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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선배가 들려주는 대입 최종 마무리 대책

한 해 선배가 들려주는 대입 최종 마무리 대책


●―틀린 문제를 아껴야

정―대학입학을 치른게 어제 일 같은데 벌써 근 1년이 지났읍니다. 며칠 전에 시험이 1백일 남았다고 한 얘기를 들었어요. 수험생들을 꽤 초조하겠군요.

이―정말 수험생들에게는 어려운 시기일 것입니다. 진로결정도 더 이상 늦출 수 없고, 날짜는 다가 오고…. 오늘 이 자리에서 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이 시기에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궁금해 할 거예요.

한―먼저 말씀드리지요. 막바지라고 해서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어요. 평소대로 계속 해 나갔읍니다. 무엇보다 교과서를 확실히 봐야 하고 수업시간에 충실히 듣는 것이 중요해요. 뻔한 얘기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은 말입니다.
영어는 문장전환 숙어 단어 등을 직접 노트에 적으면서 공부했읍니다. 쓰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하는 공부는 관두는 게 좋아요. 수학도 물론 손으로 풀어야지요.

전―저도 종반이라 해서 특별하게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요. 주로 자신없는 과목을 보충하는데 힘썼지요.
국어는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영어는 단어 숙어에 신경을 썼어요. 수학은 정석 한권만을 반복해서 풀었읍니다. 과학은 원리를 이해하는데 치중했고, 암기과목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읍니다.

이―교과서를 천천히 읽으면서 연상을 많이 했어요. 문제는 여러 단원이 연관돼 나오므로 단원을 연결시켜 가는 시도를 했읍니다. 문제집도 몇 권 풀어 보았어요. 문제를 다루다보면 출제 유형에 저절로 익숙하게 됩니다.

정―교과서 위주로 하는 과목과 문제집 위주로 하는 과목으로 나누었지요. 국어와 암기과목은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했읍니다. 고3 1년 동안 교과서를 7번 읽었지요. 오늘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어제까지 4번, 앞으로 3번 읽은 셈입니다. 책을 읽되 반드시 목적을 가지고 읽었읍니다.
반면 영어 수학 과학은 문제집을 이용했읍니다. 교과서가 5종이나 되고 과목 성격상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였어요. 영어는 단어와 어구를 눈여겨 보았고, 수학 물리 화학은 기본 개념을 익히는데 주력했읍니다. 사실 수학 물리 화학은 기본 개념만 알고 있으면 충분합니다. 국사는 시대사적으로 분류해서 공부했어요.

한―국사는 연관지어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예를 들면 고구려 백제 신라를 비교하고, 한국 중국 일본을 연관지어 보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연상이 되었지요.
또 매달 시험본 전과목 문제들을 빠짐없이 모아 두었지요. 그리고 틀린문제는 반드시 다시 풀어 보았읍니다. 왜 틀렸나 알아내기 위해서였지요. 그런데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사실 틀렸던 문제를 다시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 뭔가 혁신적인 계획을 세우고 싶은 수험생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대로 계속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쉬운 문제를 꼭 잡는다

정―동감이에요. 틀린 문제는 반드시 확인을 해 놓아야지요. 그리고 지금은 마무리 단계입니다. 무엇보다 쉬운 문제를 놓치지 않겠다는 기분으로 검토해 나가야죠. 남들이 다 맞는 쉬운 문제를 틀리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특히 수학 물리 화학 과목은 '쉬운 문제 꼭 맞추기'작전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화학 국사 생물 과목에는 표나 도해가 많이 나옵니다. 이것은 시험에 종종 반영되므로 가벼이 여기지 말고, 의미를 파악해둬야 합니다.
정―재수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들은 얘긴데, 학원 강사들은 과학과목을 7대1로 찍어준다고 해요. 예상문제 7개중 1개는 적중한다는 말이지요.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과학 과목은 나올 문제가 뻔하다는 뜻입니다. 대체로 과거 학력고사 문제에서 유형만 바꿔 출제되지요. 반복되는 얘기지만 기초 개념만 잡아 놓으면 크게 걱정할 게 없읍니다.

