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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으로 풀어보는 GPS의 위치 계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무엇의 약자인지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위치확인이나 친구찾기 서비스는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엔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스마트폰에도 GPS를 사용한다.

간단한 수준의 위치추적은 휴대전화 기지국이 담당하는 반경 몇 백m 지역 안에 있는 친구의 위치를 알려준다. 1960년대에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군비경쟁을 벌이며 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를 만들어 핵미사일을 싣고 다녔다. 상대방의 기습공격을 피하기 위해 기차나 자동차에 핵미사일을 싣고 계속 움직이기도 했다. 이런 경우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목표지점에 미사일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법이 GPS 기술이다.

먼저 지상 2만km 정도의 중간 궤도에 인공위성을 24개 정도 쏘아 올린다. 위성중계에 쓰이며 고도 약 3만 6000km를 날아다니는 정지위성과는 다른 방식이다. 위성이 움직이지만 24개나 떠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항상 5~8개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다. 각 위성은 자신의 위치 (xi, yi, zi)와 시각 ti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주는데, 4개의 위성신호를 가지면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장에 두 사람이 서 있다고 가정하고 한 사람과는 3m, 다른 사람과는 4m 떨어진 점은 두 군데에 있다. 평면에서만 따지면 두 사람과 나와의 거리만 알면 내 위치(두 군데 중 하나)를 알아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서울의 어느 특목고 입학시험 문제에 그런 점이 몇 개가 있냐는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벌어졌었다. 3차원 공간을 생각해서 그런 점은 무수히 많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어떤 점수를 받아야 할까. 2개라고 대답한 학생보다 더 우수한 영재일까.


만일 내 시계가 정밀하고 위성에서 온 신호는 0.1초 이전에 보낸 것이라면 나와 위성 사이의 거리는 29만 9792.458km(빛의 속도) × 0.1초=2만 9979.2458km이다. 그런 점은 위성을 중심으로 반지름 2만 9979km인 구의 표면에 있는 모든 점들이다. 위성 2개와의 거리를 알면 구 2개의 교점이므로 원이 나온다. 그리고 원과 구의 교점은 대개 2개의 점이 나와서 GPS 계산을 할 수 있다. 만일 사용자의 휴대전화가 무척 정교한 시계를 내장하고 있다면 3개의 신호만 갖고도 자신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내보내는 시보와 자신의 휴대전화를 비교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휴대전화의 시각 t까지도 미지수로 놓으면 3차원 공간에서 사용자의 위치좌표 x, y, z와 시각 t를 합해서 4개의 미지수가 있고 따라서 4개의 방정식, 즉 4개의 위성신호가 필요하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같은 이원(미지수 x, y가 나오는) 이차방정식도 배운다. GPS가 풀어야 하는 것은 사원(미지수 x, y, z, t 가 나오는) 이차방정식인데, 이 방정식은 아주 쉽게 풀린다. 사용자가 지구의 표면에 있어서 항상 x2+y2+z2=R2(지구 반지름의 제곱)이기 때문이다. 위성 2개에서만 받은 신호 (2R, 3R, 3R, t-1/10),(4R, 2R, 2R, t-1/10)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적용해도


에서 (첫째 식)-(둘째 식)은 일차방정식 4Rx-2Ry-2Rz=0을 주는데, 이는 평면 2x=y+z이고 게다가 사용자는 지구 표면에 있어서 결국 원이 나온다. 사실은 방정식이 5개나 있기 때문에 복잡하게 보이는 것들은 이처럼 사라지고 단순히 1개의 이차방정식을 풀면 위치결정 문제는 즉시 해결된다. x, y, z를 위도와 경도로 바꾸는 것은 삼각함수를 아는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계산기를 갖고 풀어낼 수 있다.

GPS를 군사용으로만 사용하다가 대한한공 007기가 사할린에서 격추된 이후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도 위성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런 의도를 해석해보면 007기는 첩보기가 아니며 다만 길을 잃고 사할린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민간인이 사용할 수 있던 신호는 오차범위 300m 정도였다. 지금처럼 오차범위 20m 수준까지 줄여준 것은 2000년 5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민간 GPS 사용에 대한 정책 덕분이다.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이 2007년에 누구나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GPS를 가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위성기술은 군용인지 민간용인지 구별하기 무척 힘들고, 사실 구별할 수도 없다. 독자적인 GPS를 구축하려는 국가는 유럽연합(2013년 목표), 중국(2012년 목표), 일본이고 이들 국가의 잠수함 활동범위는 아직 제한적이다. 앞으로 더 정교한 시스템이 나오면 오차가 줄어들고 조종사 없는 비행기, 선장 없는 배, 기관사 없는 고속철, 운전사 없는 자동차 운행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근 KAIST 수학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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