 브룩헤이번연구소의 ‘RHIC(Relativistic Heavy Ion Collider)’도 중이온 가속기다. 규모로 따지면 LHC가 세계 1위, RHIC가 2위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 두 명(유인권,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이 속해 있는 국제 연구팀 ‘스타(STAR)’가 RHIC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우주가 처음 태어나던 빅뱅 당시의 과정을 밝혀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12개국 54개 연구기관에서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가하고 있는 스타 연구팀은 2010년 3월 ‘중이온 가속기를 이용해 두 개의 금 원자핵을 충돌시켜 우주탄생 현상을 모의 실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온화 된 금 원자 두 개가 충돌하자 수조℃의 상상도 못할 고열이 발생하면서 원자핵이 모두 녹아 거대한 에너지로 바뀌어 버렸다. 우주가 태어나기 직전의 거대 에너지 상태 즉 ‘빅뱅이 일어나기 직전’의 축소판이 된 것이다. 이 때 물질의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 에너지는 가속기 안에서 ‘미니 빅뱅’을 일으키며 우주가 처음 태어날 때 만들어졌던 작은 입자, 즉 쿼크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반입자로 불리는 반양성자, 반중성자, 반초입자(반람다입자)가 한데 뭉쳐 ‘반원자핵(반초삼중수소핵)’도 만들었다. 스타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 우주는 최초에 매우 끈적끈적한 액체와 비슷한 상태였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대형 중이온 가속기, ‘KoRIA’를 준비 중이다. 새로 건립될 과학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 과학도시는 당초 대통령 공약사항에 따라 대전충남 일원에 건설될 것이 유력했지만 지금은 전국 여러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유치전을 벌이면서 건설 장소가 불명확해졌다. 다만 국내에 건설되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RHIC만큼 크진 않지만 만들어 낼 수 있는 희귀동위원소의 종류와 양에서 단연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KoRIA의 형태를 결정해 공개했다. 총괄책임자인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0년 9월 열린 중이온가속기 국제기술자문위원회에서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와 길이 200m의 선형가속기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동위원소를 선형가속기에서 다시 한 번 충돌시켜 더욱 희귀한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전 세계 중이온가속기 중 한국만 가진 유일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를 각각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가속기를 마치 하나의 가속기처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2+1’ 형태가 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시설을 이용해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 방사능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핵입자 연구 △신소재 개발 △단백질 연구 △별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 재현 등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에 두루 사용할 계획이다.
[LHC에서 양성자 두 개를 충돌시키기 위한 실험장치. 양성자 두 개가 강한 힘으로 부딪쳐 쪼개지면서 쿼크, 글루온 같은 소립자를 관찰할 수 있다. 이런 물질을 관찰하면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밝혀 낼 수 있다.]
가속기를 현미경으로, 빛 공장 ‘방사광 가속기’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 속 입자 중 가장 가벼운 전자를 가속하는 ‘전자 가속기’의 일종이다. 초기에는 전자 가속기도 양성자, 중이온 가속기처럼 입자 물리학을 연구하는 장치로 쓰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가속된 전자 빔이 꺾이면 직진을 하려는 힘이 빛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빛을 ‘방사광’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방사광을 얻기 위한 전용 전자 가속기를 ‘방사광 가속기’라고 부른다. 방사광은 강한 X선과 가시광선으로 돼 있는데, 빛이 워낙 강하고 밝아 물체의 원자, 분자 수준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원자 속을 들여다 보는 정밀한 현미경인 것이다.
