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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하늘, 그리고 우주가 궁금했다. 2017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울산전파천문대의 운영을 맡은 이상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님의 지도로 학교 망원경 성능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학교 친구인 김승현 군과 함께였다. 2018년 2월에는 학교의 연구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망원경 연구를 응용해 보기 위해 ‘산개성단 M35의 역학적 진화와 질량 분리’로 주제를 정했다. 하지만 연구 3개월 만에 연구 목표는 우리 은하 구조 연구로, 2018년 10월에는 미지의 새로운 성단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성단으로 추정되는 물질의 운동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2018.10.7    우연한 발견


이 운동은 정말 새로운 성단이 맞는 것일까? 그해 4월 유럽우주국(ESA)은 우리은하의 3차원(3D)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띄운 가이아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우리은하 내 17억 개의 별을 포함한 최신 자료를 공개했다. 


우리는 이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코딩을 활용해 관측 자료를 입력하면 우리은하의 구조와 운동을 확인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직접 짰다. 


10월 7일 우연히 카시오페이아 자리 인근에 있는 하트 성운(IC 1805)에서 성단과 닮은 고유운동의 군집을 발견했다. 미지의 성단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들뜬 마음으로, 다른 연구자가 이미 발견한 것인지 확인했다. 아쉽게도, 이 운동은 이미 알려진 성단의 하나였다. 


하지만 새로운 성단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는 잠깐의 기대는 우리를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었다. M35라는 한 개의 성단을 분석하겠다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이후 우리의 연구는 미지의 성단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껏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성단을 찾겠다는 우리의 열정은 불타올랐고, 주말마다 KVN 울산전파천문대에서 밤샘 연구를 했다. 

 

 

  2018.11.3   예상외의 결과


11월에는 은하면에 대해서만 고유운동 군집을 통해 새로운 성단을 찾는 과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6개가 더 발견됐다. 어라, 대강 훑었는데도 예상보다 수가 많았다. 나는 즉시 성단 찾기 알고리즘을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수정했다. 


먼저 하늘에서 고유운동 군집을 찾고 그것이 공간상에서 성단처럼 보이는지 비교했다. 그리고 시차의 역수로 주어지는 거리의 분포가 성단의 모습을 띠는지 확인했다. 


이 박사님은 이 방식이 로마 광장에 있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한국인 관광객 무리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위에서 잠깐 내려다봤을 때는 한국인들만 따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움직이는 방향과 그들 사이의 거리까지 알 수 있다면 더 명확히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듬해 1월까지 약 두 달간,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았다. 학교 내신 공부에서 멀어진 내 모습이 때로는 불안했다.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함께 외로움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 그래도 멈춰지지가 않았다. 끝내 약 1000여 개의 성단 후보를 추렸고, 결국 664개의 성단을 찾았다. 그중 209개의 산개성단은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2019.2.19    ‘영국왕립천문학회지’ 투고와 참혹한 리뷰


새해를 맞은 다음 날, 울산전파천문대에서 성단을 찾는 작업이 일단락되자 이 박사님과 함께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논문 게재료를 받지 않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문우주 분야 국제학술지인 ‘영국왕립천문학회월보(MNRAS)’를 선택했다. 첫 발견을 이룬 2018년 10월 이후 5개월간의 노력 끝에 찾은 새로운 성단에 관한 논문을 완성해 올해 2월 MNRAS에 제출했다. 


생애 첫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한 설렘은 굉장히 컸다. 혹시 논문에 관한 답변이 왔는지 알기 위해 나는 수시로 e메일을 확인했다. 승인될까, 거부될까. 내 마음은 두 가지 미래를 끊임없이 저울질했다.


논문을 투고하고 3주 뒤인 3월 12일, 마침내 답변이 왔다. 그 내용은 날 울고 싶게 만들었다. 논문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쓰여 있었다. 이번에 찾은 성단이 새로운 성단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연구 결과를 영어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내 논문은 완전히 실패작이었다. 
나는 논문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수험생인 내게 입시에 더 신경을 쓰라며 논문 수정을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결정은 내 몫이었다. 나는 논문 수정에 매달렸다. ‘연구자들은 모두 나와 같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2019.7.16   한국천문학회지 게재 승인


이번에는 ‘한국천문학회지(JKAS)’에 투고하기로 했다. 한국 천문학의 발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논문 게재료는 학교가 부담했다. 이 박사님의 소개로 알게 된 안홍배 부산대 명예교수님으로부터 논문 작성과 연구 전반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논문 작성은 쉽지 않았다. 4월 중순 한국천문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피드백을 받은 뒤 5월 중순 학회지에 투고했다. 두 번의 리뷰가 오간 뒤 마침내 7월 16일 학회지로부터 게재 승인이 떨어졌다(아래 사진). 논문은 JKAS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당시의 희열과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감정이었다.  


새로 찾아낸 209개의 성단에는 나를 포함해 연구에 도움을 준 연구자들이 소속된 기관의 영문 첫 글자를 땄다. 나와 친구 승현이가 다니는 울산과학고의 ‘U’, 안 교수님이 재직하고 있는 부산대의 ‘P’, 그리고 이 박사님이 소속된 한국천문연구원의 ‘K’를 모아 ’UPK‘라고 명명했다.


비록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과학자가 하는 연구라는 일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나도 과학자가 될 수 있겠다’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나처럼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 연구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들과 경험을 나눌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자가 될 미래의 나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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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심규헌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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