이―과학 과목은 따지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또 각 분야를 서로 긴밀히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물리 화학을 공부하면서 교과서만을 보았는데, 괜찮은 점수가 나왔어요.

전―화학은 특히 원리가 중요해요. 오비탈개념을 알고 나니 모든 원자의 세계가 확연해지는 것이었요. 학습방법은 교과서를 2번 읽고 문제집으로 훈련하는 식이었죠.
생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읍니다. 그리고 단순한 성격이 짙어서 시간이 가면 자꾸 잊혀졌어요. 반복을 요구한 것입니다.

한―생물은 암기과목 같지만 사실은 암기과목이 아니지요. 암기만 해서는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고, 점수를 올리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노트를 잘 정리해 체계를 세워 보았읍니다. 분명히 효과가 있었지요.

전―과학 과목과 수학은 원리를 튼튼히 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 같군요. 자연과학의 특성상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비중이 큰 영어 수학은 어떻게 대비해야 효율적인지 생각해 보지요. 이맘 때쯤이면 선생님들이 '영·수 포기해라'하는 조언을 하시는데 저는 그 말씀에 찬성해요.
영어 수학은 단시간에 학습 효과를 올리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영·수에 치중하면 벌어들일 점수는 몇 점 안됩니다. 영·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암기과목 등을 집중적으로 하면 점수따는 데는 유리할 거예요. 영어에서 1점과 가정에서 1점은 같은 1점일 뿐이지요.

정―그렇다고 영·수를 아예 접어둘 수는 없지요. 더욱이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영·수를 포기하면 안됩니다. '포기한다'는 말 대신 '시간을 조금 조정한다'는 생각을 갖는 게 현명할 거예요.

한―별로 효과적인 학습방법은 아니었지만, 고1때는 영어, 고2때는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어요. 영문법책은 한번 보면 다시는 안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했읍니다. 되도록 완벽하게 해 두자는 생각이었죠. 특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 두었읍니다. 모르는 것은 체크해 두었다가 반드시 다시 끄집어내어 상기했지요.
영어공부의 왕도는 사전을 열심히 찾는데 있다고 봅니다. 사전을 보면서 자동사냐 타동사냐, 자동사면 뒤에 전치사가 무엇이 붙느냐, 독특하게 발음되는 단어는 무엇인가 등을 눈에 익혀 두었지요.
수학은 12년간 공부한 결과의 축적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어떤 점수를 노리는 것은 무리지요. 그리고 문제는 머리로 풀지 말고 손으로 풀 것을 권합니다.

●―1백일 중 50일을 허송

정―손으로 쓴다는 건 실로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읍니다. 이를 테면 확실하게 다지는 셈이지요. 저도 필기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읍니다. 한가지 요령을 귀띔하면 하루에 10번 쓰는 것보다 5일에 걸쳐 2번씩 쓰는 것이 훨씬 도움을 줍니다.
시기적으로 보아 지금이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는 무척 중요한 시간입니다. 요즘 한시간은 3학년 학기초의 하루와 맞먹고, 하루는 6개월 전의 1개월과 버금간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지요. 여러 분은 이때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전―최종점검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공개해도 될른지요. 마지막 1백일 중 50일은 붕 떠서 생활했읍니다. 원서쓸 때 갈등이 심해서였지요. 주변친구들의 경우도 비슷했어요. 그저 여태까지 페이스만 지켜도 성공이라고 봐요. 다행이 합격은 했지만, 만일 낙방했다면 최종 마무리 실패 때문이었을 거예요.
대개 입학원서 작성 전후에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모질게 노력한 사람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읍니다.

이―마무리 시기에는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들은 재검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선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지요. 즉 자신있게 시험에 임하게 되는데, 이는 실험을 잘 치르는 비결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마무리를 소홀히 하면 시험장에서 막막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정―마무리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시험은 시험장에서 치지 않아요. 그러므로 좋은 마무리가 심리적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이소원씨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종점검을 제대로 하면 성적을 올리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현상유지는 가능하죠. 특히 성적이 다소 쳐지는 학생의 점수 변동폭은 상당히 클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쉬운 것을 건진다'는 마음으로 달려들어야지요.

