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아빠, 해가 왜 동쪽에서 뜨는지 알아?” 하고 물어왔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속으로 ‘역시 내 딸이다, 벌써 그걸 이해하다니’ 하며 좋아하다가, ‘이상하다, 이해했을 리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몰라, 왜 그렇지?” 하고 얼른 되물었다. 그랬더니 필자를 한심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며 “서쪽으로 지니까 동쪽에서 뜨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하면서 결국 실소를 머금고 말았지만, 사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해가 상대적으로 겉보기운동을 하는 현상은 어른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가 아니면 더욱 그렇다. 2월호에서는 지구의 양극 지방에서 일어나는 해의 겉보기운동에 관해 알아보자.
★ 북위 89도인 지역에서 어제 정오 해가 아래 그림처럼 커다란 빙산 위에 떠 있었다. 문제 1-3의 정답에 가장 가까운 그림을 보기에서 고르고 문제 4에 간단히 답해보자.
(1) 어제 오전 10시에는 해가 어디에 있었을까? ( )
(2) 오늘 정오 해가 어디에 있었을까? ( )
(3) (빙산이 녹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6개월 뒤 정오 해는 어디에 있을까? ( )
(4) 문제에서 ‘북위 89도인 지역에서’ 대신 ‘북극에서’를 대입하면 천문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I 정답 해설 I
북극에 서있는 사람이 왼쪽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지구는 자전한다. 하지만 자기가 왼쪽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는 그 사람의 눈에는 해가 오른쪽으로 수평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북극에서는 해가 뜨거나 질 수가 없고, 하루 종일 떠있거나 져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제(1)의 정답은 A다. 오늘 정오가 되면 해가 어제 정오의 위치로 다시 돌아오게 되므로 문제(2)의 정답은 B다. 물론 아주 작은 고도의 차이가 생기지만 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북극에서 해는 춘분 때(3월 21일경) 지평선 상에 있다가 고도가 매일 조금씩 높아져 하지 때(6월 21일경)는 23.5°에 이른다. 하지 이후로는 고도가 매일 조금씩 낮아져 추분(9월 23일경)이 되면 다시 지평선에 걸치게 된다. 따라서 춘분부터 추분까지 해는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어 6개월간 낮이 계속 이어지고, 마찬가지로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까지는 6개월간 밤이 계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날 정오 해가 지평선 위에 있었으면 6개월 뒤 정오에는 반드시 땅 밑에 있게 돼 문제(3)의 정답은 D가 된다.
문제(4)의 정답은 북극에서 모든 방향이 남쪽이기 때문, 즉 천문학적으로 해가 남쪽하늘에 가장 높이 걸릴 때인 정오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위 89도 지역에서는 해가 남쪽하늘에 가장 높이 떴을 때를 정오라고 해 아무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