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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오빠 논문연구소] 암석에 새겨진 한반도 지각의 역사

▲ PDF 파일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살아 숨 쉬는 행성입니다. 지각과 대기 등 지구의 모든 구성 성분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때 생긴 에너지가 쌓여 때때로 화산이나 지진 등을 일으킵니다. 흔히 지구의 지질 활동을 설명할 때 거론되는 판구조론은 독자 여러분도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판구조론은 맨틀 위로 판(지각)이 떠다닌다는 이론입니다. 각 판이 만나는 경계에서 에너지가 쌓이면 지질 활동이 일어납니다. 판의 경계가 이어지는 환태평양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일본과 미국 서부, 인도네시아 등에서 거의 매년 강진과 화산 폭발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부터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롬복섬 지진(규모 7.0)까지 한동안 규모 6.0 이상의 강진은 서태평양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고, 연구자들은 지구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판의 경계에서 비교적 먼 안전 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돼 왔습니다. 946년 백두산 대폭발 이후 한반도에는 재앙 수준의 지질 활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6년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 등으로 지질 활동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지면서 한반도 내부 단층과 그곳에 쌓인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지구 내부의 운동을 알기 위해서는 판 내부에서 벌어지는 지구조 운동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번 호에 살펴볼 논문은 암석을 분석해 중생대 백악기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구조 운동을 예상하고, 이를 통해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기여한 연구입니다.  

 

 

Q 한반도 지각은 어떤 구조를 갖고 있나요?


일제강점기인 1918년 우리나라에 지질조사소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지질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한반도의 지하자원을 탈취하기 위한 조사였고, 지질학 연구를 위한 조사는 1949년 중앙지질광물연구소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목적에 관계없이 현재까지 진행된 한반도 전역에 대한 지질조사 결과, 암석의 특성에 따라 땅을 구분하는 지체구조도가 완성됐습니다. 지체구조도에 따르면 한반도는 북쪽부터 함북습곡대와 낭림육괴, 평남분지, 경기육괴, 태백산분지, 옥천습곡대, 영남육괴, 경상분지 그리고 제주 화산대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육괴는 지구가 생성됐을 46억 년 전부터 골격을 가진 생물이 처음 등장한 약 5억4000만 년 전 사이인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커다란 암석 단위를 말합니다. 습곡대는 육괴와 육괴 사이에 횡압력이 작용해 생성된 오목한 퇴적 분지를 뜻합니다.


현재는 지체구조도를 기반으로 각종 질량분석기술을 활용해 암석을 이용한 세부 지질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령 암석 내 루비듐(Rb)과 스트론튬(Sr)의 동위원소비 등을 확인하는 열이온화질량분석법(TIMS)을 이용하면 암석을 생성시킨 마그마의 형성 과정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물질이 녹아 마그마가 됐는지 알아내면, 그 물질을 만들 수 있는 환경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당시의 지구조 운동과 그로 인한 에너지까지 차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암석에서 찾은 정보로 지구조 운동과 진화 과정을 밝혀가는 셈입니다.

 

▲ PDF 파일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암석에서 지질 활동의 흔적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암석을 통해 특정 지역에 발생한 지진이나 화산이 언제, 그리고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또 향후 어떤 규모의 에너지를 가진 지질 활동으로 이어질지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당시 작용한 수많은 변수를 모두 알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이나 화산 폭발 가능성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화산 폭발이나 마그마의 관입 등을 뜻하는 화성 활동은 일반적으로 여러 규모의 지진을 일으킵니다. 화성 활동으로 생긴 암석을 분석하면 당시 발생한 지진을 유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단층면에 생긴 암석을 통해 생성 환경을 조사하면, 향후 단층의 이동 방향과 지진 발생 가능성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김성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1억3500만~6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심성암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지구조 운동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고, 동시에 과거 한반도의 화성 활동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리쏘스(Lithos)’에 실렸습니다. doi:10.1016/j.lithos.2016.06.027


연구팀은 이차이온질량분석법(SHRIMP)과 열이온화질량분석법 등을 이용해 지역별로 분포하는 심성암 시료 21개를 분석했고, 그 결과 총 4개의 심성암 그룹을 확인했습니다. 


1억1900만~1억600만 년 전 한반도 북부에서 중부지역까지 분포하는 그룹(그룹 Ⅰ)과 9900만~8700만 년 전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 확인된 그룹(그룹 Ⅱ), 8500만~8200만 년 전 한반도 중부에서 남부지역까지 나타나는 그룹(그룹 Ⅲ), 그리고 7600만~6700만 년 전 한반도 남부에서 확인되는 그룹(그룹 Ⅳ) 등입니다(아래 그림).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백악기 중기부터 말기까지 화강암질 마그마와 반려암질 마그마가 한반도 지각에 지속적으로 뚫고 들어갔으며, 백악기 한반도가 지진을 동반한 화성 활동이 잦아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백악기 말에 접어들수록 한반도 남부에서 화성 활동이 더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구조 모델을 세운 결과 백악기 말에는 한반도의 화성 활동과 지구조 운동은 같은 시기 일본과 남중국에서 나타난 지구조 운동과는 다른 독특한 지각 운동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백악기 말 한반도 남동쪽에 존재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이자나기판’이 대륙 쪽에 위치한 유라시아판 밑으로 섭입하는 동시에 태평양쪽으로 이동했고, 이때 지각 하부의 형태가 변했다고 설명합니다. 즉, 판 하부로 섭입하던 판이 다시 바깥으로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화성 활동이 한반도에서 발생했다는 겁니다. 


암석 내 미량 원소와 동위원소의 함량만으로 한반도에서 특정 시기에 발생한 지각 운동과 그로 인한 화성 활동의 발생 여부를 밝혀낸 셈입니다.

 

 

Q 지진 예측은 가능한가요?


특정 규모의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수년 또는 수십 년 등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어떤 연구자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아직 지구 내부 맨틀과 지각의 이동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이를 알 수 없을까요? 암석 분석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암석이 속속 보고 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변화를 더욱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지질시대별 지구조 운동 모델을 찾고 이를 조합해 전체적으로 조명한다면, 예측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먼저 암석 분석, 파형 분석 등을 종합해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까지 한반도 지각이 진화해온 과정을 알아내야 합니다. 여기서 한반도의 지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중국 등 이웃나라의 연구 자료가 필수적입니다. 지각은 독립된 판으로 구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판이 상호 작용해 전체 지각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글로벌 협력이 필요합니다.  


필자가 속한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암석학연구실은 화성암과 변성암의 암석학적 연구를 통해, 고원생대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지구조운동의 진화과정을 연구합니다. 또 약 7000만 년 전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이 충돌한 뒤 1500만 년 전 지금의 모습을 갖춘 동해의 생성과정 같은 신생대 지질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과거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승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암석학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암석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현재 백악기 퇴적분지인 진안분지에 나타나는 암석과 신생대 백두산 화산암의 형성 과정 및 마그마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leseha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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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승환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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