한―하고 싶은 것이 많을지라도 너무 타이트(tight)하게 계획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흔들려 슬럼프에 빠지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보았읍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계획을 짜야 시험당일까지 무난히 밀고 나갈 수 있읍니다.

정―마지막 50일을 마무리기간으로 잡았읍니다. 1백일 남겨 놓고는 과목별 공부시간 안배를 했지요. 국·영·수가 1백90점, 나머지 과목이 1백50점이므로, 국·영·수와 기타 과목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반반씩 투자했읍니다.
11월에 원서를 쓰는데, 10월만 되면 교실에는 각종 진로지도자료집이 판을 치지요. 다들 자료집만 보기 때문에 교실분위기도 산만해 집니다. 또 자신의 성적과 희망 대학, 희망 학과의 점수가 맞지 않으면 심리적인 동요를 많이 느낍니다.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시기지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지요.

한―원서쓰려고 교무실에 들어갔다가 생각한 대학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앞이 캄캄해지지요. 울고 나오는 친구도 있었읍니다. 때론 미리 포기하고 그때부터 놀러 다니는 친구도 나와요. 하지만 아무리 낙담천만한 상황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는 말아야지요. 시험장에 가서 한문제 한문제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뜻밖의 수확도 가능할 것입니다.

전―진로를 선택할 때는 자신의 위치를 똑바로 겸허하게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노력을 계속해야지요.

●―고3병의 발병 시기

정―또한 냉정하게 자기의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운만 따르면 어쩌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진로를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아니면 안간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한―원서를 쓰고 나서도 주의할 게 있지요. 원서를 합격통지서쯤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합격한 기분이 드니 자연히 해이해질 도리밖에 없지요.
저도 원서를 쓴 뒤 고연전에서 고대가 이기면 '우리 학교가 이겼다'고 흥분했어요. 합격 전인데도 '우리'라는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온 것이지요. 이런 기분만 갖고 방심하면 '우리'학교는 결코 될 수 없읍니다.

이―앞으로 얼마남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많은 시기이므로 건강유지도 합격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 시기에 고3병도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는 별 탈없이 이 시기를 보냈지만 친구들 중에는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눈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읍니다. 실제 시력측정 결과는 이상 없었으므로 소위 신경성 시력감퇴에 걸린 셈이지요. 아뭏든 마무리 단계에서의 수험생 건강대책이 이 자리에서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전―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규칙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이죠. 건강한 상태에서 공부하면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한 미대 지원생 친구는 4B연필만 들면 2개로 보인다고 호소한 적이 있읍니다.

한―평소에 단련해 둔 체력은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데 큰 힘이 되었어요. 또 마음을 굳게 먹으니까 병도 안생겼읍니다. 의대생이지만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지나치게 긴장해 소화를 잘 못시키거나, 두통으로 고생한 친구들이 적지 않았읍니다.

정―고3생의 질병은 거의 신경성으로 오는 것 같아요. 너무 긴장하고 초조해한 탓이지요. 따라서 적절히 스트레스를 풀면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의 스트레스해소법은 어떤 것이었나요.
먼저 저부터 말씀드리면, 주로 대화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읍니다. 그렇다고 얘기 나눌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으므로, 식사를 할 때 가족들과 잠깐,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잠깐 소소한 대화를 했지요. 기댈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사실 고3학생이 사는 집의 식탁은 마치 초상집같은 분위기가 많아요.

전―스트레스가 쌓이면 배가 불러도 무의식적으로 먹게 돼요. 또 친구들과 떠들거나, 혼자 소리지르고 노래 부르면서 풀었어요. 그러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공부도 잘 되었어요.

