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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일기] 중국어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친구부터 사귀자

 

우한대에 처음 왔을 때는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주변의 마트를 찾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심한 언어 장벽에 부딪혔다. 1년 넘게 지난 지금은 언어나 일상생활에서 안정을 많이 찾은 편이지만, 아직도 어려움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공 공부와 발표, 논문 등 학과 공부에서는 어려움이 남아 있다. 특히 전공에서도 심화 내용을 공부할 때가 가장 힘들다. 전공 용어를 숙지하면서 동시에 내용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국 친구들과 같은 속도로 말이다. 발표나 논문도 가장 높은 수준의 회화와 작문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 


중국 유학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학년 1학기였다. 우한대 입학 전에 어학연수 과정을 거쳤지만, 이때는 ‘생존 중국어’ 위주였다. 게다가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모두 외국인이어서 일상적인 이야기는 몰라도, 높은 수준의 대화까지 중국어로 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히 입학 이후 중국어를 알아듣기 힘들었고,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중국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학과에서 열리는 반 파티에 참석하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반장, 학습부장 같은 운영진을 포함해 중국 친구들을 사귀었다. 


현재 가장 친한 친구도 반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우시(吴茜)라는 친구인데, 1학기 내내 유학생인 나를 잘 챙겨줬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밥도 같이 먹고, 조 모임을 해야 하는 과목에서도 언제나 나를 같은 조에 끼워줬다. 우시 덕분에 그의 룸메이트들과도 모두 아는 사이가 됐다. 그들 덕분에 우한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또 한 번의 난관은 1학년 2학기 때 찾아왔다. 2학기가 되면서 과목 수가 많아지고 난도도 높아졌다. 다들 공부하느라 바빠졌다. 언어를 빨리 습득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다들 수업에 매여 있어 따로 약속을 잡지 않으면 친구를 만나기도 힘들어졌다.  


다행히 이때 또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현재 남자친구인 장쉬안허(张轩赫)다. 유학생이었던 내게 남자친구는 큰 힘이 됐다. 유학생은 아무래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언어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다. 특히 수업도 중국 학생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시간 진도를 완벽하게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때마다 그는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기도 하고, 교재에 있는 문제의 풀이 과정도 알려주면서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어 실력이 늘었고, 수업에도 차츰 적응할 수 있었다. 


사실 중국어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일상 회화를 구사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사자성어를 비롯해 중국식으로 표기된 외래어나 고유명사까지 전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곤란함을 알면서도 굽히지 않고 나아간다’는 뜻으로 자주 쓰는 ‘즈난얼진(知难而进·지난이진)’은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사자성어다. 또 에스컬레이터는 난간이 있는 자동계단이라는 뜻의 ‘쯔둥푸티(自动扶梯·자동부제)’로 부른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 ‘어벤져스’도 중국에서는 ‘푸처우저렌멍(复仇者联盟·복수자연맹)’으로 부른다. 


하지만 이런 언어를 익히는 것이 중국어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때의 태도, 그리고 그 말을 할 때 담고 있는 내용이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든 그렇지 않든 호의를 갖고 있으면 상대방에게 호의가 전달되고, 악의를 가지면 악의가 전달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호의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유학 생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악의를 느낀 일은 없었다.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학과에서 소외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중국어를 잘 못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인간적인 도움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지금도 남자친구를 비롯해 여러 중국 친구들이 서투른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고된 유학 생활을 잘 이겨내고 있는 셈이다. 

201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임형은
  • 에디터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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