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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진실을 말해줘~ 1만 년 걸릴 연산 200초 만에 한 거 실화임?

 

“FT(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구글은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복잡한 계산을 단 200초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으며 이 내용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게재됐다가 바로 삭제됐다.”


9월 20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논란을 촉발시켰습니다. 양자 우월성은 쉽게 말해 양자컴퓨터가 기존에는 불가능한 수준의 연산 능력을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구글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구글이 정말 이런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는지, 개발하지 않았는지를 함구한 것이죠. 구글과 함께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을 벌이는 IBM의 다리오 길 연구소장이 3일 뒤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도발(?)했는데도 말입니다. 


당초 2019년은 구글, IBM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가세한 양자컴퓨터 우선 개발 경쟁에서 승자가 결정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구글이 입을 다문 현재, 양자컴퓨터 전쟁은 어떤 상태인지 짚어봤습니다.

 

시커모어가 ‘양자 우월성’ 달성했을까?


보도가 사실이라면, 구글의 새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Sycamore)’가 정말 엄청난 연산 능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합니다. 코드명인 시커모어는 플라타너스라는 뜻인데요. 플라타너스가 최대 50m 안팎으로 자라는 것과 시커모어가 가진 큐비트 수가 비슷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NASA의 응용수학자인 엘리노어 리에펠 박사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내린 논문 형식의 글에 따르면, 시커모어는 총 54개의 큐비트 구성으로 설계됐습니다. 이 중 큐비트 1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53개의 큐비트를 제어했고,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일을 200초 만에 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의 정보는 0과 1이라는 디지털 정보로 저장됩니다. 0이나 1중 하나의 정보를 담고 있을 때 이를 1비트(bit)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 들어갈 양자 정보, 즉 큐비트는 0이나 1중 어느 하나로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측정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자 중첩의 특성 때문입니다. 


또 양자는 얽힘(둘 이상의 양자가 마치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서로 상태가 연결된 현상)이라는 독특한 특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큐비트를, 얼마나 오래 얽힘 상태로 유지하는가에 따라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결정됩니다. 


그간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은 큐비트 50개 정도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으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 우월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론적으로 큐비트 10개는 210개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큐비트가 50개라면 250개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셈이죠. 이는 현재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로 처리한다고 해도 1만 년 이상 걸리는 양입니다. 


조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아무리 빠른 슈퍼컴퓨터도 동시에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며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한 번에 하나씩 값을 넣고 확인하도록 전산 알고리즘을 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1982년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의 중첩 특성을 이용하면 새로운 전산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고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94년과 1997년 미국 통신사 AT&T 소속 연구원인 피터 쇼와 벨 연구소 소속 로브 그루버가 양자 전산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입력값을 처리한 결과값은 중첩 상태로 나타나며, 원하는 해답은 확률 분포를 통해 확인합니다. 큐비트 사이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양자 얽힘의 특성을 이용해 확률의 진폭을 늘리면 높은 확률로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있죠. 현재 이런 알고리즘을 장착한 양자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원은 “53큐비트를 제어하는 시커모어의 성능에 대한 내용이 논문 형태로 실렸다고 알려진 만큼, 향후 논문으로 실제 출간되면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는지 검증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72큐비트 vs. IBM 53큐비트, 승자는?


사실 2018년 3월 구글은 72큐비트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IBM은 올해 53큐비트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죠. 큐비트 개수만 보면 구글이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습니다. 큐비트 수명과 제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글과 IBM은 초전도체를 이용해 큐비트를 개발 중입니다.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가 되면 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체 환경에서는 전자가 두 개씩 뭉쳐서 움직이는데, 이들 전자를 양자 상태로 만들어 정보를 제어합니다. 


반면 미국의 양자컴퓨터 기업인 이온큐는 이온 덫(ion trap)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큐비트를 만듭니다. 원자 궤도를 도는 전자에 빛에너지를 가해, 전자가 가진 에너지 준위가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를 오가면서 양자 상태를 유도하는 방식이죠. 


큐비트를 제어하는 방법은 이 외에도 여럿 있습니다. 인텔은 본인들의 전공 분야인 반도체로 전자를 분리해 ‘스핀’이라는 양자역학적 성질로 큐비트를 만들어 제어합니다. 보석인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방법도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의 격자구조 속 질소 원자와 전자의 에너지를 변화시켜 큐비트를 구현하는 겁니다. 


MS는 구글이나 IBM과 방향이 조금 다른데요. 위상학적인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지만, 소프트웨어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윈도 같은 양자컴퓨터용 운영체제가 필요할 테니까요.  


현재 큐비트의 수명은 0.00005초부터1000초 이상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doi:10.1126/science.aal0442 조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제작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회로 구성을 위한 집적도는 초전도체 방식이, 오류 수정은 큐비트의 수명이 긴 이온 덫 방식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큐비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다이아몬드법과 양자의 일종인 빛(광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큐비트 6개를 제어하는 기술을 시험 중입니다. 또 서울대는 반도체 양자점 방식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초전도체 방식으로 큐비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큐비트 개발은 ‘양자 전쟁’의 시작일 뿐


구글이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는 ‘정황 증거’는 올해 내내 여기저기서 목격됐습니다. 5월 열린 구글 심포지엄에서 하트무트 네벤 구글 양자인공지능연구실장은 “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능력은 기존에 무어의 법칙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네벤은 6월 미국의 과학전문잡지인 ‘퀀타 매거진(Quanta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양자 우월성을 달성할 정확한 시기는 모른다”면서도 “2019년 내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넌지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양자 우월성 자체가 아닙니다. 양자 우월성 구현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죠. 가령 큐비트 1개에서 발생한 오류를 처리하는데 큐비트 9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원은 “큐비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처리하려면 고성능의 큐비트 제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자컴퓨터로 대변되는 양자 기술이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과장된 해석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과거 초전도체를 이용해 큐비트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 연구팀 소속이었던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는 “현재의 컴퓨터로도 일반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초기에는 수학적 난제를 풀거나 암호해독, 신약 후보 물질을 찾기 위한 단백질 구조분석과 같은 특수 분야에 제한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양자컴퓨터와 함께 언급되는 양자통신 기술은 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모쯔(墨子)’라는 별칭을 가진 양자통신실험위성(QUESS)을 쏘아 올려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사이의 7600km를 무선 양자통신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원은 “양자기술이 정말 어디까지 발전할지, 일반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1 구글이나 IBM처럼 초전도체를 이용해 큐비트를 만들려면 0K(절대온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진은 53큐비트로 구성된 양자 컴퓨터 ‘IBM Q’. 
2 최근 양자 우월성 논란을 가져온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

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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