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SF에 묻는다] 지마 블루 vs. 카운트 제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쟁점

 

더 이상 예술은 인간만의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말하기 힘들지 모릅니다. 사람 못지않게 예술작품을 만드는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예술가가 등장하는 두 작품, ‘지마 블루’와 ‘카운트 제로’를 소개합니다.

 

●지마블루

지마 블루는 영국의 SF작가 알라스테어 레이놀즈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의 SF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의 14번째 에피소드이지요. 이야기는 지마와 단독으로 인터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캐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그런데 캐리는 지마의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합니다. 지마는 인간이라고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거든요. 지마의 몸은 이미 기계로 대체돼 있고, 겉은 합성물질로 덮여 있었습니다. 

 

 

인공 몸 덕분에 지마는 평범한 인간이 갈 수 없는 우주 공간이나 극한의 행성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합성 피부로 전기장의 변화를 느끼고,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는 인간이 볼 수 없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자기파를 감지합니다. 지마가 보는 우주는 인간이 보는 우주와 완연히 다르겠지요. 이를 통해 예술적인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지마의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기 시작한 ‘지마 블루’. 지마 블루는 지마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캐리는 마침내 지마 자신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실 그 파란색은 작업 도중에 실수로 캔버스에 칠했던 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색을 본 지마는 알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계로 몸을 대체하고 셀 수 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지마의 과거 기억은 흐릿했습니다.

 

 

지마가 해체되고 남은 기계는 천천히, 하지만 지치지 않고 수영장 벽의 타일을 청소합니다. 지마가 캐리에게 밝힌 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지마는 이 파란색이 점점 자신의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잃어버린 과거 기억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래전에 몸을 개조했던 시술소에서 과거의 기록을 찾아내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지마는 원래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지마는 수영장 벽을 청소하는 단순한 로봇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번의 개조를 거치면서 지능이 높아지다가 마침내 자의식을 획득했던 것입니다. 지마는 스스로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버리고 자신의 첫 모습으로 돌아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타일을 청소합니다.

 

 

●카운트 제로

윌리엄 깁슨의 장편소설 ‘카운트 제로’에서 예술품을 수집하는 재벌 비렉은 말리에게 상자를 보여줍니다. ‘오브제’라고 불리는 이 상자는 이미 존재하는 물건을 모아서 배치하는 형식의 작품입니다. 20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예술가 조셉 코넬이 즐겨 만든 형식입니다. 비렉은 이 상자를 만든 게 코넬이 아닌 수수께끼의 예술가라며, 그 사람을 찾아달라고 요청합니다. 말리는 남자친구에게 속아 코넬의 위작을 거래하다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비렉은 말리에게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시간을 무한정 주겠다고 합니다. 말리는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말리는 회로판, 천 조각, 뼈와 같은 물건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며 ‘불가능한 거리감이 불러일으키는 감각, 상실과 동경’을 느꼈거든요. 
비렉이 보여준 상자 7개는 제각기 뛰어난 작품입니다. 작품을 이루는 물건 하나하나는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그게 모여 있는 방식은 사람의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어떻게 이런 쓰레기가 모여 사람의 영혼을 붙잡아둘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이 단순한 예술가 찾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비렉에게는 알 수 없는 꿍꿍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비렉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술가가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말리는 서둘러 우주선을 빌려 알랭이 남긴 좌표를 향해 날아갑니다.

 

비렉은 말리에게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시간을 무한정 주겠다고 합니다. 말리는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말리는 회로판, 천 조각, 뼈와 같은 물건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며 ‘불가능한 거리감이 불러일으키는 감각, 상실과 동경’을 느꼈거든요. 
비렉이 보여준 상자 7개는 제각기 뛰어난 작품입니다. 작품을 이루는 물건 하나하나는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그게 모여 있는 방식은 사람의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어떻게 이런 쓰레기가 모여 사람의 영혼을 붙잡아둘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이 단순한 예술가 찾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비렉에게는 알 수 없는 꿍꿍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비렉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술가가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말리는 서둘러 우주선을 빌려 알랭이 남긴 좌표를 향해 날아갑니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자의식 없는 인공지능은 도구에 불과해


2016년 3월 구글에서 만든 인공지능 화가 ‘딥드림(DeepDream)’이 그린 작품 29점이 총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습니다. 2018년 10월에는 프랑스의 예술단체 ‘오비어스’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만든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억 원에 팔렸습니다. 인간 화가가 그린 웬만한 그림보다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죠.
그러나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과연 진정한 예술인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입니다. 창조적으로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는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창작자로서의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붓을 휘둘러 만든 작품이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비슷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작가의 의도를 빼놓고서는 작품의 가치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없습니다. 자의식이 있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예술의 주체가 아니라 도구라는 관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월 드로잉(Wall Drawing)’이라는 연작 작품을 만든 미국의 예술가 솔 르윗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르윗은 설명과 도안을 제시했을 뿐 실제 그림은 르윗이 고용한 인부들이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의 창작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르윗입니다. 같은 논리라면, 자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작품의 창작자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이겠지요. 
이번에 소개한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예술가는 둘 다 인간에게 훌륭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지마는 예술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고, 상자를 본 말리는 푹 빠져들 정도로 작품성을 느꼈습니다. 이 둘은 오늘날의 다양한 사례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자의식입니다. 지마와 카운트 제로의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있으며,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만듭니다.
지마의 마지막 작품이란 결국 존재의 근원이었습니다. 지마 블루란 바로 지마가 최초로 인식했던 수영장 타일의 색이었지요. 예술적 영감의 근원을 찾아가다가 결국 자신의 근원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카운트 제로에서 상자를 만든 인공지능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듭니다. 상자를 보면 아련하고 슬픈 느낌이 든다는 건 창작자의 의도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뜻이겠지요. 
이 둘처럼 스스로 예술적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작품을 창작하며 다른 존재가 예술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면, 인공지능도 예술을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정도 수준의 의식을 지닌 인공지능이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작가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컴퓨터공학
  • 철학·윤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