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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어서 지워지고, 다시 기억되는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 지음 / 나도선, 진우기 옮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의 이름이 역사에 남아있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래서 기억할만한 여성이 없다는 결론은 비슷하다. 과학계 역시 퀴리 부인, 신경생리학자 도로시 호지킨,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이외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여성과학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어떤 작가를, 화가를, 학자를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게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된지 오래지만, 특별히 여성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로잘린드 프랭클린일 것이다.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 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여성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에 관한 이야기다.

프랭클린은 1950년대 X선 분석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던 과학자였다. 킹스칼리지의 학장 랜들의 초청으로 DNA 연구에 뛰어들어 X선 분석을 책임졌던 그녀는 DNA가 이중나선일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X선 사진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가 좀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동료 윌킨스는 몰래 X선 사진을 유출해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후 이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라졌다.

불과 몇년 후 왓슨과 크릭, 윌킨스는 생명의 비밀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 수상자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프랭클린은 자신의 연구업적을 도난당한채 37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 영원한 비밀은 없다’ 는 말처럼 잊혀질 뻔했던 이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왓슨이 그의 연구를 정리한 ‘이중나선’을 계기로 밝혀졌다. 프랭클린의 연구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이중나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숨겼던 왓슨은, 심지어 자신의 책에서 그녀를 연구업적을 혼자 차지하려는 욕심 많은 여자로 비하함으로써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게 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랭클린은 뒤늦게나마 과학자로서의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 은 그녀가 12살에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킹스칼리지에서 윌킨스와의 만남과 이중나선을 향한 경쟁, 그리고 난소암으로 죽기 전까지 ‘죽기에는 너무 바쁘다’ 고 했던 삶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지적처럼 프랭클린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고 해서 이중나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을지, 또 왓슨과 크릭과 윌킨스를 제치고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은 벌써 반세기 이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여성은, 여성과학자의 현실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때와는 다르다”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무엇보다 이 책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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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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