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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행성 이주 작전, 프록시마 b에 데려다 줄래?

인류가 당장 태양계 바깥의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영화 ‘아바타’나 ‘패신저스’처럼 동면 기계를 이용해 긴 잠을 자야 할까. 아니면 ‘인터스텔라’처럼 웜홀을 통과해야 할까. 하지만 이 방법들은 아직 기술적으로 요원하다. 현재 기술로는 일단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선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나 크게?

현재까지 발견된 태양계 밖 행성 중 지구와 유사하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성은 센타우루스자리 알파에 있는 ‘프록시마(Proxima) b’다. 이 행성은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있을 것으로 추정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크기도 지구의 1.3배 정도로 비슷할 뿐만 아니라 지표면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프록시마 b가 정말 인류가 살 수 있는 곳으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인간이 프록시마 b까지 어떻게 이동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구로부터 프록시마 b까지 거리는 4.24광년. km로 환산하면 약 40조1104억km에 이른다. 현재 추진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짧게는 1만9000년, 길게는 8만1000년까지 걸린다. 
과학자들은 종종 불가능의 영역에 부딪힐 때 문학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멀리 떨어진 행성까지 이동하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인 ‘세대 우주선(Generation ship)’ 역시 시작은 공상과학(SF)이었다. 세대 우주선은 우주선을 하나의 작은 지구로 삼아 그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삶과 문명을 이어나가다가 결국 다른 행성에 도착한다는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액체연료 로켓을 쏜 미국 과학자 로버트 고다드는 에세이 ‘최후의 이주(The Ultimate Migration)’에서 1만 년을 이동하는 세대 우주선을 처음 제시했고, 1929년 아일랜드 과학자인 존 데스몬드 버널은 ‘세계, 육체, 악마(The World, The Flesh and The Devil)’라는 에세이에서 2만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세대 우주선의 재료와 크기, 추진 시스템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런 공상은 최근 실제 연구로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기술과 이론을 바탕으로 세대 우주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굉장히 많다. 우주선의 규모와 소재, 추진 시스템 등 우주선 설계는 물론이다. 최소 몇 명이 탑승해야 세대를 이을 수 있을지, 무엇을 먹을지,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지….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이 하나의 생태계처럼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프레데릭 마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천문관측소 연구원도 세대 우주선에 매료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17년 세대 우주선의 조건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프랑스의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 CASC4DE의 입자물리학자인 카밀 벨루피 연구원과 머리를 맞대고 우주선에 몇 명이 타야 적당할지 계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1월 28일에는 두 명의 전문가를 더 투입해 세대 우주선에서 인류가 먹고 살아갈 식량이 무엇인지, 이 식량은 어떻게 얻어야 할지, 또 식량을 경작할 농작지의 면적과 우주선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계산한 연구 결과를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 발표했다. doi: arXiv:1901.09542 마린 연구원은 “세대 우주선은 현재의 기술로 구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이라며 “다음 연구는 물을 어떻게 얻을지 계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기술로 세대 우주선을 만든다면? 

프레데릭 마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천문관측소 연구원은 세대 우주선을 설계하기 위해 ‘헤리티지(HERITAGE)’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세대 우주선이 유지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확률적으로 계산한다. 시뮬레이션을 수천 번 반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대표값을 얻는다. 마린 연구원은 더 많은 생물학적 요인을 포함시키기 위해 헤리티지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마린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대 우주선을 상상해봤다. arXiv:1708.08649, arXiv:1806.03856, arXiv:1901.09542

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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