●―해운대에서 스트레스 풀어

한―스트레스 정도는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고, 또 이겨야 합니다. 너무 예민하게 신경쓰지 않고, 지나친 부담감은 갖지 않도록 해야죠. 또 시험이 가까와 온다고 너무 겁낼 필요 없어요. 그저 부모님이 해 주시는 음식 잘 먹고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달려 들어야죠.

전―고3되면 밥을 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심하게 먹기도 하지만 식욕이 뚝 떨어지는 때도 있어요. 식사는 꼭 찾아 먹어야죠.
특히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말아야 합니다. 아침을 들고 나와야 오전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어요.

정―그 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요. 저녁먹고 아침식사까지가 간격이 가장 길지요. 족히 12시간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위산분비가 많아지므로 아침을 안 먹으면 위를 상하기 쉽습니다. 간식으로 라면을 많이 찾지만 별로 좋을 것은 없다고 봅니다.

●―'쓰다가 졸다가'

이―여학생들은 특히 자율학습이 끝난 후 떡볶이 등으로 떼우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영양관리에 빈 틈이 생길 수 있읍니다.
이번에는 잠 이야기를 해 보죠. 저는 고3 내내 6~7시간을 잤어요. 마무리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수면시간을 단축하지도 않았어요. 공부하다가 잘 되면 더 하고 안 되면 잠을 청했읍니다.

정―7시간 30분 동안 수면을 취했어요. 꽤 수면시간이 많은 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요. 수면이 부족하면 수업시간에도 '쓰다가 졸다가' 하지요.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확실히 깨 있을 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전―고3 여름방학 전에는 수면시간이 7시간이었는데 시험이 가까와오면서 4시간으로 줄였어요. 갑자기 줄인 것은 아니고 1주일에 20분씩 줄여 나갔지요. 지금 생각하면 수면시간 단축은 실패작이었어요.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그래서 손을 고무줄로 튕겨가며 잠을 쫓았읍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 10분은 잘 활용했어요. 이 시간에 엎드려 자고 나면 다음 수업시간은 개운했어요.

한―1학기 때는 6시간~6시간 30분, 여름방학 때는 7시간, 방학 후에는 5시간 정도 수면을 취했읍니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만은 확실히 이용했읍니다. 부족한 수면을 보충했지요.

이―잠도 집에서 자고, 공부도 집에서 했어요. 학교나 독서실에서 하면 부시럭거리는 소리때문에 신경쓰여 집중할 수 없었읍니다. 그런데 집에서 하다 보니 딴 짓 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한―학교교실에서 밤 10~11시까지 자율학습을 했어요.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친구들이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았읍니다. 자신을 컨트롤 하기 어려울 때 친구들이 자극제가 되어 준 셈이지요. 또 수업받은 곳에서 계속 공부했기 때문에 연속성이 있어 편했읍니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교실에 오래 남아 있더군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전―저 역시 학교에서 했읍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공부만 했지요. 자율학습이 끝나면 독서실에 가서 2시까지 공부하고 귀가했어요. 독서실은 선생님들이 많이 말렸지만….

한―독서실도 다녀 봤지만 실패했어요. 딴 생각이 많이 나데요. 여학생들도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갈 데가 못된다고 생각하고 끊었읍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이었죠.
아뭏든 오랫 동안 독서실을 다니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단,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단기간 다니는 것은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독서실이 생리에 잘 맞는 사람도 있고, 학교가 제격인 사람도 있지요.
저는 학교에서 공부했어요. 책상도 딱딱하고 선생님도 드나들고…. 공부는 좀 불편하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전―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공부장소 얘기를 했으니 수험서를 한번 점검해 봤으면 합니다. 저는 마무리 단계에서 화학 생물 문제집을 1권씩 구입해 풀어 보았어요. 나머지 과목은 학교수업을 따라 갔읍니다. 특히 수학은 오랫 동안 보았던 참고서에서 틀린 것만 추려 다시 풀었어요.

●―참고서 같은 교과서로

이―영·수는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고, 국어 과학 암기 과목은 학교에서 문제집을 풀어주었으므로 착실히 따라갔읍니다. 어느 과목이나 교과서를 활용하였고, 교과서에는 연관된 각종 자료를 적어 두었어요. 말하자면 교과서가 참고서 역할까지 한 셈이죠. 이렇게 간편하게 한권에 요약해 두었더니, 최종 점검할 때 매우 편리했어요.

