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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합리성의 심리학 |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427쪽 | 1만 7800원

해마다 연말이 오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다시 까는 모습이다. 돈은 돈대로 들고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불편한 일을 왜 해마다 반복하는 것일까.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어느 한 부문에 1년간 할당되는 예산 총액을 대개 전년도 비용을 근거로 잡기 때문이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는 이 책에서 “한 해 예산을 절감했다고 다음해 부서 예산을 삭감해 불이익을 안겨준다면 이는 비합리적”이라며 “돈이 사실상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당수 공공 조직에서 아무도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됐는지 실제로 타당하게 사용됐는지 따지지 않는다는 것.

이런 행태가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우리 대다수는 일상생활에서 무수히 많은 비합리성을 보인다. 최근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 선수에게 아깝게 우승을 뺏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보고 흥분한 사람들은 ‘게임은 뭔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망각한 경우다. 실제로 국가 간 친선게임으로 양 국민 사이에 친선이 도모되기는커녕 반목이 깊어지고 심지어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포상이란 제도도 마찬가지다. 상을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경험하는 좌절감과 불쾌감은 엄청나다고 한다. 결국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큰 일임에도 이런 일을 폐지한 조직은 찾기 어렵다.

한편 사람들은 주어진 척도에서 중간치에 가까운 답을 고르려는 경향이 있다. 일주일에 양치질을 몇 번이나 하냐는 설문조사에서 ‘0~15회’보다 ‘0~40회’라는 척도일 때 평균값이 훨씬 높았다. 또 어떤 것을 하기 위해 희생(돈, 시간, 노력)을 치른 사람들은 그것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도박의 기댓값이 원금보다 클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복권의 경우 기댓값은 절반 정도로 1000원짜리 로또의 경우 500원 내외다) ‘본전생각에’ 계속 매달린다.

도박뿐이 아니다. 정말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리고 뒷부분 역시 재미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헛돈을 쓴 셈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오로지 앞으로의 이익과 손실만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지 못해서 일어난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이런 수많은 비합리성 속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합리적 판단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자에 쫓기며 최선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아무 나무에나 얼른 올라가야 한다. 또 조상들의 고민이라야 “어느 동굴에서 잘까, 누구랑 짝짓기를 할까, 오늘은 뭘 사냥할까” 정도였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의 복잡한 시스템은 우리 뇌의 진화를 훨씬 앞질러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합리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매사 충동성을 억제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 즉 통계를 이용하라고 권한다. 자전거나 스키를 배워 몸에 익히듯이 합리적인 사고도 학습을 통해 뇌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January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야생속으로 |
마크 오웬스, 델리아 오웬스 지음 | 이경아 옮김 최재천 감수 | 상상의숲 | 400쪽 | 2만 원

1984년 출간된 자연다큐멘터리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미국 조지아대 대학원생으로 처음 만난 마크와 델리아라는 젊은 신혼부부가 1974년 아프리카 오지 칼라하리에서 7년간 야생동물들과 생활한 체험을 담은 이 책은 현장 생태학자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사자 무리가 주위에 어슬렁거리고 사람을 처음 봐 겁이 없는 노랑부리코뿔새들이 식탁에 앉아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밀가루, 옥수수 가루, 설탕 같은 건조한 음식을 먹고 늘 갈증에 시달리면서도 아프리카의 야생 생태계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젊은 생태학자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책 군데군데 배치된 ‘생생한’ 흑백 현장 사진도 이야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새책

야누스의 과학
김명진 지음 | 사계절 | 251쪽 | 1만 2000원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으로 핵물리학과 원자력발전, 컴퓨터와 인터넷, 분자생물학 등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기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오늘날 거대과학이 실험실에 틀어박힌 천재 과학자들의 작품이 아니라 국가의 막대한 지원 결과라고 주장한다.

풍산자가 들려주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이야기
임해오 지음 | 동아시아 | 316쪽 | 1만 3000원
‘풍산자 수학’ 시리즈로 학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저자가 중학교 졸업생들과 수학에 고전하고 있는 고등학생을 위해 쓴 고교 수학 입문서. 수학공부에서 중요한 건 ‘흐름을 타며 전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중·고교 수학을 5개 장 35개 절로 분류해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게 경쾌한 필치로 서술했다.

과학이 나를 부른다
김연수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81쪽 | 1만 5000원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필자 30명의 에세이 30편을 엮었다. “한국 문학에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적인 사고”라고 주장하는 소설가 김연수, 과학기자를 하다 40대에 과학사를 공부한 한겨레 신문사 오철우 기자,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하는 행위의 윤리성을 고민하는 기생충학자 단국대의대 서민 교수 등 과학의 주변이나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기회다.

쉽게 찾는 밤하늘
스톰 던롭 지음 | 윌 티리온 그림 | 김지현 옮김 | 현암사 | 248쪽 | 1만 5000원
컴퓨터의 매력이 커질수록 하늘을 보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9년에는 답답한 PC방을 나와 탁 트인 들판에서 천체를 바라보면 어떨까. 관측을 위한 기초 지식과 쌍안경 사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침묵속에서 변화하는 하늘을 펼쳐 보이고 있다. “가장 맑은 빛을 눈동자에 담고 싶은 사람은 밤하늘 별 여행을 떠나라!”

대한민국 건설: 불가능은 가능이다
박길숙 지음 | 윤성범 감수 | 지성사 | 184쪽 | 1만 2000원
건설 한국의 기치를 걸고 1970년대부터 해외건설현장을 누비고 다닌 한국 토목의 역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다. 최근에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대형공사를 성공시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비아 녹색혁명의 토대를 깐 리비아 대수로 공사, 상전벽해의 신화를 이룬 이란 카룬 댐 건설공사, 높이 452m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건설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룡 대백과
팀 헤인즈, 폴 체임버스 지음 | 허민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19쪽 | 3만 5000원
원제를 직역하면 ‘선사 생명체 완전 가이드’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공룡을 부각해 번역판의 제목으로 택했다. 영국 BBC방송의 과학 프로그램 제작자인 팀 헤인즈와 고생물학자 폴 체임버스 박사의 공저다. 5억 43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서 1만년 전 플라이스토세까지 살았던 동물 112종의 화석과 상상도, 생태를 깊이 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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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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