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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정크 단백질’을 분해하라

 

실험실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늘어서 있는 모형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병훈 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는 “생명체 내에서 잘못 생성된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할 수 있는 화합물을 찾고 있다”며 “우리가 새로 찾아낸 화합물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단백질은 생명체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새로운 단백질이 생산되는 속도는 수명이 다했거나 훼손된 단백질을 고려해 아주 정교하게 조절되며, 이를 통해 전체 단백질 종류와 양의 균형이 유지된다. 그런데 만약 이런 균형을 깨뜨리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여기서 ‘불량 단백질’이 생산되면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이나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타우(tau) 등이 모두 ‘정크(junk) 단백질’의 예”라며 “이런 불량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화합물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 번에 화합물 최대 100만 개 검사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 한 개의 부피는 2~4mm3다. 이렇게 작은 세포 안에는 유전자가 2만여 개 있다. 그리고 여기서 생성된 구조체, 효소, 수용체, 신호전달물질, 전사인자 등 생명체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은 100억 개에 이른다. 
유전자 2만여 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면 좋겠지만, 간혹 염기서열의 전사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또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단백질 구조가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이 때 우리 몸은 ‘유비퀴틴-프로테아좀(ubiquitin-proteasome)’ 시스템을 가동한다. 유비퀴틴은 분자량이 8.6kDa(킬로달톤·1달톤은 수소 원자 1개 질량) 수준인 작은 단백질인데, 분해시켜야 할 단백질에 가서 꼬리표처럼 붙는다. 그러면 이 꼬리표를 인식하는 프로테아좀이 정크 단백질을 재빨리 인식해 분해한다. 
이 교수는 “인간의 생체 시스템은 우선 정크 단백질을 고치기 위해 시도하며 그래도 가망이 없으면 최종적으로 제거하는데,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크 단백질이 생체 내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프로테아좀을 바로 활성화시켜 정크 단백질을 없애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2010년 9월 ‘고속 대량(high-throughput) 스크리닝법’을 독자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프로테아좀을 활성화시키는 화합물을 새롭게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nature09299 
프로테아좀의 작용 속도를 조절하는 화합물의 기능을 확인하려면 해당 단백질에 화합물을 뿌린 뒤 효과를 관찰해야 한다. 이를 빠르게 자동화시킨 기술이 이 교수가 개발한 고속 대량 스크리닝법이다. 그는 한 번에 화합물 300개를 스크리닝하던 당시 기술을 200배가량 크게 향상시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고속 대량 스크리닝법을 이용하면 한 번에 화합물 6만 개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성과였다”며 “지금은 최소 10만 개에서 최대 100만개까지 화합물을 한 번에 스크리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의 작용을 촉진하는 약물은 없다. 2015년 미국에서 유비퀴틴화 작용을 촉진하는 화합물을 유도하는 ‘프로탁(PROTAC)’ 기술이 나온 정도다. 프로탁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자체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신개념 질병 치료법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교수팀은 고속 대량 스크리닝법을 이용해 유비퀴틴 꼬리표가 붙은 정크 단백질이 효과적으로 제거되도록 돕는 유력한 후보 물질 2개를 찾아냈다. 
이 교수는 “단백질 제거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프로테아좀의 활성을 조절하는 후보 물질을 100개 이상 찾아내는 게 1차 목표”라며 “여기서 암이나 퇴행성 뇌질환 등 단백질 관련 질병을 치료할 후보 물질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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