한―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되 문제집도 다뤄 봐야지요. 문제를 대하는 요령이 습득되기도 하니까요. 자신있는 과목은 되도록 많은 문제집을 풀어보았고 자신없는 과목은 1권만 풀었읍니다. 사실 자신있는 과목은 문제집 한 권을 마스터하는데 별로 시간 걸리지 않지요. 문제집은 학교에서 권해준 것을 구입했어요.
정―수학·물리·국사·영어는 정성껏 요약 노트를 만들어 두었어요. 틀린 문제는 노트에 오려 붙였구요. 참 좋은 마무리용 교재가 되었어요.
참 여러 분들도 학과선택에 적잖은 갈등을 겪었겠지만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어요. 문과냐, 이과냐를 가지고도 고심했으니까요.

●―진로선택의 갈등

물리학과와 수학과는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의 꿈이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희망이었고 실제로는 물리학과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읍니다. 그러니 결정내리기 어려웠던 것은 당연하지요. 친척들은 법대가라, 의대가라 주문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어릴 때 마음먹은대로 원서를 쓰고, 결정은 4년 후 즉 대학원 진학 때까지 미루자는 것이었죠. 사실 아직 정보도 부족하고…. 대학에서는 현재 폭넓게 공부하고 있읍니다. 생물학등 다른 학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지요. 다 4년 후를 위해서 입니다.

전―작년이 선지원 후시험제, 첫 해여서 선택할 자료도 없고, 하여튼 애를 많이 먹었읍니다. 꽤 갈등하다 비전이 있다는 전산(電算)과로 마음을 굳혀 갔지요. 그런데 점수가 조금 모자란듯 해서 비슷한 성격의 학과를 찾아 보았어요. 그래서 계산통계학과를 지망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이지 한달 사이에 몇 번이나 마음을 바꿨는지 몰라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요. 9월 말쯤 상담했는데 그 때는 선생님이 아직 바쁘시지 않아서 오랫동안 독대(獨對)를 할 수 있었지요.
적성 성격 점수를 모두 고려해서 학과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보다는 과를 보고 선택해야지요. 또 대학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지원해야 실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같은 생물학과라도 대학마다 더 강조하는 게 있어요.

이―학과선택은 부모님, 선생님과 상의해 신중히 해야지요. 그러나 경험이 많은 분들의 얘기를 참고하되 결정은 자신이 내리고,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합니다. 막연히 무슨 학과를 원하지 말고 냉정하고 면밀한 결론을 유도해 나가야 해요.

한―저는 학과선택이 무척 빨랐읍니다. 고등학교 들어오면서부터 의대를 결심했지요. 한때 의대가 아니면 산업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은 가져보았지만요. 하지만 고3 이후에는 결코 다른 학문에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선택은 자기가 하는 거예요. 선배들과도 얘기해보고 자료들도 많이 보고 결정 해야지요. 여러 자료들 들척이다 보면 이것 저것 다 하고픈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의대갈 성적이 돼서 의대 왔다', 이런 식은 금물이에요. 해부학 등이 적성에 안 맞아 한 학기도 버티지 못하고 전과하는 사람도 많아요.
반면 점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는 재고 삼고를 해야 합니다. 객관적 데이타를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를 위해서라도 차선책은 마련해 두는 게 좋아요. 2지망 과들도 폭넓게 생각해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좌절감을 줄일 수 있어요.
이렇게 어렵게 학과를 정하고 나면 곧 시험날짜가 찾아 오지요. 시험 하루 전날은 매우 델리키트한 날인데 어떻게들 보냈읍니까?

●휴식시간에 본 문제가 나와

정―어려웠던 과목의 노트나 참고서를 가볍게 넘기면서 보냈고 일찍 잠을 청했지요. 공부한다는 마음보다 조용히 가다듬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겼지요.

