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對)이라크 전쟁의 목적이 테러리즘 근절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의 제거라고 분명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점점 고갈돼가는 석유를 확보하려는 또다른 목적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전쟁을 두고 ‘에너지 전쟁’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구상의 석유는 2004-2008년을 고비로 생산량이 하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현재에도 대형 유전의 발견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조만간 에너지 문제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지난 세기 두번의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인구와 생활 수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에너지, 식량, 자원 소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주요 쟁점인 지구온난화, 환경 변화, 석탄 자원의 급속한 고갈 등 전지구적인 위기가 초래됐다.
2050년에는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2001년보다 2백50% 이상 증가해 그만큼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전기 발전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21세기에는 더 풍부한 에너지와 더 깨끗한 환경이라는 두가지 욕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전지, 수소,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등의 대체에너지가 연구되고 있다.
우주 공간의 태양광발전소
이 중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로는 정지궤도나 달과 같은 우주 공간에 건설된 발전소에서 태양에너지로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우주태양광발전’(Space Solar Power)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지만, 태양에너지는 화력발전과 같이 석유나 석탄 등을 필요로 하지 않아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다.
또한 이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수소를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물만 배출되므로 환경에 나쁜 영향이 없는 깨끗한 발전 수단이 된다. 이로써 인류는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생산은 예전부터 이뤄져 왔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이 시도가 그리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상에서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약 절반이 밤이라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는 날도 충분한 발전을 할 수 없다.
반면 정지궤도 상에 설치되는 우주태양광발전소는 1년에 두번 지구의 그늘에 가려져 발전할 수 없는 ‘식’을 제외하고 거의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게다가 태양에너지의 강도가 지상의 약 2배나 된다. 또한 일조 시간은 지상의 4-5배기 때문에 발전량은 8-10배에 달한다. 요컨대 우주 발전이 지상 발전보다 발전 효율이 훨씬 높고 안정된 전력 공급원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에서는 일찍이 우주태양광발전에 관심을 갖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우주태양광발전의 성공 여부는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지상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과 직결돼 있다.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우주에서 생산한다 하더라도 이를 소비처로 옮길 수 없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1백년 전 라디오파 무선전송 첫 시도
그렇다면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을까. 대용량 배터리에 담아 우주선으로 실어 나르는 방법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우주태양광발전소와 지상을 잇는 전선을 설치하자니 너무 막막하다.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한 방법이 바로 ‘무선전력전송’ (Wireless Power Transmission) 기술이다. 말 그대로 무선으로 전력을 지상에 전송하는 기술이다. 우주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전자기파로 변환시켜 지상으로 쏴준다. 마치 무선인터넷처럼 말이다. 사실 우주태양광발전의 아이디어도 무선전력전송 기술에서 비롯됐다.
무선전력전송의 개념은 한세기 전인 1900년대 초 크로아티아 출생의 미국인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최초로 제안했다. 그는 거대한 테슬라 코일에 3백kW 전력을 공급해 1백50kHz 주파수의 라디오파로 전력을 무선 전송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작은 면적의 목표 지점을 향해 집속할 만큼 짧은 파장의 라디오파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구 어디서나 소량의 에너지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테슬라의 꿈도 사라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무선통신과 레이더 등에서 테슬라가 사용한 전자파보다 주파수가 크고 파장이 짧은 라디오파 기술이 발전하면서 1920년대에 무선전력전송에 대한 연구가 재개됐다. 당시 무선전력전송의 기술적 타당성이 예측됐으며 마이크로파(3백MHz-3백GHz)의 무선전력전송 시대를 예견했다.
이후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마이크로파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1963년 송전부와 수전부를 모두 갖춘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을 사용해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전송한 후 이를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실험이 최초로 성공했다. 다음해인 1964년 10월에는 윌리엄 브라운 박사가 2.45GHz 주파수의 마이크로파로 전력을 공급해 무연료 헬리콥터를 날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장면은 미 CBS 방송을 통해 텔레비전으로 방영됐다.