1970년까지는 전자 가속기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방사광을 얻어 실험을 하던 과학자들은 1980년대 들어서 전용 방사광 가속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태양의 수백만 배 밝기를 내는 2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보편화 됐다. 현재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쓰고 있는데, ‘포항방사광가속기’ 역시 1994년에 완공된 3세대 가속기다. 현재 2.5Gev의 에너지를 내는데,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 있는 세계적인 방사광 가속기의 절반 정도 출력을 낸다. 일본의 ‘Spring-8’ 방사광 가속기는 출력이 8GeV, 미국의 APS 방사광 가속기는 7GeV에 달한다. 현재 포항방사광가속기는 노후설비 교체와 함께 성능향상 작업 중이다. 3GeV까지 성능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가속기를 현미경으로, 빛 공장 ‘방사광 가속기’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 속 입자 중 가장 가벼운 전자를 가속하는 ‘전자 가속기’의 일종이다. 초기에는 전자 가속기도 양성자, 중이온 가속기처럼 입자 물리학을 연구하는 장치로 쓰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가속된 전자 빔이 꺾이면 직진을 하려는 힘이 빛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빛을 ‘방사광’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방사광을 얻기 위한 전용 전자 가속기를 ‘방사광 가속기’라고 부른다. 방사광은 강한 X선과 가시광선으로 돼 있는데, 빛이 워낙 강하고 밝아 물체의 원자, 분자 수준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원자 속을 들여다 보는 정밀한 현미경인 것이다.
1970년까지는 전자 가속기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방사광을 얻어 실험을 하던 과학자들은 1980년대 들어서 전용 방사광 가속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태양의 수백만 배 밝기를 내는 2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보편화 됐다. 현재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쓰고 있는데, ‘포항방사광가속기’ 역시 1994년에 완공된 3세대 가속기다. 현재 2.5Gev의 에너지를 내는데,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 있는 세계적인 방사광 가속기의 절반 정도 출력을 낸다. 일본의 ‘Spring-8’ 방사광 가속기는 출력이 8GeV, 미국의 APS 방사광 가속기는 7GeV에 달한다. 현재 포항방사광가속기는 노후설비 교체와 함께 성능향상 작업 중이다. 3GeV까지 성능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포항가속기 연구소의 내부 전경. 빔라인과 연결된 각종 실험장치가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정부는 추가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짓기로 하고 2011년 2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만들어 내는 빛은 X선 레이저로 수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크기의 극미세 구조를 살펴볼 수 있고, 펨토초(1000조분의 1초)정도인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도 포착해 낼 수 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원자 두개가 합쳐져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순간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많을수록 좋지만 대규모 투자 신중하게
대부분의 가속기는 저마다 특성이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연구분야도 제각각 달라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허락하는 한 여러 대가 있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실제 건립여부는 과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많다. 사용 목적이 다른 방사광 가속기와 중이온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를 각각 설치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슷한 가속기를 중복으로 건설할 필요가 꼭 있느냐는 지적이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방사광 가속기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5세대 격인의 ‘차세대 다목적 3.5GeV 방사광 가속기’의 추가건립은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국가 예산을 볼 때 방사광가속기 2대를 추가 건립하느니 일단 중이온 가속기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자들의 요구와 연구수요를 생각해 계획을 다시 조정할 생각”이라며 “가속기의 실제 건설 여부는 2012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백,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시설이니 효율적인 투자방법은 반드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과학강국’을 꿈꾼다면 가속기는 꼭 필요하다. 기초과학기술을 거머쥔 국가가 미래 강대국으로 부상할 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속기는 저마다 특성이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연구분야도 제각각 달라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허락하는 한 여러 대가 있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실제 건립여부는 과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많다. 사용 목적이 다른 방사광 가속기와 중이온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를 각각 설치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슷한 가속기를 중복으로 건설할 필요가 꼭 있느냐는 지적이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방사광 가속기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5세대 격인의 ‘차세대 다목적 3.5GeV 방사광 가속기’의 추가건립은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국가 예산을 볼 때 방사광가속기 2대를 추가 건립하느니 일단 중이온 가속기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자들의 요구와 연구수요를 생각해 계획을 다시 조정할 생각”이라며 “가속기의 실제 건설 여부는 2012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백,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시설이니 효율적인 투자방법은 반드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과학강국’을 꿈꾼다면 가속기는 꼭 필요하다. 기초과학기술을 거머쥔 국가가 미래 강대국으로 부상할 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