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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다리 수명 무엇이 결정하나

한강에 다리를 건설한지 1백년이 지나고 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과 함께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연을 담고 강남북을 이어온 20여개의 다리들을 보고 있으면 모진 풍파를 견뎌온 자식과 같이 대견하다. 개중에는 건설 중에 무너져 다시 세운 것도 있고(신행주대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것도 있으며(성수대교), 사고의 위험 때문에 철거되거나 보수된 것(당산철교)도 많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늙으면 약해지고 병이나듯 다리도 오래되면 문제가 생겨 보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다리를 만드는데 사용된 재료가 아무리 튼튼한 것이라도 자연상태에 100% 노출된 다리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노화되므로 꾸준한 보수와 점검이 필요하다. 다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을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으로 구분해 알아보자.
 

붕괴된 성수대교


관절염과 같은 다리의 노화

한강상의 교량은 지간이 44m보다 작은 경우 43.2t을 견디게 놓으면 1등교, 32.4t을 견디게 놓으면 2등교로 구분한다. 지간이 44m보다 커지면 1m당 1.27t을 견디게 건설한다. 즉 일반적으로 교량을 지나는 물체의 무게가 43.2t보다 커지면 교량이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체로 다리 진입 부분에 '40t 이상 진입금지'란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미 설계된 다리가 견딜 수 있는 무게를 나타낸다. 그러면 다리를 건설할 때 딱 43.2t만을 견디게 건설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대개 설계할 때는 43.2t의 1.5-2배에 해당하는 86.4t 정도를 견디게 건설한다. 그러나 교량 위를 한 대의 자동차만 지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의 무게가 40t 일지라도 1 백만대가 통과하면 다리는 그만큼 피로해진다. 이것은 교량의 피로현상과 관련있다. 금속피로란 구조물의 재료인 철강 등에 크기나 종류가 다른 힘이 반복해 가해지면 그 강재가 본래 지니고 있는 강도보다 훨씬 작은 힘에도 맥없이 파괴돼버리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따라서 다리를 건설할 때는 지형과 지질 뿐만 아니라 30년 후의 교통량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70년대 건설된 한남대교는 하루에 교통량이 7천대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재는 약 10만대 이상이 지나고 있다.

또 초창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초대형 트레일러들 이 등장한 것도 다리를 피로하게한 요인으로 꼽힐 수 있다. 즉 한강상의 교량이 급속도로 손상된 것은 보수 유지에 소홀한 점도 있으나 교통량 예측이 빗나간 점도 주요한 원인이다.

녹은 다리의 독

콘크리트 교량의 경우도 마찬가지. 물과 시멘트, 그리고 자갈이 결속돼 있는 콘크리트는 세월이 흐르면서 기후와 온도 변화에 따라 결속력이 약해져 흐트러지게 된다. 이 때도 수분이 콘크리트로 들어가 구조가 느슨해 지지 않도록 도장 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조류, 태풍, 급작스런 온도변화, 수압, 지진, 눈 등의 자연적인 조건에 의해 다리는 노화된다.
 

다리


부실시공과 금속피로의 합작품, 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21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교장 1천1백60m의 성수대교 10번과 11번 교각사이의 상부 트러스 48m가 붕괴됐다. 이 때 교량을 통과하던 차량 6대가 한강으로 추락해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푸른 가을 하늘에 날벼락과 같았던 이 사고는 부실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절대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다리의 유지를 위한 보수와 꾸준한 점검의 필요성, 그리고 설계와 시공, 감리의 삼박자가 교량 건설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기회가 됐다.

성수대교는 구조형식이 게르버트러스교로 36m의 양측 앵커트러스와 핀으로 연결된 중앙의 48m 현수트러스를 갖는 지간의 길이가 1백20m인 장대 교량이다. 성수대교는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관도 고려한 국내 최초의 용접트러스교이다. 당시의 제작기술로는 이러한 형식으 로 장대교량을 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일반 교량공사와 같은 의식수준 을 갖고 시공에 임한 점과 감리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건설된 점, 그리고 준공후에도 유지관 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준공 15년 만에 붕괴되는 참사를 이끌었다.

붕괴과정은 사고지간의 중앙부 트러스의 북단을 지지하고 있던 3개의 핀연결 수직재 중 동측 수직재의 용접 부위에 존재하던 피로균열이 급격히 진전되면서 일어났다. 수직재가 파단 되고 이에 따라 이미 피로균열로 약화돼 있던 수직재들이 순차적으로 파단되면서 중앙부 트러스의 붕괴가 발생했다.

이와같은 과정을 거친 성수대교의 직접적인 붕괴 원인은 취약부 용접의 부실시공, 유지관리 의 소홀, 과적 차량의 통과로 볼 수 있다. 이들 요인 중 용접부의 부실 시공이 절대적인 붕괴요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지관리의 소홀과 과적차량의 통과에 의 한 교량의 누적된 피로현상도 붕괴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게르버 연결부 용접이 부실하게 돼 있지만 않았더라도 붕괴는 면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사고후 성수대교를 정밀조사한 결과 전교량에 걸친 용접부의 상태가 매우 부실해 한강으로 떨어진 부분만 보수하려던 계획은 전면 수정되고 새로운 강재로 제작해 설치하게 됐다.

성수대교의 붕괴사고는 한마디로 다리가 그 수명을 다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사고가 아닌 교량을 제작하는데 얽혀있는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비롯된 인재였다. 즉 공사기간과 공사비에 대한 무리한 계획, 전문적인 감리체제의 미확립, 전문 기술인력의 부족, 안전의식과 과학적 사고의식의 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것을 따져 본다면 과학적 기술논리보다 우선하는 행정편의주의, 실적위주의 논리가 빗어낸 악재라고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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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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