달 표면에 건설해 어느 지역이든 공급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1968년에는 피터 글레이저 박사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우주태양광발전을 최초로 제안했다. 그는 정지궤도에 태양전지를 단 위성을 쏴 올려 전력을 얻은 후 마이크로파로 지상에 보내면 무한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1979년 미항공우주국(NASA)과 에너지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이때 제안된 ‘우주태양광발전소’(Solar Power Satellite)는 무게 약 5만t, 넓이 105km2의 태양전지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지름 약 1km의 송전 안테나로부터 2.45GHz의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지상으로 5GW(원자력 발전소 5기에 상당)의 전력을 무선 송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관련 기술의 미성숙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1980년대 초 연구가 보류됐다. 그 후 미국의 우주태양광발전소 연구는 1990년대 초반까지 10년 넘게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의 마이크로파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향상된 것에 자극을 받아, 1995-1998년 NASA는 우주태양광발전소 재평가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진 2백50MW급의 차세대 우주태양광발전소인 ‘선 타워’(Sun Tower)가 제안됐다.
이 외에도 1990년대 데이비드 크리스웰 박사는 지구의 정지궤도 대신에 달 표면에 우주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달 표면에 설치한 거대한 태양전지 면적의 1% 미만에 불과한 반사경 위성을 지구 주위의 우주 공간에 띄워 달 발전소에서 보내는 마이크로파를 반사해 지구의 원하는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달 발전소와 마이크로파 수전시설 사이에 반사경을 도입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손실과 달 발전소로부터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반사경에 마이크로파를 정확하게 보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일본 2050년 실용화 목표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쿄토대 마쓰모토 히로시 교수를 중심으로 우주태양광발전 기술의 핵심이 되는 마이크로파 무선송전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졌다. 1983년 우주과학연구소의 로켓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50km 고도 이상의 전리층 내에서 1차 로켓에서 2차 로켓으로 마이크로파를 무선 송전하는 실험을 실시해 성공했다. 이 실험은 마이크로파가 전리층 플라스마의 영향을 받아 손실되는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실시됐다. 전리층은 전자나 양이온이 존재하고 있어 이온화 플라스마 상태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파가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송전시 에너지 손실 1%
1993년에는 10년 전 실험을 발전시킨 두번째 로켓 실험이 실시됐다. 이 두번의 실험결과를 종합해 전리층 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송전 전력의 1% 미만이라는 고무적인 결과를 얻어냄으로써 우주 공간에서 발전된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무선 송전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보다 1년 전인 1992년에는 마이크로파 무선 송전을 이용한 무연료 모형 비행기의 비행실험에 성공했다. 이 모형 비행기는 연료 없이 지상에서 쏴주는 마이크로파를 수신하면서 전력을 공급받아 고도 10-15m를 30초간 비행했다. 이 실험은 일본 언론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우주태양광발전소 과제의 진전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같은 마이크로파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다수의 우주태양광발전소 검토 위원회가 열었다. 독자적인 우주태양광발전소 연구를 진행시켜온 것이다. 1998년부터 우주개발사업단은 ‘우주태양광발전시스템검토위원회’, 2000년부터 경제산업성은 ‘우주태양광발전실용화검토위원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우주태양광발전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개발사업단의 우주태양광발전소 연구그룹은 2006-2007년 우주태양광발전 시스템의 기술 시험 위성을 발사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로켓으로 지상 약 4백km의 전리층에 모(母)위성과 자(子)위성을 발사한다. 50kW의 발전 능력을 가진 모위성으로부터 자위성이나 지상에 마이크로파로 전력을 보낸다. 이 계획에서는 마이크로파가 목적지에 확실하게 도착하는지, 전리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2015-2020년경에는 10-1백MW급 전력 위성 발사, 2040년경에는 1GW급 상업용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50년경에는 우주태양광발전소가 보편화돼 다양한 응용분야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임무 수행하는 로봇에 에너지 공급
무선전력전송기술은 우주태양광발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돼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성층권 비행선과 같이 공중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비행선에 필요한 전력은 무전전력전송과 연료전지 기술을 결합해 지상이나 우주에서 무선으로 공급할 수 있다. 전송받은 전력은 연료전지에 저장하고, 소진될때쯤 다시 무선전력전송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무선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선전력전송기술은 먼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선에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우주 탐사선이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태양광 발전이 어렵거나 아예 태양계를 벗어나더라도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머나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계속 보내올 수 있다. 이때는 우주태양광발전소와 우주 탐사선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직진성이 좋은 밀리미터 파장의 마이크로파나 레이저광을 사용한다.