한―그 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심리적 긴장 때문이겠죠. 이렇게 밤을 새고 나면 더욱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돼 시험을 잘 치르기 어렵습니다. 빨리 자기 위해 일부러 평소보다 일찍 잠을 청하는 것은 오히려 불면의 밤을 만들 소지가 있어요. 평소대로가 최선이지요.
저는 모의고사 답안지 중에서 틀린 것만 소설책 읽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눈에 익혔지요. 그러면 그때 본 문제가 꼭 나와요. 실제로 하루 전날 또는 시험 당일 날 슬쩍 보았던 문제가 출제되면 다음 문제도 잘 풀려 나가지요. 심리적인 원군을 얻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지요.
이―시험 하루 전날 안정을 위해 안정제를 먹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안 좋다고 해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시험에 지각해

전―예비소집시 정말 마음이 착잡했읍니다. 책을 펴 들었으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고….무척 떤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강심제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시험 당일,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6시 40분에 집을 나섰으나 차가 막혀 지각을 했어요. 시험장까지 25분을 달려서 갔으니 1교시 시험을 잘 치렀을 리 없지요. 그래서 2교시부터는 아는 문제부터 먼저 풀고 침착을 되찾으려고 애썼읍니다. 마음 속으로 '떨어질 수 없다', '나는 할 수 있다', '끝가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릅니다.

정―문제푸는 속도가 숙달 돼 있지 않으면 영어와 수학시험은 시간에 쫓길 수 있어요. 초조할 수록 마음을 독하게 먹고 냉정해져야지요. 일단 쉽게 풀리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게 좋아요.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일단 답은 쉬운데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기본적인 개념들을 세우면 뜻밖에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한―시험장은 날씨도 날씨지만 무척 춥게 느껴집니다. 저는 시험장에 들어갈 때 보온병을 가져 가 쉬는 시간마다 커피로 몸을 녹여 주었어요. 또 캐러멜을 입에 물고 있었더니 마음의 안정을 도왔어요.
시험을 거의 하루 종일 치르게 되므로 지치게 마련이죠. 그런데도 점심을 안 먹는 친구도 있었는데, 점심은 꼭 먹어야 오후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다고 봐요.
쉬운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게 좋고, 여러 과목을 같이 치르는 시간에는 평소 자신있었던 과목부터 손을 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목별로 정리해 놓은 것을 꼭 가져가 쉬는 시간에 한번 훑어보기를 권합니다. 심리적인 효과도 있어요.

●―시험장에서 주의할 일들

이―시험장에는 되도록 일찍 가는 게 좋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쉬웠지, 어려웠지' '몇 번 문제의 답은 이것'하는 쓸데없는 토론이 벌어지지요. 그 말들에는 신경쓰지도, 끼어들지도 말아야 해요. 끝난 시험은 되돌릴 수 없고, 괜히 심리적 안정만 해칠 뿐이죠. 오래 앉아 있기 위해 시험장에 방석을 가지고 갔는데 유익했어요.

전―얘기하다 보니 수험생과 직접 대화하는 형식이 돼 버렸네요. '뭘 어떻게 하라'고 선생님처럼 주문도 하고…. 이왕 그런 식이었으니 끝으로 수험생들에게 주문을 하나 더 하고 좌담을 마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저는 조금 전에 했던 주문을 다시 한번 할께요. 끝까지 최선을 다 하십시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혹 성적이 여러 분을 속여,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닥친 문제를 피하지 말고 용감히 부딪치세요.

정―책 뒤에 영어문장을 하나 적어 놓았어요. 'Repentance comes too late', 즉 후회하면 때가 늦다는 뜻이죠. 지금 공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하면 됩니다. 그것을 고민하면 이미 시간은 지나가고 말지요.

한―시험을 보고 나와서 '후회없이 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게 공부하십시요.
대입 학력고사는 사실 12년 공부의 결산입니다. 정한수를 떠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문제 한 문제에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끝으로 우리들의 대화를 끝까지 들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아울러 고3독자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일동―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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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 사진

    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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