또한 무선전력전송기술을 활용하면 높은 곳이나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로봇, 외딴 섬마을 또는 등대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파나 레이저광과 같은 전자기파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으면 여러가지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현재 무선 송전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는 2.45GHz나 5.8GHz와 같이 ISM 대역(산업, 과학, 의료용 주파수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이같은 무선전력전송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이 송전 효율이다. 송전 효율이 높을수록 지상에서는 더 많은 전력을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우주태양광발전소의 태양전지 패널에서 발전한 전력의 약 45%를 지상에서 이용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되는데, 관련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더 높아지리라고 기대된다.
24조원 건설비가 장애물
효율을 높이는 과제 외에도 앞으로 우주태양광발전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래의 대규모 우주태양광발전소는 현재의 과학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이룩해야 가능한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천문학적인 건설비다. 1GW급의 일본형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비의 총액은 약 24조원에 달한다. 우주태양광발전소의 수명을 약 30년으로 잡았을 때 발전 단가는 1kWh당 2백30원 정도인데, 이것은 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에 의한 발전 단가의 약 2배에 해당한다.
건설비의 30% 이상은 우주태양광발전소의 부품과 자재를 우주에 운송하는 수송비다. 현재 건설이 진행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은 7천m2로 축구장 크기 정도지만 일본형 우주태양광발전소는 태양전지 패널의 지름만도 2.6km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무게는 약 2만t에 달한다.
이 정도로 거대한 건축물을 우주 공간에 짓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로켓을 쏴 올려 자재를 운반해야 하고 우주 공간에서 장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 일꾼이 조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비용을 절감하려면 현재 로켓의 20분의 1 정도의 발사비용이 드는 새로운 우주 수송기 개발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조립만 아니라 24시간 보수나 수리도 가능한 첨단 로봇이 필요하다. 로켓이나 로봇의 과학기술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실용화의 관건인 셈이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이용한 우주태양광발전의 또다른 난관은 환경 유해성이다. 우주태양광발전소로부터 지상에 무선으로 보내오는 전자파가 일반인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파 수신 안테나에 새가 머물면?
그러나 우주태양광발전소로부터 무선 송전되는 전자파에 일반인들이 노출되는 양은 지금의 다른 전자파 발생 장치와 비슷하다. 5GW급 우주태양광발전소에서 마이크로파를 수신하는 지상 안테나의 지름은 약 12km에 달한다. 이 안테나의 중심부에 입사되는 마이크로파 전력 밀도는 약 25mW/cm2, 가장자리에서는 10mW/cm2 미만이다. 정밀한 이론적 계산에 따르면 안테나 바깥의 대부분 장소에서 마이크로파 전력 밀도는 0.1mW/cm2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방송과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고출력 송신탑 주변 지역에서보다 별로 높지 않다.
그런데 지상의 안테나에 새가 날아들어 오랫동안 머문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라면 그런 일을 안하겠지만 하늘을 나는 새에게 경계가 있을 리 없다. 이 점을 알아보고자 큰어치(blue jay)라는 새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이 이뤄졌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위 온도가 높을 때는 새가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지만, 주위 온도가 낮을 때는 오히려 좋아한다. 우주태양광발전에서 사용하는 전력밀도가 낮은 마이크로파에 의해 환경과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주태양광발전소는 ‘마이크로파 노출’ 외에도 우주 쓰레기, 거대한 구조물로 인한 시각적인 오염, 다량의 방사선 환경에서 일하는 우주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전리층과 대기권의 잠재적인 교란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환경 평가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들은 대단치 않다. 하지만 실제적인 완화 방안이 존재하는지를 조사해서 문제의 소지를 줄이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한편 환경 쟁점 중에는 정지궤도의 대규모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 단계에서 초래되는 문제도 있다. 수많은 발사체나 우주선이 약 5만t의 자재를 정지궤도까지 운반해야 하는 일이다. 이 경우 엄청난 연료 소비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이 건설 단계에서 발생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